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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사지 않겠다"던 투자자들 돌아서게 만든 인공지능 붐의 균열

- 인공지능 거품 우려가 지펴 올린 안전자산 선호의 귀환
- 채권 시장 약세 베팅 흔든 클라우드·기업 부채 불안
- 연준 통화정책과 유가 변동성이 가를 채권 랠리의 명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일하는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일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인공지능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뒷받침해온 자금줄에 급격한 마찰음이 일면서, 그간 시장에서 외면받았던 미국 국채가 전통적인 안전자산의 지위를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2026년 10월 19일(현지시각) 주요 인공지능 기업들의 성장 둔화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지난주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약 17bp 하락하고 나스닥100지수는 5.5%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주가가 흔들리는 시국에도 국채가 방어막 역할을 해주지 못했던 지난 수개월 간의 양상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는 모양새다.

약세 베팅에 제동 건 기술주 실적 불안


지난 7개월 동안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쉼 없는 물가 상승 압력과 인공지능 호황을 떠받치는 정부·기업의 막대한 차입 공세에 밀려 20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었다. 그러나 인공지능 선두 주자인 앤스로픽의 매출 성장세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 제공업체인 코어위브의 부채 가격이 흔들리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변했다.

나티시스 북미의 존 브릭스 금리 전략 책임자는 투자자들이 인공지능 연계 채권의 가치 하락을 직접 목격하면서 신규 채권 매입에 지갑을 닫기 시작했고, 그 반사 효과로 국채 장기물로 매수세가 집중되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수익률과 기술주 지표가 이처럼 가파르게 동반 하락한 것은 지난 2025년 4월 글로벌 관세 혼란 이후 처음이다.

디스인플레이션 촉매로 떠오른 투자 둔화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자금 이동이 단순한 일회성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줄리어스 베어의 고정 수익 전략가 아폰수 보르헤스는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 투자 열풍이 식어가는 현상이 전통적인 형태의 수요 위축 충격과 유사하게 작용하여 오히려 물가 안정세의 촉매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기 국채가 포트폴리오를 지키는 효과적인 방어 수단으로 재부상할 전망이다. 대형 기술 기업들이 주도해온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는 이미 1조 7000억 달러(약 2조 2742억 원)를 넘어서며 작년 동기 대비 29% 이상 불어난 상태다.
여기에 예상치를 웃도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여파로 한때 금리 인상 전망이 고개를 들었으나, 주가 하락 폭이 깊어지면서 긴축 기대감은 다시 잦아들었다.

국내 산업계로 번지는 파장과 남겨진 과제


글로벌 인프라 투자 환경이 변곡점을 맞이하면서 한국의 IT 및 반도체 공급망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미 클라우드 기업들이 설비투자 집행 속도를 조절할 경우, 핵심 서버 부품과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는 국내 협력사들의 수주 증가세에도 직접적인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해외 빅테크의 지출 주기에 국내 수출 실적이 직접 연동되는 구조적 특성상 자본 시장의 바람결을 예민하게 주시해야 하는 시점이다.

다만 이러한 국면이 고착화될지 여부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중동 지역 긴장에 따른 유가 급등세가 물가 불안을 자극하고 있고, 미국 통화당국의 향후 행보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여전히 크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루 마사히코 전략가는 시장 참여자들이 당분간 거시경제 지표와 기술 기업들의 실제 현금 창출력을 냉정하게 대조하며 리스크 관리 모드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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