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의존 여전…차기 흥행 IP 확보 과제
텐센트와 계약 갱신 변수…중국 사업 불확실성 주목
대회 운영 논란에 후원사 이탈…신뢰 회복 시험대
텐센트와 계약 갱신 변수…중국 사업 불확실성 주목
대회 운영 논란에 후원사 이탈…신뢰 회복 시험대
이미지 확대보기크래프톤이 핵심 지식재산권(IP)인 ‘PUBG: 배틀그라운드’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모색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기존 흥행작이 실적을 견인하고 있지만 뒤를 이을 차기작이 분명하지 않아서다. 여기에 중국 사업을 둘러싼 핵심 파트너와의 계약 관계, 대회 운영 논란으로 흔들린 신뢰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배틀그라운드라는 든든한 버팀목을 넘어 새로운 성장축을 세우고 사업 곳곳에 놓인 암초를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 공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올 2분기 매출 1조2902억원, 영업이익 410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매출 6620억원, 영업이익 2460억원과 비교하면 각각 94.9%, 67.0% 증가한 수치다. 외형과 수익성 모두 늘었지만, 성장의 한 축을 기존 배틀그라운드 IP가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실제로 크래프톤의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은 2조6616억원이다. 이 가운데 배틀그라운드 프랜차이즈 매출은 약 1조3000억원으로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PC·콘솔 배틀그라운드와 모바일 배틀그라운드, 인도 서비스 BGMI, 중국 ‘화평정영’ 기술 서비스 수수료 등을 합산한 수치다. 기존 IP가 여전히 회사 실적의 핵심 축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배틀그라운드가 회사의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란 평가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높은 의존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출시 후 시간이 흐를수록 이용자와 매출 성장세가 둔화할 수 있는 게임산업의 특성상 배틀그라운드를 이을 차기 흥행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기존 IP의 성장세가 꺾이는 시점에 실적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크래프톤도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에서 신작을 선보이며 차기 성장동력 확보에 힘써왔다. 2021년 출시한 ‘뉴스테이트 모바일’을 비롯해 2022년 선보인 ‘칼리스토 프로토콜’ 등 배틀그라운드와 다른 이용자층을 겨냥한 작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들 작품이 배틀그라운드에 견줄 만한 장기 흥행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기대했던 만큼 이용자층을 확보하거나 지속적인 실적 기여로 이어지지 못한 탓이다. 2026년에는 배틀그라운드 IP를 확장한 신작 ‘PUBG: 블라인드스팟’을 얼리 액세스로 선보였지만, 출시 약 두 달 만인 3월 30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최근에는 개발 중이던 신작의 제작을 중단하는 일도 있었다. 크래프톤은 지난 10월 ‘블랙 버짓’의 개발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배틀그라운드 IP를 활용한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의 작품으로, 약 4년간 개발이 진행됐지만 현재 개발 방향으로는 장기적인 이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개발 기간이 상당했던 만큼 회사의 신작 개발 전략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투입 인력과 개발비는 공개되지 않아 구체적인 손실 규모를 산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텐센트와의 계약 갱신 문제도 잠재적인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크래프톤은 텐센트가 중국에서 서비스하는 모바일 배틀로얄 게임 ‘화평정영’에 PUBG IP와 관련한 기술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고 있다. 구체적인 수익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화평정영 출시 전후로 회사의 모바일 매출은 2018년 1049억원에서 2019년 5456억원으로 급증했고 2020년에는 1조3414억원까지 늘었다. 글로벌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인도 BGMI 등의 성과도 반영된 만큼 이를 모두 화평정영 수익으로 볼 수는 없지만, 중국 사업이 주요 수익 기반 중 하나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 게임사와의 계약 갱신이 분쟁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위메이드는 ‘미르의 전설2’를 둘러싸고 액토즈소프트와 셩취게임즈(옛 샨다게임즈)의 중국 라이선스 계약 연장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액토즈소프트의 갱신 권한을 인정했다. 중국 킹넷과는 ‘남월전기’ 로열티 미지급 문제로 장기간 법적 다툼을 벌이다 2026년 4월 화해계약을 체결했다. 현지 파트너와의 계약 조건이나 권리·수익 정산 문제가 사업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위메이드의 분쟁과 크래프톤·텐센트의 계약 구조는 다르며, 현재 양사 간 갈등이 있다는 근거도 없다. 다만 배틀그라운드를 이을 차기 성장동력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수익원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만큼, 텐센트와의 계약 갱신이 향후 실적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주목된다.
운영 신뢰를 회복하는 일도 과제다. 지난 9월 열린 ‘PUBG 아시아 스타즈 2026’에서는 참가 선수들의 부정행위 의혹과 대회 운영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 선수단이 경기 불참을 선언했고, 크래프톤은 대회를 조기 종료했다. 일부 후원사도 관련 활동을 중단하거나 보류했다. 크래프톤은 이후 운영 과정의 책임을 인정하고 조사에 나섰으며, 위반 선수들에 대한 제재 조치도 발표했다.
수습은 마무리됐지만, 신뢰에 타격을 입은 점은 과제로 남는다. 운영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향후 대회 경쟁력과 후원 유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스포츠는 선수와 이용자 뿐 아니라 후원사, 중계 파트너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사업이다. 운영상의 허점이 반복되면 대회 경쟁력은 물론 관련 사업의 상업적 가치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텐센트와의 계약은 로열티가 아닌 기술자문료라고 알고 있다”며 “정확한 계약 기간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9월 부정행위 논란과 관련해서는 “이스포츠 대회가 아닌 별도 이벤트로 준비한 행사”라며 “이스포츠 대회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진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jt@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