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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막으려던 EU 철강 규제, 우크라이나에도 직격탄

우크라이나 철강업계 "EU 수출 50~60% 감소 우려"…규제 예외 요구
러시아 공습에 지난 9월 철강 생산 일시 중단…메트인베스트 직원 약 800명 사망
지난 2023년 3월 16일(현지시각) 러시아가 통제 중인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파괴돼 있다. 이 제철소는 메트인베스트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3년 3월 16일(현지시각) 러시아가 통제 중인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파괴돼 있다. 이 제철소는 메트인베스트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사진=로이터

중국 등에서 들어오는 저가 철강제품을 막기 위한 유럽연합(EU)의 수입 규제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철강산업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러시아의 공습으로 생산시설이 피해를 입은 데다 최대 수출시장인 EU의 무역장벽까지 높아지면서 우크라이나 철강업계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얘기다.

19일(이하 현지시각) BB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철강 대기업 메트인베스트의 유리 리젠코프 최고경영자(CEO)는 BBC와 가진 인터뷰에서 “EU의 철강 수입 제한 조치가 우크라이나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불공정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리젠코프 CEO는 EU가 우크라이나를 중국 등 다른 철강 수출국과 동일한 규제 대상으로 묶었다며 최소한 우크라이나산 철강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유럽 시장에 접근하는 것은 생존에 필수적"이라며 EU 당국이 도입한 제한 조치가 우크라이나 철강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U 철강 무관세 수입 한도 47% 축소…우크라이나도 영향

EU는 역내 철강업체들을 저가 수입제품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철강 수입 규제를 강화했다.

새 규제에 따라 EU의 연간 무관세 철강 수입 한도는 1830만t으로 줄었다. 이는 2024년 기준 할당량보다 47% 감소한 수준이다.

할당량을 초과하는 철강제품에는 50%의 관세가 부과된다.

EU는 중국과 튀르키예 등에서 들어오는 저가 철강제품 때문에 역내 생산업체들이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판단해 보호조치를 강화했다.

국가별 수입 할당량도 적용하지만 전체적으로 EU 시장에 관세 없이 공급할 수 있는 철강 물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우크라이나는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으나 협정이 별도의 무역 보호조치 적용까지 막지는 못한다.

리젠코프 CEO는 EU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다른 철강 수출국과 동일한 제한을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다른 수출국들과 같은 방식으로 대우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철강업계는 이번 규제로 EU에 대한 철강 수출이 궁극적으로 약 50~60%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우크라이나의 어려운 상황을 철강 정책 결정 과정에서 고려했다고 반박했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별도의 철강 수입 할당량을 부여해 EU 수출 물량을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배정된 물량이 과거보다 줄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또 EU가 주요 철강 공급국에 보상 조치를 제공했으며 우크라이나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러시아 공습에 생산시설 잇따라 피해…9월에는 철강 생산 중단

우크라이나 철강산업은 EU의 무역 규제뿐 아니라 러시아의 계속되는 공습으로도 심각한 피해를 겪고 있다.

철강과 광업은 전쟁 이전 우크라이나 경제의 핵심 산업이었다.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전에는 두 산업이 우크라이나 국민소득의 약 10%, 전체 수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EU는 우크라이나 철강제품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우크라이나 제철소들은 러시아의 공격으로 생산 차질을 겪어왔다.

리젠코프 CEO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우크라이나의 모든 제철소가 한 차례 이상 폭격을 당했다.

그는 최근 들어 공격이 크게 격화됐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9월에는 우크라이나에서 철강 생산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시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리젠코프 CEO는 약 150년 만에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철강 생산량이 단 1t도 기록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의 공습이 우크라이나의 산업 생산 기반에 얼마나 큰 부담을 주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사례다.

◇메트인베스트 직원 약 800명 사망…제철소 방호시설 강화

전쟁에 따른 인명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젠코프 CEO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메트인베스트 직원 약 8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메트인베스트는 공습 상황에서 직원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제철소 내부의 방호시설을 강화했다.

리젠코프 CEO는 직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절차를 마련하고 이를 철저히 따르도록 하는 것이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철소 전체를 폭격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

철강 생산시설은 규모가 크고 설비가 넓게 분산돼 있어 공습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리젠코프 CEO는 다가오는 겨울이 우크라이나 역사상 가장 어려운 겨울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수출시장 접근 어려워"…EU 규제 완화 촉구

메트인베스트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생산시설이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EU 시장 접근까지 제한되면 우크라이나 철강산업의 생존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리젠코프 CEO는 현재 우크라이나가 EU를 제외한 다른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물류 여건을 확보하지 못한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이용 가능한 수출시장이 60% 줄어드는 것은 철강산업의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철강업계는 EU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수입 할당량 축소가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EU는 역내 철강산업 보호를 위한 수입 규제를 유지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별도의 할당량과 보상 조치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BBC는 중국 등 저가 철강제품의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한 EU의 보호무역 조치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크라이나 산업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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