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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공급처도 없는데"… EU '對中 의존 강제 축소'에 유럽 산업계 반발

집행위, 12월 9일 'DiversifyEU' 발표 예고… 관세·공공조달 배제 등으로 다각화 강제
자동차협회(ACEA) "희토류·배터리 유럽 생태계 전무… 존재 않는 공급망 강제는 어불성설"
獨 산업연맹·폭스바겐·이케아·노키아 일제히 비판… "비용만 폭등시키고 고립 자초"
유럽 자동차 제조사 협회는 희토류, 자석, 배터리 재료, 디스플레이, 일부 반도체에 대한 대체 공급 기반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유럽 자동차 제조사 협회는 희토류, 자석, 배터리 재료, 디스플레이, 일부 반도체에 대한 대체 공급 기반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추고 통상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 중인 '디리스킹(위험 경감)' 강제 조치를 두고 유럽 산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EU가 특정 핵심 부품과 원자재의 공급처 다각화를 의무화하고 불이행 시 관세 부과나 공공 조달 배제 등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자, 유럽 자동차·통신·소비재 대기업들은 "유럽 내에 현실적인 대체 생산 생태계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규제를 들이대고 있다"며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10월 29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오는 12월 9일 중국에 대한 공급망 취약성을 축소하고 무역 전쟁 시 EU의 반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3대 통상 수단 패키지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 패키지의 핵심은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 않는(Country-agnostic) 포괄적 공급망 다각화 도구인 '다이버시파이EU(DiversifyEU)'다.
이 법안은 유럽 핵심 제조업체들이 특정 단일 국가나 공급사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못하도록 공급망 확장을 사실상 강제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관세 페널티를 물리거나 정부 공공 입찰 및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집행위는 이와 함께 무역 분쟁에서 상대국의 보복 조치를 당한 기업을 지원하는 '연대 메커니즘'과, 시장 왜곡이나 경제적 강압을 가하는 국가에 대해 역내 시장 접근을 신속히 차단하는 긴급 발동 수단도 함께 도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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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브뤼셀의 이 같은 구상에 대해 유럽 대표 기업들과 이익단체들은 "비현실적인 규제 과잉이자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처사"라며 강력한 반대 의견서를 집행위에 쏟아냈다.
유럽자동차제조사협회(ACEA)는 의견서에서 "희토류, 영구자석, 배터리 핵심 소재, 디스플레이, 첨단 반도체 등은 중국 외에 대체 공급원이 거의 없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으며, 현재 유럽에는 이를 공급할 산업 생태계 자체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목표는 현실적이어야 한다. 유럽은 중국의 원가를 맞출 수도 없고 완전히 독자 생산을 할 수도 없다"며 "다각화는 상업적으로 타당한 대안이 존재할 때 작동하는 것이지,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공급망을 법으로 강제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그동안 EU의 대중국 통상 방어 조치를 상대적으로 지지해 왔던 독일산업연맹(BDI)조차 이번 조치에는 극도의 회의감을 표명했다. BDI는 "공급망 회복력 강화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새로운 보고 의무를 신설하거나 구속력 있는 공급망 비율을 강제하는 것에는 명백히 반대한다"며 "이 과정에서 논의되는 징벌적 관세는 다각화를 유도하기는커녕 기업의 비용 부담만 가중시킬 부적절한 도구"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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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제품 및 통신 인프라 기업들의 반발도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 그룹 산하 트럭·상용차 제조사인 트라톤 그룹(Traton Group)은 "행정부가 법으로 대체 공급망을 억지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며 "유럽 내에 경쟁력 있는 대안 생태계가 먼저 육성되기 전까지 규제나 의무화 조치는 철저히 유예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핀란드 통신 장비 대기업 노키아 역시 "대체 부품 공급처가 확보되기도 전에 무역 제한이나 수입 관세를 때리는 것은 유럽의 핵심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용만 폭등시키고 신뢰성 있는 장비 공급을 가로막는 자해 행위"라고 경고했다. 유럽 기술 산업 협의체 오르갈림(Orgalim)도 "중국 외 3국 공급업체로 전환하더라도 그 하류 원자재가 결국 중국산에 얽혀 있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글로벌 가구 유통 공룡 이케아(IKEA)는 소비자가격 폭등을 우려했다. 이케아는 "우리가 공급선을 다변화하지 못하는 이유는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필요한 품질과 물량, 원가를 맞춰줄 대체 협력사를 키워내는 데 천문학적인 시간과 자본이 들기 때문"이라며 "무리한 강제 조치는 완제품 가격을 급등시켜 대중의 가계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토로했다.

"단일 공급원 의존 끝낼 것"… 정치권 지지 속 12월 충돌 분수령

산업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럽 정치권의 '탈중국 통상 안보 드라이브'는 쉽게 꺾이지 않을 기세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달 정상회의에서 "DiversifyEU는 국가에 구애받지 않고 기업의 탈위험을 지원할 것"이라며 "핵심 원칙은 매우 명확하다. 유럽이 더 이상 특정 단일 공급자에게 국가적 의존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도입 의지를 재확인했다.

무대 뒤의 EU 통상 당국자들은 유럽 기업들이 자발적인 다각화 타이밍을 놓쳐 배터리와 희토류 등 무기화되기 쉬운 전략 산업에서 중국에 발목을 잡혔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제는 법적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공급망 재편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최근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이사회 정상회의에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지정학적 통상 패키지 구상을 공유했을 당시 27개 회원국 정상 중 누구도 공식적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통상 및 유럽 정책 전문가들은 "중국의 저가 제조업 공세로 유럽의 산업 공동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브뤼셀의 강경한 디리스킹 정책과 현장 기업들이 체감하는 상업적 실현 가능성 사이의 괴리가 극에 달했다"며 "오는 12월 9일 최종 입법안의 규제 수위와 의무화 범위가 공개되는 시점에 유럽 정·재계 간의 일대 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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