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오는 3월 안에 대형 엔진 생산 2억 마력 돌파 기념행사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1979년 6월 첫 엔진을 생산한 지 44년 만이다. 앞서 2010년 9월 세계 최초로 1억 마력을 돌파했을 때는 31년이 걸렸는데, 2억 마력은 13년 만에 넘어섰다. 세계 최대 조선사이자 대형 선박 세계시장 점유율 35%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압도적인 위상을 보여준다. 2억 마력을 엔진 대수로 계산하면 6000여 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10년 당시 유럽이 디젤엔진을 생산한 역사는 113년, 일본은 85년이었는데, 그런데도 이를 달성한 회사는 없었다. 일본에서 가장 큰 선박용 엔진을 제조하는 미쓰이도 2010년 6월에야 겨우 7000만 마력 생산을 기록했을 정도다.
이 차이는 지난 13년 동안 더욱 벌어졌다. 중국 조선업체들이 선박 수주 시장을 장악하면서 한국을 제치고 세계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섰지만, 대형 엔진 부문에서는 기술과 신뢰성이 떨어져 추격을 못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선박엔진을 따라잡으려면 현대중공업이 사업을 중단해야만 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자동차도 그렇지만 선박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제품이 엔진이다. 전체 선박 가격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친환경‧탄소저감 추세에 따라 고기술 엔진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국내 선사인 신한해운으로부터 엔진을 처음 수주한 현대중공업은 1979년 5월 9380마력의 ‘현대 B&W7L55GF’형 선박용 국산 엔진 1호기 제작에 성공, 신한해운이 발주한 2만5000DWT(재화중량톤수)급 벌크선 ‘해정(海貞)’호에 탑재했다.
1989년에는 현대중공업이 대형 엔진 시장에서 세계 1위 엔진 메이커로 부상한 뒤 지금까지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엔진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 만이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글로벌 선박 엔진 시장점유율 1위는 물론 현존하는 모든 이중연료 추진엔진을 생산하는 체제를 갖췄다. 또 친환경 동력원으로 수소추진선의 엔진 역할을 하는 수소연료전지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세계 최대 파워트레인 시스템(엔진·변속기·모터·배터리·연료전지 및 제어기술) 기업인 오스트리아 AVL과 손잡고 2025년을 목표로 선박용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초 초대형 메탄올 연료 엔진 등 미래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친환경 엔진 개발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