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창립 60주년해부터 벌어진 격동의 17년
금호家의 전통 무너졌고, 계열사도 각자도생 모색
’골리앗을 이긴 다윗‘의 ’승자의 저주‘ 일샹 닮아
금호家의 전통 무너졌고, 계열사도 각자도생 모색
’골리앗을 이긴 다윗‘의 ’승자의 저주‘ 일샹 닮아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위한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요구 조건을 맞추기 위해 핵심 사업부인 화물 사업을 매각하시 위한 임시 이사회를 30일 열었지만 7시간이 넘는 회의 끝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 내달 2일 오전 이사회가 다시 열린다고 하는데, 대체적으로 매각 찬성으로 귀결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럴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어쨌건 여객 부문은 ‘대한항공’에 흡수되고, 화물 부문은 누군가에게 인수되어 생명은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금호석유화학은 석유화학 위주였던 사업 부문을 소위 ‘요즘 한창 뜨는’ 이차전지 소재 사업으로 확장해 매출 다변화는 물론 회사 경쟁력 향상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호’라는 같은 뿌리에서 비롯된 두 회사가 이렇게 다른 주제로 신문 1면에 실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기자에게도 의미가 있는 기업이다. 그룹의 ‘흥성쇠(興盛衰)’를 눈 앞에서 목격한 몇 안되는 그룹이다.
본격적으로 출입한 것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창립 60주년을 맞이했던 지난 2006년이었다. 고(故) 박인천 창업 회장의 4형제가 순서대로 회장직을 맡았는데, 당시는 셋째인 박삼구 회장이 그룹을 이끌었다.
그해 초까지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타이어와 건설, 육해공 물류‧운송 등으로 ‘흥(興)’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2006년 건설업계 최대어인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 시기 대우건설 매출액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와도 맞먹었으니 그룹의 외형을 두 번째로 키운 것이다. 2년 후인 2008년에는 동아그룹 계열사로 동아건설과 함께 리비아 대수로 공사에도 참여했던 거대 물류‧건설 전문업체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도 차지했다. 이를 통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재계 서열 7위까지 도약했다. 이 기간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성(盛)’의 시기로 본다.
이유가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역사가 오래됐지만, 전 계열사들 가운데 세계는 물론 국내에서도 업종별 1위 기업이 없었다. 2위 또는 3위의 계열사로 구성되어 선발 기업을 따라가는 수준에서 성장해왔다. 그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통해 업계 1위 기업을 처음 보유하게 되었다는 것은 선두 그룹에 버금가는 재계의 위상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대한통운을 인수한 직후에 찾아온 글로벌금융위기와 거액의 인수자금 상환 부담에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으로 급락했다. 두기업 인수 문제로 갈등을 빚던 박삼구 회장과 4남 박찬구 당시 금호석유화학 부회장간 형제의 난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65세가 되면 동생에게 그룹 경영권을 이양한다는 형제경영의 원칙은 깨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한 박삼구 회장 측 계열사는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박찬구 회장의 석유화학 계열사는 자율협약약정을 체결했으며, 2011년 박찬구 회장근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독립해 출범했다. 채권단 관리와 동시에 대우건설은 떨어져 나갔고, 2011년에는 대한통운도 CJ그룹에 넘어갔다..

2009년말부터 지금까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쇠(衰)’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은 계열사에 대한 부실경영을 넘어 회사가 채권단에 넘어갔고, 오너 개인사적인 문제까지 불거져 경영권까지 놓고 수감 생활도 했다. 77년 역사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건 2006년부터 지금까지 단 17년 만이다.
재계에서는 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처럼 작은 기업이 큰 기업을 이기는 상황을 목격한다. 금호아시아그룹의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도 당시에는 ‘골리앗을 삼킨 다윗’이라고 불렸다. 미국의 유명한 저널리스트인 말콤 글래드웰은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모티브로 지난 2013년 같은 이름의 저서를 발간했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방법을 여러 사례로 들며 소개하고 있다. 적어도 2006~2008년 기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말콤 글래드웰의 저술 소재로도 활용할만했다.
그런데, 일반 사람들에게는 – 특히, 기독교나 천주교 등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 다윗의 이야기는 골리앗을 이기며긴 상황까지만 알려져 있다. 영웅이 된 다윗은 훗날 이스라엘 왕의 자리에까지 오른다. 하지만, 다윗은 왕이 되어 ‘골리앗’이라는 권력을 얻은 뒤 타락에 빠지며 비도덕적인 행위를 일삼다가 쓸쓸한 최후를 맞이했다.
2008년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이러한 다윗의 상황과 비슷해 보인다. 비단 금호아시아나그룹 뿐만아니라 대부분이 무리한 기업 인수‧합변(M&A)으로 – 물론 그때는 최선이었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결과를 보면 – 사세가 기울어진 기업들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승자의 저주’ 때문이었다고 변명해보지만, 승리 이후의 과정을 지켜내지 못한 과오 때문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업계 1위 계열사가 없었다. 1위 노하우가 없었으니 1위 기업을 어떻게 경영해 나가야할지 시행착오도 컸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어찌됐건 글로벌이코노믹 1면에 이름이 실린 두 아시아나그룹 시절 기업이 생존을 위한 방안을 찾아나가는 듯하다. 금호석유화학은 미래를 ‘흥’하게 하고 ‘성’하게 하는 기회를 잡은 듯하며, 아시아나항공은 ‘망(亡)’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퇴출된 기업에 비하면 다행이라고 봐야하겠다. 다만,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을 반대하고, 대한항공과의 합병이 불발될 경우 최악의 상황을 볼 수도 있다 어쨌건, 어떻게든 살아남으면 승자가 될 수 있다. 변화하고 바뀌어서라도 말이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