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장관회의 열고 석유화학 구조 개편 방안 발표
과잉 설비 감축·고부가 제품 사업 전환 등 방향성 제시
구윤철 부총리 "업계 스스로 대책 신속히 마련해야 해"
과잉 설비 감축·고부가 제품 사업 전환 등 방향성 제시
구윤철 부총리 "업계 스스로 대책 신속히 마련해야 해"

정부는 이날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를 열고 '석유화학 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과잉 설비 감축과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의 전환 △재무 건전성 확보 △지역경제·고용 영향 최소화 등 '구조 개편 3대 방향'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3개 석유화학단지 대상 동시 구조 개편 추진, 충분한 자구 노력과 타당성 있는 사업 재편 계획 마련, 정부의 종합 지원 패키지 마련이라는 3대 원칙도 내놓았다.
정부는 지원에 앞서 기업이 과잉 생산 감축을 핵심으로 한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는 '선 자구 노력, 후 정부 지원' 방침을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이제 구체적인 계획을 업계 스스로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면서 "기업과 대주주가 뼈를 깎는 노력을 토대로 구속력 있는 사업 재편과 경쟁력 강화 계획을 빠르게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정부도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주어진 책무를 다하겠다. 업계가 제출한 계획이 진정성 있다고 판단되면 규제 완화, 금융, 세제 등 종합대책을 적기에 마련해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면 사업 재편을 미루거나 무임승차하려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며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조선업'이라는 좋은 선례가 있다. 고통스럽겠지만 석유화학 산업도 화려하게 재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같은 날 오후 나프타분해시설(NCC)을 보유한 석유화학 기업들과 '석유화학 산업 재도약을 위한 자율 협약식'을 열고 총 270만~370만t 규모의 NCC를 감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이는 현재 국내 전체 NCC 생산 능력 1470만t의 18~25%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런 목표는 한국화학산업협회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통해 진행한 컨설팅 용역을 바탕으로 도출됐다.
업계는 이번 정부 정책을 환영하면서도 각 기업이 자발적인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직접 개입해 사업구조 개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생산량 감축 등을 추진할 경우 '눈치 싸움'이 벌어져 구조조정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자율 협약식에 참석한 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 기본적으로 큰 틀에서는 사업 재편이 필요하다는 것에 다들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의) 공이 다시 기업에 돌아온 셈이다. 기업이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나서긴 어려워 결국 눈치 싸움이 시작된 것"이라면서 "정부가 무임승차 기업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한 만큼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기업에는 더 큰 인센티브가 주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