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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칼싸움 게임 '워헤이븐'에 양복 입은 법관이 있는 까닭

동양과 서양, 중세와 현대 뒤섞인 현대 판타지'
넥슨, 21일 워헤이븐 얼리 액세스 서비스 개시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3-09-18 19:20

워헤이븐의 화신(영웅) '호에트'. 현대적인 양복과 마스크를 연상시키는 복장을 착용한 그는 심문관 출신의 불멸자로서 몸 반쪽이 시석(屍石)이 돼있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사진=넥슨 공식 브랜드 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워헤이븐의 화신(영웅) '호에트'. 현대적인 양복과 마스크를 연상시키는 복장을 착용한 그는 심문관 출신의 불멸자로서 몸 반쪽이 시석(屍石)이 돼있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사진=넥슨 공식 브랜드 페이지
중세 유럽식 판금 갑옷에 창칼을 든 병사들이 잔뜩 있는 전장에 현대적인 한국어 군가가 울려퍼진다. 나레이션은 무전기로 내는 듯한 지직 소리가 나고, 일시적으로 '화신(영웅)'으로 변신하면 현대적인 양복 차림의 법관이 나타난다.

오는 21일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 출시를 앞둔 '워헤이븐'에서 벌어진 이러한 '부조화'는 의도된 것일까. 넥슨 신규개발본부에서 워헤이븐의 개발을 총괄하는 이은석 디렉터는 "워헤이븐의 배경 세계관은 역사적 고증보단 현실의 여러 요소가 뒤섞인 일종의 '퓨전 판타지' 세계로, 중세와 어울리지 않는 연출들은 대체로 의도된 것"이라고 밝혔다.
넥슨 신규개발본부는 당초 워헤이븐이 '프로젝트HP'란 가칭으로 불리던 때, 신규 채용 공고를 통해 이 게임이 '현대적 요소와 판타지가 가미된 백병전'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2021년 들어 프로젝트HP가 알파 테스트 형태로 대중에 공개됐을 때에는 현대적 요소보단 중세 판타지, 백병전 요소가 강조됐다.

올 6월 PC 게임 플랫폼 스팀의 '넥스트 페스트'에서 공개된 워헤이븐 베타 테스트 버전은 앞서 언급했듯 현대적 요소가 대거 더해졌다. 이은석 디렉터는 "2021년 버전은 백병전 게임으로서 '분위기'와 '멋'을 강조했다"며 "정식 서비스가 다가오며 당초 기획했던 세계관과 콘텐츠가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워헤이븐 콘셉트 이미지.한국적인 갑옷을 입은 병사가 발리스타를 조준하고 있다. 사진=넥슨이미지 확대보기
워헤이븐 콘셉트 이미지.한국적인 갑옷을 입은 병사가 발리스타를 조준하고 있다. 사진=넥슨

워헤이븐의 배경 세계관 '해러스'는 전쟁이 곧 안식처라는 모순을 안고 있는 세계관이다. 모든 병사들은 죽음에 이르면 '시석((屍石. 시체 돌)'이라 불리는 석상이 돼 부서지고, 곧 본거지에서 되살아난다.

게임 중 변신할 수 있는 '화신'의 정식 명칭은 이모탈(불멸자)로, 병사들의 신앙에 의해 스스로의 존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설정이다. 이는 중세 판타지 게임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던전 앤 드래곤(D&D)'의 종교관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워헤이븐은 이용자들이 12 대 12로 나뉘어 겨루는 팀 경쟁을 핵심으로 하며, 각 팀은 '연합'과 '마라'라는 진영으로 구분되는데, 각 진영에서 똑같은 영웅으로 변신할 수 있다. 또 일반 병사들은 흑인과 동양인, 백인 등 제각기 다른 인종으로 구성돼 있다.

이은석 디렉터는 이에 관해 "같은 신을 믿고 있지만, 교리가 나뉘어 대립한다는 설정으로 봐주시면 될 것 같다"며 "세계관의 세세한 부분도 현실과는 모순되는 부분이 많은데, 예를 들어 '워해머' 병사는 밀이 아닌 쌀을 먹는 문화권이란 설정이지만 실제 외형은 백인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넥슨 '워헤이븐' 개발진의 이은석 총괄 디렉터가 9월 18일 미디어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임덕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넥슨 '워헤이븐' 개발진의 이은석 총괄 디렉터가 9월 18일 미디어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임덕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진=이원용 기자

워헤이븐이 오는 21일 출시되는 시점에는 한손검 '허시', 장창 '스파이크', 치유의 향로 '스모크', 망치 '워해머', 양손검 '블레이드' 방패 '가디언' 등 6종의 병사, 앞서 언급한 양복 차림의 법관 '호에트'를 비롯해 방패 여전사 '마터', 여마법사 '레이븐', 기병 '먹바람'까지 4종의 화신이 주어진다.

향후 업데이트는 3개월 단위 시즌제로 이뤄지며, 이에 맞춰 월정액 요금제 '월드 패스'가 판매된다. 이은석 디렉터는 "콘텐츠 업데이트는 병사를 중점적으로 선보일 것이며, 가능한 시즌마다 새로운 병사를 1종씩 선보일 것"이라며 "10월에 당장 새로운 병사를 선보일 계획인데, '흥이 많은 캐릭터'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워헤이븐의 2021년 테스트 버전에는 활을 다루는 고양이 수인 병사 '아치'가 존재했으나, 올해 들어 이 캐릭터는 제외됐다. 이은석 디렉터는 "궁수 캐릭터가 '백병전'에 매끄럽게 어울리지 않는다 판단해 삭제했다"며 "아치는 근접 캐릭터로 리워크하고 있으며, 원거리 병사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대해 아직은 매끄러운 답이 나오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임덕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지난해 글로벌 베타 테스트 이용자 지표를 분석한 결과, 아치를 한 번 플레이하고 다신 하지 않는 이용자 비율이 굉장히 높았다"며 "반대로 아치를 고른 두 이용자가 협동하며 게임에 엄청난 영향력을 보여준 경우도 있었는데, 이렇게 양쪽으로 극단적인 모습을 보인 병사 캐릭터인 만큼 단기간에 밸런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우리라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PC 게임 시장에선 오픈월드 대작 '발더스 게이트 3'와 '스타필드', 온라인 액션RPG '디아블로 4' 등 대작들이 연이어 출시됐다. 한국에서도 19일 네오위즈의 하드코어 액션 게임 'P의 거짓'이 출시되는 것을 앞두고 있다.

이은석 디렉터는 "올해는 특히 재미있는 걸작들이 많이 출시된 해로, 게이머로서 즐거운 해로 기록될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워헤이븐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하는 게임이 될 수 있도록 출시 후에도 지속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