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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말로 돌아갈 수 있을까? 삼성‧SK의 결정에 달렸다

미국‧EU‧중국‧일본 이어 인도‧동남아‧중동국가도 러브콜
1980년대 지역별 대표하던 다수의 반도체기업이ㅣ 경쟁
반도체 기술‧투자여력 뒤처진 기업들 퇴출당하며 소수화
중국 퇴출로 수요 제조업 신흥국으로 이전 반도채수요 다변화
FAB 투자‧운영 능력 보유한 삼성‧SK하이닉스 등 유치 분주
2023년 3월 30일 오후 공사가 진행중인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일대 전경.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3월 30일 오후 공사가 진행중인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일대 전경. 사진=연합뉴스
세계 반도체 산업이 20세기 말에 있었던 지역주의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위상과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2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촉발한 글로벌 공급망의 자국 우선주의가 반도체 산업의 ‘지역주의’를 촉발했다.

‘칩4(CHIP4)’와 첨단기술 투자 규제를 가속화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사실상 합류한 한국과 대만, 일본에 이어 역시 반도체 패권을 잃지 않으려는 EU(유럽연합)가 ‘EU 반도체법(EU’s Chips Act)’을 발효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4개국도 반도체 지원정책을 내놓으며 패권 경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지역주의는 기존 반도체 선진국 간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경제성장으로 부를 키워낸 개발도상국도 반도체 산업 진출을 선언했다. 중국에 이은 인구 대국 인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이 주축이 된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국들도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 유인책을 마련해 놓은 상황이다.
다른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산업 역시 지역주의가 만연해 각 대륙을 대표하는 기업이 다수 공존하며 경쟁하던 시기가 있었다. 개인용 컴퓨터(PC)가 대량 보급되고, 전화 등 통신기기가 출현하면서 시작한 ITC(정보통신기술) 산업이 본격적으로 개화한 1980년대부터였다. ITC 기기 개발보급과 기존 제품의 IT(정보기술)화는 부분품인 반도체 수요를 증가시켰고, 이에 따라 반도체 일괄 생산공장(FAB)을 건설해 메모리‧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했다. FAB을 보유하는 반도체 기업이 생겨난 국가의 특징은 수요산업이 발달해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PC와 휴대전화, 통신기기 등을 제조하는 기업 공장이 밀집한 지역에 반도체 생산설비를 마련하는 것이 물류비 절감과 판로 마련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도체 제조 기술이 진화하면서 FAB 건설비용도 월등히 뛰면서 대규모 투자를 감내할 수 있는 기업이 갈수록 줄었고, ICT 제품을 생산하는 수요산업 기업도 수가 줄어들면서 경쟁력이 뒤처진 반도체 기업도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1990년대 미국 반도체 기업이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포기했고, 1990년대 후반 이후에는 일본 5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차례로 무너졌으며, 비슷한 시기에 EU 반도체 기업도 다수가 사업을 접었다. 이렇게 해서 2000년대, 즉 21세기가 시작될 즈음, 세계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러지 등이 비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는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인텔과 대만 TSMC 등 소수 기업의 과점화가 구축됐다. 해상과 항공 물류의 발달로 물류비가 반도체 가격과 적기 조달에 일으키는 장애도 줄었다.

한국‧미국‧대만 체제였던 반도체 산업에 균열을 만든 것은 중국이었다. 전 세계 제조공장을 표방하며 모든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은 모든 반도체 기업들을 불러 모으는 요인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굴기’를 앞세우며 대규모 투자책을 발표하고, 패권을 차지하려고 나섰다.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중국의 제조업 위상이 흔들리자 반도체의 지역주의도 부활하고 있다. 주요 제조업체들이 중국을 떠나 인근 베트남과 인도 등으로 이전하거나 자국으로 복귀하면서 반도체 독립이 필요해졌다.
문제는 미국과 EU, 중국, 일본, 인도 등이 반도체 산업을 키우고 보조금을 제공하려고 해도 반도체를 일괄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장, 즉 FAB을 건설할 수 있는 기술과 자금력을 보유한 기업은 여전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인텔, 마이크론 등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EU 등의 정부가 제시한 반도체 지원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투자 유치’가 주를 이룬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술과 자금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아 단기간에 자국 기업을 키우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외국 기업의 투자를 기대하는 것이며, 명시하지 않았어도 대상은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에 국한된다”라면서 “이들 국가는 특히 최고의 FAB 운영 능력을 보유한 기업 두 개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을 부러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완제품을 생산하는 수요 업체들이 중국 이외의 국가들로 확산하면서 현지 국가 정부들은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공장 유치를 수도 없이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라면서, “두 회사도 제조업 흐름 변화 추세에 맞춰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며, 새로운 지역으로의 진출을 고려할 것이므로, 반도체 지역주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더 큰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리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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