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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수출통제, AI칩 판로까지 조인다…고객 검증 새 병목

엔비디아, 아시아 승인 고객 절반 이하로 축소
HBM 등 K메모리도 공급 경로 관리 부담
엔비디아 로고.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엔비디아 로고.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가 칩 성능과 수출 국가를 제한하는 데서 실제 구매자와 사용처를 확인하는 단계로 확장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의 병목도 생산능력과 패키징에서 고객 검증과 거래 추적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아시아에서 첨단 AI칩을 구매할 수 있는 승인 고객 명단을 절반 이하로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일본 등의 고객사를 재심사해 강화된 기준을 통과한 기업만 '화이트리스트'에 남기는 방식이다.

엔비디아 직원들은 고객사의 데이터센터를 방문해 실제 운영 여부를 확인하고 계약서 검증과 최종 사용자 인터뷰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고객의 절반 이상이 첫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AI 연산 자원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신생 클라우드 사업자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탈락한 기업은 요건을 보완해 다시 신청할 수 있지만 공급 일정 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제3국의 유통업체나 해외 법인을 거쳐 첨단 AI칩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우회 수출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 중국 기업의 해외 거점을 통한 첨단 AI칩 확보를 막기 위한 지침을 내놨다. 제프리 케슬러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차관도 14일 의회 청문회에서 AI와 반도체 분야의 추가 규제를 예고했다.
규제의 무게 중심이 제품 사양에서 거래 상대방으로 이동하면 반도체 기업의 판매 절차도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고객사의 지배구조와 자금 출처, 데이터센터 위치, 장비 운영 주체 등을 확인해야 하고 판매 이후에도 제품의 설치·이전 경로를 추적할 필요가 커진다. 구매 승인이 늦어지면 칩 공급 계약뿐 아니라 서버 구축 일정까지 밀릴 수 있다.

고객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기업이 사업 계획을 축소하거나 다른 공급처를 찾을 경우 AI칩 수요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규제 대응 인력과 법률·실사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판매 규모가 작은 고객일수록 시장 진입 문턱은 높아질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국 규제가 곧바로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엔비디아와 서버 제조사, 클라우드 사업자의 고객 심사가 강화되면 메모리 업체도 물량별 최종 수요처와 공급 경로에 관한 자료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있다.

AI 가속기 판매가 지연될 경우 함께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의 출하 일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고객별 규제 위험을 가려 물량을 배분하고 거래 이후 사용처까지 관리하는 능력이 AI 메모리 시장의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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