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 등 4대 그룹 총수, 손정의 초청으로 미국행
트럼프 행정부의 선(先)투자 압박 대응
트럼프 행정부의 선(先)투자 압박 대응

1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이번 주말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했다. 손 회장의 초청으로 마련된 이번 일정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의 주요 기업인들과 골프 회동을 했다. 백악관 풀 기자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7분경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출발, 9시15분경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 도착했다.
마러라고 리조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징적 외교 무대이자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선언이 이어져 온 장소다. 손 회장은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이곳에서 500억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지난해에는 1000억달러 추가 투자를 밝혔다.
올해 초에는 엔비디아와 오라클 등이 마러라고에서 대규모 인공지능(AI)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일정 역시 단순한 친목 행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통상 외교의 장'으로 해석된다.
현재 한미 관세 협상은 막바지 조율 단계에 들어갔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산 완성차 관세 인하 조건으로 약 3500억달러 규모의 선(先)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재계는 수출 경쟁력 방어를 위한 관세 인하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셈법이 다른 만큼 협상 타결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 측은 "투자 약속이 구체화되지 않으면 관세 조정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한미 관세 협상이 조만간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지만, 불신 기류는 여전하다. 최근 주한미군 부사령관이 특검의 오산기지 압수수색을 문제 삼아 소파협정 위반 서한을 보냈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해명에 만족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근거로 한국의 신뢰도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마러라고 회동은 통상과 투자가 맞물린 외교전"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투자 조건을 어느 수준에서 조율하느냐가 관세 인하 협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PEC 정상회의가 임박한 만큼, 이번 주말 마러라고에서 나올 결과는 한미 통상 관계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