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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짜리 위원회 vs. 2달 분쟁조정…SKT 해킹 피해구제 속도 차

SK텔레콤은 19일 사이버 침해 관련 일일 브리핑을 열었다. 사진은 류정한 네트워크인프라센터장이 말하는 모습. 사진=김지유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SK텔레콤은 19일 사이버 침해 관련 일일 브리핑을 열었다. 사진은 류정한 네트워크인프라센터장이 말하는 모습. 사진=김지유 기자
SK텔레콤(SKT)의 유심(USIM) 정보 유출 해킹 사고가 발생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SKT는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고객신뢰회복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장기적인 신뢰 회복 로드맵을 제시했지만, 실질적 피해를 입은 이용자들은 집단소송과 분쟁조정 절차를 통해 보다 빠르고 구체적인 구제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구제 방식과 처리 속도를 둘러싼 양측의 간극은 점차 선명해지는 모습이다.
SKT는 지난 16일 고객신뢰회복위원회를 공식 발족했다. 위원장은 안완기 전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이 맡았고, 소비자학·법률·심리학 등 각 분야 외부 전문가 5인이 참여한다. 위원회는 격주 회의를 통해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사내 고객가치혁신TF와 협력해 실행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활동 기간은 최대 2년으로 설정됐으며, SKT는 "위원회의 개선 권고를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위원회가 실질적 보상 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반면 소비자들의 대응은 훨씬 빠르고 명확하다. 19일 기준 네이버 집단소송 카페 가입자는 약 8만9000명을 넘었고, 법무법인 대건을 통해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이용자도 약 14만 명에 달한다. 서울중앙지법에는 약 9000명이 참여한 총 약 46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가 접수됐으며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한 '60일 내 처리'가 가능한 집단분쟁조정 신청도 잇따르고 있다. 집단소송 카페에는 오는 30일 제기 예정인 3차 소송 일정 공지도 올라와 있다.

피해자들의 요구는 위약금 면제 등의 실질적 보상이 핵심이다. 이에 SKT는 "이사회 판단을 거쳐야 최종 결정 가능하다"며 유보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피해자는 "24시간 내 신고 의무조차 지키지 못한 걸로 보이는 상황에서 사후 보상까지 미루는 것은 명백한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이번 사고로 SKT의 유심 무상교체와 개인정보보호법상 과징금을 포함한 직접 지출 규모가 최대 4000억 원을 초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SKT의 높은 재무 안정성을 고려할 때, 이 같은 비용이 단기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한신평이 주목한 진짜 리스크는 따로 있다. 한신평은 무상교체 비용보다 더 큰 위협으로 가입자 이탈과 시장점유율 하락을 꼽았다. 가입자 기반이 흔들릴 경우 이를 방어하기 위한 마케팅 지출이 급증하게 되고, 이는 수익성과 장기 신용등급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SKT는 유심 공급난으로 신규가입과 번호이동을 일시 중단했고, 유통망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대리점 대상 대여금 이자 상환을 3개월 유예한 상태다. SKT가 신중한 속도 조절에 나설수록, 그 공백은 고객 불신으로 채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SKT는 19일 삼화빌딩에서 열린 사이버 침해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이상징후 탐지 시스템(FDS 2.0)의 적용을 18일 완료했으며, 관련 세부 내용은 20일 공개할 예정"이라며 기술적 보완책을 드러냈다. 아울러 같은 날 전국 도서벽지 300여 곳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유심 서비스'를 개시해, 디지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유심 교체와 보호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하반기에는 장애인·고령자 대상 방문 서비스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지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ainmai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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