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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등에 업은 대우조선해양, K-조선 빅3 위상 키운다

조선 빅3 전 세계 수주량의 35% 내외 차지
中CSSC에 1위 내줬지만, 선박 부가가치 2배
공정경쟁 구도 안착해 中에 초격차 우위 유지
지난 2009년 2월 28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3600t급 해상크레인 두 대를 연결해 5500여t에 달하는 대형 골리앗 크레인을 한 번에 옮기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09년 2월 28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3600t급 해상크레인 두 대를 연결해 5500여t에 달하는 대형 골리앗 크레인을 한 번에 옮기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20년 넘는 매각 작업 끝에 한화의 일원으로 재탄생하는 대우조선해양은 HD한국조선해양(HD현대), 삼성중공업(삼성)과 함께 23년 만에 대기업 3대 축을 형성하며 ‘K-조선 빅3’의 위상을 더욱 키울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들 빅3는 지난 20여 년간 국내 조선 수주량의 90% 이상을, 전 세계 수주량의 35%가량을 차지했다. 통계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2월 말 기준 전 세계 조선소 수는 298그룹 393개소, 수주잔량 합계는 3781척‧1억1012만5000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다. 이 가운데 HD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빅3 K-조선그룹(6개 조선소)의 수주잔량은 674척‧3739만4000CGT로, 비중은 척수가 20.8%, CGT는 35.2%다. CGT는 선종 및 선형의 난이도에 따라 건조 시의 공사량을 동일 지표로 평가하는 방법으로 총톤수(GT)에 환산계수를 곱해 산출된 톤수다. CGT가 높을수록 고가‧고기술 선박을 건조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K-조선 빅3는 지난해 중국조선그룹(CSSC)에 수주량과 수주잔량 모두 뒤처지면서 업체별 세계 1위 조선사 자리를 내줬다. CSSC는 2019년 중국 1위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2위인 중국선박중공그룹(CSIC)이 합병해 탄생한 기업이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계는 CSSC의 1위는 의미가 없다는 견해다.
대우조선해양을 예로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올해 2월까지 CSSC의 수주잔량은 532척‧1931만8000CGT이고, 4위 대우조선해양은 121척‧872만1000CGT다. 수적으로는 CSSC가 압도하지만 1척당 CGT, 즉 선박의 부가가치는 CSSC가 약 3만6312CGT인 데 반해 대우조선해양은 약 7만2074CGT로 2배 이상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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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슨리포트의 또 다른 통계인 2022년 신규 수주 선박 수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CSSC는 215척‧910만7000CGT, 대우조선해양은 48척‧389만2000CGT로 척당 CGT는 각각 약 4만2358CGT와 8만2958CGT로 2배 가까운 차이가 났다.

대우조선해양뿐만 아니라 HD한국조선해양 산하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중공업, 삼성중공업도 CSSC보다 높은 수익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CSSC는 중국 중앙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에 따라 수주 영업에서 자국 금융권의 절대적인 지원을 받아왔다. 심지어 선가의 10%만 내면 나머지 모든 선박금융을 받을 수 있어 저가 출혈 수주 경쟁을 부추겼다.

반면 K-조선 빅3는 정부로부터 지원보다는 독자적인 기술 개발과 최고 품질의 선박을 적기에 건조‧인도하는 등 세계 다수의 선주를 고정 고객으로 확보하며 성장해왔다. 대우조선해양이 20년 가까이 채권단 관리체제에 있었지만 정부에 기대지 않고 자체적인 성장 노력에 집중하면서 대한민국 3대 조선소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가운데 새 주인을 맞은 대우조선해양은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에 견줄 경쟁력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조선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아 왔던 저가 수주 경쟁을 지양하고 발전적인 공정 경쟁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한국이 시장을 사실상 점유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를 중심으로 선박 발주가 증가하는 추세라 부족한 일감을 빼앗기 위해 저가 입찰을 불사해야 했던 2010년대 중반과는 상황이 다르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빅3 간 공정한 경쟁 구도가 이뤄지면, 부족한 기술력을 금융과 낮은 가격으로 만회하려는 CSSC 등 중국 조선업체의 추격을 뿌리치고 K-조선 빅3의 글로벌 시장 장악력은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사명이 바뀌면 대우보다 인지도가 높은 ‘한화’ 브랜드를 내세워 상선은 물론 군함까지 세계 시장에서 수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화의 참여로 한국 조선산업은 상선과 군함, 해양 플랜트에 이어 미래 유망 분야인 자율운항 선박과 해상 인프라 등에서도 동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면서 “태동부터 글로벌을 지향했던 조선 빅3 체제가 굳건해짐으로써 세계 시장에서 더 많은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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