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1분기 영업이익 3747억원 실현
미 보조금 제외하면 여전히 810억 적자
삼성SDI·SK온도 캐즘에 실적 부진 전망
"수치상으론 좋지만 시장 상황 암울해"
미 보조금 제외하면 여전히 810억 적자
삼성SDI·SK온도 캐즘에 실적 부진 전망
"수치상으론 좋지만 시장 상황 암울해"

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매출 6조2650억원, 영업이익 3747억원을 각각 실현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2%, 영업이익은 138.2% 늘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9%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를 냈다. 회사는 지난해 4분기 2255억원의 적자를 낸 바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침체기)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1분기에도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을 깨고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실현한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LG에너지솔루션이 같은 기간 매출 5조9425억원, 영업이익 81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증권사들 또한 주요 고객사들의 전기차 수요 침체로 부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LG에너지솔루션 실적이 개선된 것은 IRA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금액 확대가 주효했다. 환율 상승 효과와 일부 불용 재고 처리 등 일회성 요인이 사라진 것도 힘을 보탰다. 1분기 영업이익에 반영된 AMPC는 4577억원으로 1년 전(1889억원)과 비교해 2688억원, 전 분기 대비로는 804억원 늘었다. 북미 내 생산량이 늘어나며 보조금 수혜 혜택이 확대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830억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보조금을 제외했을 때 적자가 난 것은 지난해 1분기 이후 5분기 연속이다. AMPC는 미 현지에서 배터리·태양광·풍력·핵심 광물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에 미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이다. 배터리 셀은 kWh당 35달러, 모듈은 kWh당 10달러 등 총 45달러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실적 발표를 앞둔 SK온, 삼성SDI 등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북미 생산력이 늘어나며 보조금이 늘어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지만, 전기차 캐즘에 따른 실적 부진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SK온이 1분기 2500억~35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SDI는 3000억~4000억원대 손실이 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배터리 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좋지 않다. 전기차 수요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동차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인해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현지 생산을 확대하며 대응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IRA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업계 상황이 쉽지 않다. 수치상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서 1분기 바닥을 찍고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지만 미국의 관세 부과 등이 변수로 떠올라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