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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수주 넘어 거점 짓는 미국 조선업, 지배구조 바꾼 K-조선의 셈법

- 와일드캣, 프레이저 4개 사업체 인수…4691억 원 설비 증설 투입
- HD현대·키윗, 멕시코만에 첨단 조선소 건립…2027년 착공 구상
- 한화, 필리조선소 지배지분 미국 방산 법인으로 이전…군함 수주 체제 가동
위스콘신주 프레이저 인더스트리 공장의 항공 사진. 사진-=프레이저 인더스트리이미지 확대보기
위스콘신주 프레이저 인더스트리 공장의 항공 사진. 사진-=프레이저 인더스트리
와일드캣디펜스가 3억 5000만 달러(약 4691억 7500만 원) 규모 투자를 수반하는 조선소 인수 합의를 발표하며 미국 해양 산업 지배구조 개편에 불을 지폈다.
미국 사모투자 자문사 허드슨패시픽캐피털파트너스는 10월 28일(현지시각) 공개한 보고서에서 10월 하순 일주일 사이 성사된 세 건의 거래가 미국 해양 방산과 상업 조선의 플랫폼 전환을 가리킨다고 진단했다.

한화와 HD현대가 현지 사업 구조를 재배치하는 가운데, 한국 해양 기자재 업체들의 현지 공급망 간접 참여 가능성에도 업계 시선이 쏠린다.

사모펀드와 방산 자본이 주도하는 거점 인수


미국 해양 산업은 정부 정책과 보조금 투입 논의를 지나 민간 자본 중심의 구조 개편 단계로 들어섰다.

허드슨패시픽캐피털파트너스는 10월 21일부터 27일 사이에 잇따라 나온 거래들이 단순한 선박 추가 건조를 넘어 부품망과 운영 역량을 갖춘 산업 기반 구축으로 뻗어나가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자본 시장의 시선은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상업 가치로 실현할 수 있는 실제 운영 주체로 모인다.

와일드캣디펜스는 10월 21일 위스콘신주 수피리어에 자리 잡은 프레이저인더스트리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인수 대상은 프레이저조선소를 포함해 특수선 제작사인 레이크어설트보트, 수리·가공을 맡는 노던엔지니어링, 물류 거점인 프레이저터미널까지 4개 법인이다. 이미 가동 중인 시설과 숙련 기술 인력을 흡수해 운영 연속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미국 인수합병 자문사 매클린그룹에 따르면 매수 측은 인력 확충과 제조 능력 확대를 위해 약 3억 5000만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는 순수 지분 인수 대금이 아니라 인수 후 집행할 설비 투자금이다. 거래 종결은 세부 인수 절차 완료를 조건으로 약 3개월 뒤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 건조 기술 결합한 첨단 조선소와 지배구조 정비

새로운 생산 거점 건설에는 한국 조선사의 설계·공정 노하우가 결합한다. HD현대와 미국 건설·엔지니어링 기업 키윗은 10월 22일 합작법인 HD키윗조선(HD Kiewit Shipbuilding) 설립 계획을 내놓았다. 양사는 멕시코만 뱃길이 연결된 기존 산업 부지를 활용해 첨단 조선소를 세울 방침이다.

새 조선소에는 디지털 제조 체계와 자동화 공정, 로봇 용접 기술을 적용한다. 착공 목표는 2027년이며 2029년 전면 가동을 계획했다. 키윗은 이 시설이 안착하면 일자리 약 3000개를 지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 생산 대상으로는 해군 보조함과 민간 상선, 대형 선박 모듈을 꼽았다. 다만 이는 건조 역량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며 확정된 건조 계약은 아니다.

기존 자산의 운영 효율을 끌어올리는 지배구조 개편도 함께 이뤄졌다. 한화디펜스USA는 10월 27일 한화필리조선소의 지배지분을 넘겨받는 사업 재편을 알렸다. 한화시스템이 쥐고 있던 지분 60%를 미국 방산 법인이 주도하는 합작 체제로 넘기는 방식이다.

한화오션은 기존 지분 40%를 그대로 유지한다. 한화그룹은 앞서 2024년 12월 필리조선소를 품에 안았다. 이번 배치는 신규 시설 인수가 아니라 미국 해군 함정과 민간 상선 수주에 맞춰 현지 방산 관리 체계와 지휘 통제권을 정렬한 조치다.

공급망 참여 가능성과 현지 건조 환경의 벽


이들 세 거래는 조선소를 직접 쥐지 않더라도 추진 기관, 배전 장비, 블록 모듈 제작, 선박 정비 기술 분야에서 협력망이 넓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대형 조선사들이 신뢰할 수 있는 부품사를 찾으면서 관련 기자재 생산 능력을 갖춘 외부 파트너의 역할이 커졌다. 미국과 덴마크 정부가 10월 22일 체결한 해양 협력 협정 역시 전문 인력 훈련과 기술 공유에 무게를 뒀다. 다만 이 협정은 자금 지원을 약속한 계약은 아니다.

현장 장벽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미국 정부회계감사원은 2026년 4월 보고서에서 인력 부족과 낡은 도크 시설, 건조 일정 지연이 해군과 해안경비대 함정 건조 사업에 지속적인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조선업계 역시 현지 납품을 노리지만 엄격한 미국 내 조달 규정과 현지 전문 인력 수급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풀어야 한다.

기대했던 정부 발주가 실제 예산 집행 계약으로 제때 이어지지 못하면 대규모 설비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불어날 여지도 남는다. 선박과 부품을 계획대로 납품할 수 있는 안정적인 운영 체계를 입증해 내는지가 향후 현지 사업의 지속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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