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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연기 뿜던 거대 무역항, 바다 위 소형 원자로로 숨통 튼다

- 영국항만협회·로이즈선급, 100메가와트급 소형원자로 항만 전력 자립 보고서 공개
- 7800억 원대 원자력 컨테이너선 건조비, 일반 선박보다 4.9배 비싸 초기 장벽
- 해상 부유식 원전 표준 선형 개발 착수한 한국 대형 조선사 공급망 진입 모색
영국항만협회와 로이즈선급이 10월 28일(현지시각) 공동 보고서를 내고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하는 해운 산업 탈탄소 대안으로 소형모듈원자로 도입을 공식 제안했다. 이미지=제미나이4이미지 확대보기
영국항만협회와 로이즈선급이 10월 28일(현지시각) 공동 보고서를 내고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하는 해운 산업 탈탄소 대안으로 소형모듈원자로 도입을 공식 제안했다. 이미지=제미나이4

영국항만협회와 로이즈선급이 10월 28일(현지시각) 공동 보고서를 내고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하는 해운 산업 탈탄소 대안으로 소형모듈원자로 도입을 공식 제안했다.

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항만 하역 장비 전동화와 육상전력공급 수요 급증으로 소형 원자력이 실용적 검토 단계에 들어섰다고 이날 보도했다.

주요 무역항의 전력망 부족 사태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면서 부유식 원전 바지선과 해상 소형 원자로 설계를 추진해 온 한국 대형 조선사들의 사업 궤적에도 새로운 시선이 닿는다.

멈추지 않는 디젤 엔진과 항만의 전력 부족

상업용 해운 부문은 해마다 약 10억t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환산량을 배출하며 연안 대기를 오염시킨다. 선박용 중유를 태울 때 뿜어져 나오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블랙카본은 항만 배후 도시 주민들의 호흡기 건강을 직접 위협한다.

정박 중인 배에 전기를 대주는 육상전력공급 시설 보급률은 전 세계 항만 가운데 3% 수준에 머문다. 유람선은 46~72%가 육상 전력을 끌어다 쓰지만, 화물선 대다수는 부두에 닻을 내린 상태에서도 벙커유 디젤 엔진을 돌려 필요한 전기를 만든다.

부두 크레인과 야드 트랙터가 기름 대신 전기로 움직이면서 항만의 전력 수요는 가파르게 늘어난다. 대규모 냉동 창고와 데이터센터, 수소 생산 공장까지 항만 구역으로 들어서며 밤낮없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무탄소 기저 전력 확보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리처드 발란타인 영국항만협회 최고경영자는 "항만업계가 잠재적인 활용 방식을 파악하고 일찍부터 적절한 물음을 던지기 시작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00메가와트 대안과 4.9배 비싼 건조비 장벽


보고서는 단일 100메가와트(MWe)급 소형모듈원자로 1기만으로도 중간 규모 항만과 주변 공장 지대의 전력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텍사스 코퍼스크리스티항은 2026년 8월 미국 해사청과 협약을 맺고 소형 원자로를 활용한 항만 독립 전력망과 부유식 원자력 설비 연구를 시작했다.

반면 막대한 건조 비용은 상용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을 새로 짓는 데는 척당 2억 2800만~5억 8200만 달러(약 3059억 7600만~7810억 4400만 원)가 들어간다. 이는 1억 1960만 달러(약 1605억 320만 원) 안팎인 일반 중유 추진선 건조 비용과 견주어 최대 약 4.9배 높은 수준이다.

과거 미국 엔에스 서배너(NS Savannah)호를 비롯해 지금까지 건조된 민간 원자력 상선은 역사상 4척뿐이다.

현재 실제로 짐을 싣고 바다를 오가는 상업용 화물선은 러시아의 세브모르푸트(Sevmorput) 1척에 그친다. 전 세계 항만에 연결돼 상업 전력을 공급하는 소형 원자로 설비도 아직 실전 배치된 사례가 없다.

한국 조선소의 부유식 해상 원전 연구와 과제


세계 항만들이 겪는 청정 전력 확보 문제는 한국 대형 조선사들에 해상 부유식 에너지 설비라는 새로운 사업 영역을 열어준다.

보고서는 육상 원전 건설뿐 아니라 바다에 띄우는 부유식 원자력 발전 설비를 전력난 해소 방안으로 거론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미국 테라파워 등과 손잡고 원자력 추진선과 해상 원전 설비 개념 연구를 진행 중이며, 삼성중공업은 덴마크 시보그와 함께 소형 용융염원자로를 탑재한 부유식 발전선 모델의 선급 기본인증을 확보했다.

해상 원전 바지선은 인구 밀집 항만 인근에서 벌어지는 주민 수용성 반발과 용지 부족 문제를 누그러뜨리는 대안으로 꼽힌다. 현재 양사의 해상 원자력 사업은 기술 검증과 선형 개발 단계로, 상업 수주로 이어지기 전 단계에 위치해 있다.

국제해사기구의 해상 원자로 안전 규정 마련과 항만 당국의 입항 허용 기준 정립은 향후 시장 형성 일정을 좌우할 요소다.

해상 인허가 체계 마련이 늦춰지거나 육상 송전망 보강 비용이 원자로 도입 단가보다 낮게 유지된다면 해상 원전 수요의 가시화는 예상보다 더뎌질 수 있다.

각국 주요 항만이 발표할 중장기 전력 조달 계획의 구체적인 추진 일정에 따라 한국 조선업계의 실제 해상 플랜트 건조 계약 체결 여부가 점차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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