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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철강공세에 한국 철강업계 위기

중국은 감산, 동남아는 증산…철강 공급 과잉 재앙 수준
한국 철강업계가 동남아 철강공세에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철강업계가 동남아 철강공세에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동남아시아에서 철강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철강업계는 암울한 전망에 직면해 있다. 중국은 환경규제와 공급과잉 문제로 철강 생산을 감축하고 있지만, 동남아시아는 철강 수요가 증가하는 국내 시장과 인접한 수출 시장을 겨냥해 철강 생산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동남아시아의 철강 공급이 재앙 수준에 달하고 있으며, 한국의 철강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중 공급망 갈등 속에 제조업의 중요성을 자각한 세계 각국이 일제히 제철 자립에 나서면서 철강재 공급 과잉이 재앙 수준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산업의 쌀인 철강을 자국에서 수급하겠다는 청사진하에 조강 생산량을 크게 늘리면서다.

말레이시아의 철강업체 이스턴스틸은 지난달 새로운 고로를 가동하여 연간 철강 생산 능력을 270만 톤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말레이시아의 히아프 텍 벤처 베라드(HTVB)와 중국 중공업그룹 '베이징 지안룽'의 합작사로, 말레이시아 동부 항구도시인 쿠안탄에서 북쪽으로 약 60㎞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번 새 고로 가동으로 이 회사의 철강 생산 능력(조강 기준)은 연 70만톤에서 270만톤으로 대폭 늘었으며, 인접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철강재의 40%를 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번 고로 증설을 계기로 수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며, 수년 내에 철강 생산 능력 연 130만톤 규모의 고로를 추가로 설치하여 생산 능력을 400만톤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철강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철강 자립을 추구하고 있다. 이 지역의 철강 수요는 건설 및 자동차 산업의 회복에 힘입어 늘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산업들은 철강을 필수적인 소재로 사용한다. 따라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자국 내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외부로부터의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조강 생산량을 크게 증가시키고 있다. 조강은 고로와 전기로에서 뽑아낸 쇳물로, 철강재의 원재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등 동남아 10개국의 철강 생산 능력은 지난해 8040만 톤에서 2025년 1억90만~1억840만 톤으로 3년 새 최대 35% 증가할 전망이다.

세계철강협회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동남아 지역에서 9100만톤의 생산 능력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량 세계 6위인 포스코의 철강 생산 능력이 4300만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지역에만 포스코급 철강회사 2곳이 추가로 생긴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세계적인 철강 공급 과잉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게 되면 가격 하락과 함께 산업 전반에 걸친 경제적 파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중국은 지난 20여 년간 글로벌 철강재 공급 과잉의 진앙지였던 것과 달리 최근 감산으로 돌아섰다. 이는 환경 문제와 경제 구조 개혁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한다. 중국 정부는 대기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철강 생산량을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이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철강 생산량 증가와 대조적인 움직임이다.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2021년 전년 대비 1.7% 감소한 10억3473만톤, 2022년엔 2.1% 줄어든 10억1300만톤을 기록했다.
한국의 철강업체들은 고급 소재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속적인 확장과 개선된 공정 기술을 통해 고품질의 철사, 판재, 빌릿, 전기용, 냉간압연 및 아연도금 강판 등을 생산할 수 있었다. 또한 SK 그룹의 한 부문인 리튬이온 배터리 소재 제조사는 전기차 및 그 구성 요소에 대한 글로벌 수요를 반영하여 한국 거래소에서 20억 달러를 모집하는 초기 공개를 진행하였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한국 철강업계가 세계 첨단 소재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정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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