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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광산 멈췄는데 전력망 수요 폭발…세계은행, 구리 전망 18% 올렸다

- t당 13000달러 선 굳어지며 올해 최고점 수준 장기화 전망
- 칠레 광석 품위 저하와 콩고 수출 통제로 글로벌 공급망 경색
- 전선 판가 상승 속 운전자본 부담 가중…전력기기는 계약 구조별 채산성 갈려
2008년 3월 31일, 칠레 안토파가스타에 위치한 세계 최대 구리 광산인 BHP 빌리턴의 에스콘디다 광산에서 구리 음극판이 놓여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08년 3월 31일, 칠레 안토파가스타에 위치한 세계 최대 구리 광산인 BHP 빌리턴의 에스콘디다 광산에서 구리 음극판이 놓여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세계은행은 10월 28일(현지시각) 발표한 원자재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2027년 구리 가격 전망치를 지난 4월 발표치보다 18% 올린 t당 13000달러(약 1744만 6000원)로 제시했다.

광업 전문 매체 마이닝닷컴은 이번 전망치는 세계은행이 예상한 2026년 연간 평균치인 t당 1만 3200달러(약 1771만 4400원)와 비교해도 1.5%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각국 전력망 확충이 글로벌 수요를 강하게 떠받치면서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는 모습이다.

채굴 난항과 자원 무기화가 맞물린 공급 병목

세계은행은 각국의 송배전망 신설과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장, 전기차 보급이 2027년부터 2028년까지 구리 소비를 밀어 올리는 주된 동력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신규 광산 탐사부터 상업 생산까지는 10년 이상 걸리는 데다 제련 시설이 소수 국가에 몰려 있어 시장 수요에 맞춰 즉각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다.

글로벌 공급망 내부의 불안 요인도 겹쳤다. 전 세계 구리 생산량의 25%를 맡은 칠레는 정제 처리 비중이 4%에 머물고, 채굴 광석의 구리 함유량이 떨어지는 문제를 겪고 있다. 인도네시아 역시 기상 이변에 따른 조업 차질이 이어지는 상태다.

자원 보유국의 빗장 걸기도 물량 부족을 부추겼다. 아프리카 주요 생산국인 콩고민주공화국은 자국 가공 산업 육성을 내세워 8월 구리 정광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9월까지 집계된 글로벌 핵심 광물 무역 제한 조치는 147건으로, 완화 조치 63건의 두 배를 웃돌았다.

아이한 코세 세계은행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비용 상승과 무역 차질이 광범위한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인플레이션과 식량 불안, 경제 성장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비철금속 오름세 속 귀금속·철광석의 차별화


세계은행은 산업용 기초 금속 전망치도 전반적으로 올려잡았다. 2027년 주석 가격 전망치는 4월 대비 22% 상향한 t당 4만 5000달러(약 6039만 원), 아연은 13% 올린 t당 3100달러(약 416만 200원)로 제시했다.

철광석은 중국 건설 경기 부진과 주요 산지의 채굴 확대로 2027년 전망치가 건식 t당 95달러(약 12만 7490원)로 유지되며 약세 흐름에 머물렀다. 귀금속 시장에서 금은 중앙은행 매입세가 숨을 고르며 2027년 온스당 4250달러(약 570만 3500원)로 2026년 예상치보다 7.6%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은 가격 역시 태양광 패널 제조 과정에서 비싼 은 대신 구리를 접점에 쓰는 공정 대체가 늘어나면서 2026년 온스당 70달러에서 2027년 62달러(약 8만 3204원)로 11% 내려앉을 것으로 분석됐다.

에너지 시장의 지표인 브렌트유는 2026년 배럴당 91달러에서 2027년 79달러(약 10만 6018원)로 안정될 것으로 세계은행은 가정했다.

한국 전선·전력기기 수주 가치사슬 영향


구리 가격이 장기간 고공행진을 이어간다는 전망은 한국 전선 제조사와 중전기기 업계의 실적 셈법을 복잡하게 만든다.

구리가 제조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전선 업계는 판매 가격을 구리 시세와 연동하는 계약 방식이 정착돼 있어 원자재 가격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매출 외형 확대로 이어진다. 다만 t당 1만 3000달러 선이 굳어질 경우, 원자재를 매입해 공정을 돌리는 데 필요한 운전자본 규모가 불어나 금융 비용 관리가 당면 과제로 떠오른다.

변압기 등 전력기기 업계는 원가 구조가 다르다. 구리 권선 외에도 방향성 전기강판과 절연유 등이 복합 투입되는 전력기기는 수주부터 실제 인도까지 1년에서 2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가 많다.

계약서에 원자재 가격 변동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장치를 두지 못한 수주 물량의 경우, 구리 가격 고착화가 수익성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자재 수급 경로를 보면 미국 수입 관세 시행 여파로 뉴욕상품거래소 창고로 글로벌 재고가 쏠릴 경우, 런던금속거래소 기준 현물 할증료가 오르며 국내 제련소와 수입선 간의 기준 가격 협상 단가를 자극할 여지가 있다.

반면 북미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의 집행 속도가 완만해지거나 남미 주요 광산의 조업 정상화로 정광 공급이 풀려 원자재 시세가 하향 안정화된다면 제조사들의 자금 조달 및 원가 관리 부담은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

시장 흐름은 핵심 산지의 정광 수출 규제 완화 여부와 함께, 글로벌 인프라 프로젝트 계약 시 원자재 가격 연동 조항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는지에 따라 기업별 이익 방어력이 차별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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