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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다음 100년-上] 선택·확장 74년…한화, 달라진 체급

29세 총수 오른 김승연, 45년간 위기 속 과감한 투자·사업재편 주도
'신용과 의리' 지킨 구조조정…선택과 집중·도전정신으로 재계 5위 도약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경영자의 핵심 덕목으로 주인의식과 도전정신을 강조해왔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앞장서 활로를 찾는 리더십으로 45년간 한화를 이끌고 있다. 사진=한화그룹이미지 확대보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경영자의 핵심 덕목으로 주인의식과 도전정신을 강조해왔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앞장서 활로를 찾는 리더십으로 45년간 한화를 이끌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45년간 이끌어온 한화가 올해 재계 5위에 이름을 올리며 뜻깊은 창립 74주년을 맞았다. 29세에 총수가 된 김 회장은 '신용과 의리'를 바탕으로 위기 속에서도 과감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필요할 때는 알짜 사업까지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으로 오늘날 한화그룹의 사업 기반을 구축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발표한 한화의 공정자산총액은 149조6050억원으로 지난해 125조7410억원보다 23조8640억원 증가했다. 화약 중심으로 출발한 그룹은 석유화학·금융·에너지를 거쳐 방산·조선·우주항공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주력 사업의 구성을 바꿔왔다.

김 회장은 지난 9일 창립 74주년 기념사에서 주인의식과 선택·집중, 도전정신을 미래를 이끌 경영자의 자질로 꼽았다. 성장이 불확실할 때도 기회를 찾아 투자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익숙한 사업이라도 정리하되 사람과의 신뢰는 지킨다는 경영 방식이 45년간 반복됐다.

외환위기 때는 정유 부문과 수익성 있는 계열사까지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한화는 당시 임직원 전원 고용 보장을 구조조정의 주요 원칙으로 내세웠다. 한화가 그룹 정신으로 내세워 온 '신용과 의리'를 위기 대응에 적용한 사례다.

1982년 석유화학 업황이 악화하자 미국 다우케미칼은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 매각에 나섰다. 적자 규모를 우려한 내부 반대에도 김 회장은 두 회사를 인수했다. 기존 화약사업과 연결되는 화학 소재 기반을 확보하고 경기 회복 이후 성장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 판단이었다. 두 회사는 한화의 석유화학 사업을 키우는 발판이 됐다.

한화는 2002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대상이었던 대한생명을 인수했다. 부실이 누적된 보험사를 품은 이후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보험·증권·자산운용을 아우르는 금융사업을 구축했다. 태양광 공급과잉으로 독일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던 2012년에는 큐셀을 인수해 기술과 해외 판매망을 확보했다. 당장의 업황보다 장기적으로 필요한 사업 자산을 먼저 확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화는 2015년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와 화학 계열사 등 삼성그룹 4개사를 인수해 항공엔진과 방산전자 역량을 확보했다. 기존 화약·탄약 중심의 사업에 정밀기계와 첨단 방산 기술을 더하면서 종합 방산기업으로 성장할 기반을 갖췄다. K9 자주포와 천무 등 지상무기 수출 확대를 비롯해 항공·전자기술까지 사업 범위를 넓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했던 한화는 15년 만인 2023년 2조원을 투입해 한화오션을 출범시켰다. 함정·잠수함 건조 역량을 확보하며 지상·항공 중심의 방산사업을 해양으로 확대했고 미국 조선소 인수와 미 해군 함정 정비사업 진출로 해외시장까지 넓혔다. 한 차례 실패했던 대형 인수를 장기적인 사업 구상 속에서 다시 추진한 결단이었다.

석유화학과 태양광은 업황 변동성이 크고 조선·방산은 장기간 대규모 자본 투입이 필요한 산업이다. 그러나 과감한 인수와 냉정한 매각, 고용에 대한 책임을 함께 가져간 경영 방식은 한화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동력이 됐다. 그 과정에서 축적된 기업과 기술, 글로벌 사업기반은 '100년 한화'를 이끌 다음 세대의 자산으로 남았다.

김 회장은 지난 9일 창립기념사에서 "사업이 곤경에 빠지고 조직이 고비에 처했을 때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앞장서 활로를 찾는 리더라야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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