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전체·산화물 결합으로 전력 최대 96% 절감 규명…네이처가 인정한 기술 완성도
적층 증가의 고질적 한계 돌파…차세대 메모리 경쟁 구도 흔드는 전환점
적층 증가의 고질적 한계 돌파…차세대 메모리 경쟁 구도 흔드는 전환점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 저장장치의 중요성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차세대 초저전력 낸드플래시 기술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스토리지 용량 확대를 위해 적층을 높일수록 전력 소모가 증가하는 기존 구조의 고질적 문제를 강유전체와 산화물 반도체의 결합으로 풀어낸 것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되며 기술적 신뢰성을 확보했다.
27일 삼성전자 뉴스룸에 따르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SAIT)은 강유전체 기반 구조에 산화물 반도체를 결합한 새로운 낸드플래시 설계에서 셀 스트링(Cell String) 동작 시 기존 대비 전력 소모를 최대 96%까지 절감할 수 있는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SAIT와 반도체연구소 소속 연구원 34명이 공동 참여해 순수 사내 연구 성과만으로 성과를 완성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높아지는 적층, 커지는 전력…산화물 반도체의 약점이 '열쇠'가 되다
현재 사용되는 낸드플래시는 셀에 전자를 주입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저장 용량을 늘리려면 적층 단수를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셀이 직렬 형태로 연결돼 있어 적층이 높아질수록 신호가 통과해야 하는 경로가 길어지고, 이 과정에서 소비 전력이 함께 증가하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업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유전체 기반의 차세대 구조를 꾸준히 연구해 왔지만, 용량 확대와 전력 효율 개선을 동시에 달성하기는 쉽지 않았다.
삼성전자 연구진은 산화물 반도체가 가진 고유한 전기적 특성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일반적으로 산화물 반도체는 문턱 전압 제어가 까다로워 고성능 매모리 소자에 적용할 때 약점으로 지적돼 왔지만, 강유전체 구조와 결합할 경우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요소로 작동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특성이 셀 스트링 전체 전압 분포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데 유리하다는 점을 규명했고, 이를 통해 적층 증가에 따른 전력 소모 문제를 실질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미지 확대보기특히 이번 결과는 셀당 5비트(bit) 저장이 가능한 고용량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기존 방식보다 전력 효율을 극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계로 여겨지던 소재의 특성이 구조적 접근을 통해 새로운 강점으로 전환된 사례다.
데이터센터·모바일·엣지AI까지…초저전력 스토리지 활용도 커질 전망
모바일 기기에서도 성능·배터리 효율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고성능 AI 기능과 대규모 사진·영상 데이터 사용 증가로 스마트폰의 저장장치 비중이 커지고 있는 만큼, 스토리지 전력 소모 감소는 배터리 지속 시간을 직접적으로 늘리는 장점으로 이어진다. 엣지 AI 기기 역시 저전력 기반의 연산·저장 기술을 요구해 해당 기술의 활용 여지가 크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삼성전자 SAIT 유시정 연구원은 초저전력 낸드 구현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확인한 데 의미를 두며 "향후 제품 상용화를 목표로 후속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 시대가 요구하는 스토리지의 기준은 용량, 속도, 안정성을 넘어 에너지 효율로 확장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제시한 이번 기술적 진전은 차세대 메모리 경쟁을 한 단계 끌어올릴 전환점으로 평가되며, 향후 후속 연구와 제품화 과정에서도 글로벌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