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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대우조선해양 합병 마지막 문턱 공정위가 제동거나?

공정위 “한화의 군함 시장 지배력 커져, 시정방안 협의중”
한화 “의견 요청·협의 없었던 사항, 뒤늦게…” 강하개 반발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태국 해군의 3650t급의 HTMS Bhumibol Adulyadej(푸미폰 아둔야뎃) 호위함은 지난 2019년 1월에 취역했다. 사진=대우조선해양이미지 확대보기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태국 해군의 3650t급의 HTMS Bhumibol Adulyadej(푸미폰 아둔야뎃) 호위함은 지난 2019년 1월에 취역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EU(유럽연합)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며 9부 능선을 넘은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마지막 관문인 대한민국 공정거래위원회에 발목을 잡힌 모습이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군함 시장에서 한화의 시장지배력이 커져 방위산업 분야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어 한화 측과 시정방안을 협의중이라는 공정위에 설명에, 한화가 애초에 의견 요청과 협의도 없었던 내용을 뒤늦게 지적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3일 공정위와 업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방위 산업 분야에서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어 한화 측과 시정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3일 밝혔다.

이날 발표는 이미 기업결합을 승인한 유럽연합(EU)·영국 등 7개 해외 경쟁 당국과 달리 공정위가 ‘경쟁사 봉쇄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 심사 경과에 관해 설명하면서 “현재 당사 회사와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방안 등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말 한화 측에 자체적으로 시정 방안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함정 부품 시장(상방)에서 한화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함정 시장(하방)에서의 경쟁사를 봉쇄할 가능성에 대한 집중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이해관계자 의견 조회 결과에서도 복수의 사업자들이 정보 접근 차별 등 함정 부문 경쟁사 봉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는 즉각 반발했다. 한화 측은 “현재까지 공정위로부터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안받은 바 없으며, 이에 대해 협의 중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특히 “시정 조치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 회사 입장을 묻거나 관련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받은 바 없다”고 덧붙였다.

한화는 “공정위의 자료 요구와 관련해 최대한 빠른 시간에 적극적으로 소명해 왔으며, 앞으로도 어떤 요구나 대화 요청이 있으면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정위는 한화 방산 부문과 대우조선 함정 부문의 수직 계열화 이슈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레이더·통신장비, 항법장치, 발사대 등 10여종의 군함 필수 부품을 생산하는데, 다수가 한화의 시장 점유율이 높거나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것이어서다.

공정위는 또한. 한화가 HD현대중공업, HJ중공업(구 한진중공업) 등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대우조선해양에 부품을 팔거나, 부품 관련 정보를 경쟁사보다 더 많이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계열사인 대우조선해양에 특혜를 주고 나머지 회사에는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거래 조건을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화는 무기 시스템에 관해 점유율이 상당히 높고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함정 부품 기술정보를 경쟁사들에 차별적으로 제공하거나 차별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함정 입찰 시 기술평가·제안서 평가, 가격경쟁에서 경쟁사들이 불리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적정 전압·위치 등 부품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수록 해당 부품과 호환이 잘 되고 기술적 완결성이 높은 군함을 제작할 수 있어 기술 평가에 유리하다. 군함 입찰 때 해당 군함에 탑재된 무기의 성능에 대해서도 더 잘 설명할 수 있다.

공정위는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방안 이행을 전제로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를 조건부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기업결합 심사 종료 시점에서 이러한 돌발변수가 불거지면서 예정대로 심사가 완료될 수 있을지 불확실해 졌다는 것이다. 특히 현 상황은 한화의 주장대로라면 공정위가 공식적으로 시정방안 마련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한화가 마치 공정위의 의견을 따르지 않았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일방적으로 제출을 요구하는 식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양측이 시정방안을 협의하면 공정위는 전원회의 의결을 거쳐 시정방안 이행을 전제로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를 승인하게 되지만, 한화가 시정방안 마련 필요성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심사 기간이 다소 더 길어질 수 있다.

한편, 한화는 대우조선 주식 49.3%를 취득하는 신주 인수계약 체결 후 작년 12월 19일과 26일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공정위에 냈다. 공정위 심사 기간은 최대 120일이지만 자료 보완에 드는 기간은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길어질 수 있다.

한화 측은 “국제사회에서 승인한 기업 결합 심사의 국내 심사 지연으로 인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현실에 상황의 위중성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한국 조선산업의 세계 시장 수주 불이익과 경쟁력 약화에 따른 국가적 경제 상황 악화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방위산업과 관련한 대우조선의 사업적 특수성상 국가 방위에도 차질을 빚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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