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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텃밭 그리스 바다에 도전장 낸 한국 잠수함…기술 통제권이 승부 가른다

독일 국방장관, 크레타 회담서 자국 잠수함 제안 공식 지지 표명
한화오션 KSS-3·HD현대중공업 HDS-2300, 3국 경합 공식 평가대 올라
최종 선택은 차기 정부 몫…부품 현지 생산 비율과 기술 자율성이 관건
국내 연안 해상 시운전을 통해 압도적인 스텔스 성능과 수중 잠항 능력을 과시하고 있는 대한민국 해군의 주력 장보고-III급(KSS-III) 잠수함.사진=한화오션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연안 해상 시운전을 통해 압도적인 스텔스 성능과 수중 잠항 능력을 과시하고 있는 대한민국 해군의 주력 장보고-III급(KSS-III) 잠수함.사진=한화오션
그리스 해군이 낡은 전력을 교체하기 위해 신형 잠수함 4척을 새로 들여오는 사업에 착수했다. 그리스 방산 전문 매체 온알러트는 2026년 9월 30일(현지시각)과 10월 14일 한국과 독일, 프랑스 3개국이 제출한 제안이 군 당국의 평가 중심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완제품 수입을 넘어 현지 조선 기반 재건과 정비 자율권 확보가 걸려 있어 한국 조선업계의 유럽 해양 방산 진출을 가늠할 중대한 시험대로 꼽힌다.

독일의 수주 공세와 그리스 해군의 과거 경험


그리스 해군은 운용 수명을 다해가는 구형 209급 잠수함을 대체하는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2026년 10월 14일 크레타에서 열린 회담에서 니코스 덴디아스 그리스 국방장관을 만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의 212CD급 잠수함 도입을 공식 거론했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새로운 잠수함을 조달하려는 그리스의 결정을 환영하며 독일 기업의 제안이 신뢰를 얻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독일 측은 그리스 해군이 독일제 214급 파파니콜리스 잠수함을 오랜 기간 운용한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캐나다와 노르웨이가 참여하는 다국적 생산망을 통해 사후 관리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도 편다.

반면 그리스 내부에서는 과거 독일이 동일한 214급 잠수함 기술을 분쟁 상대인 튀르키예에도 넘겨준 전례를 경계하고 있다. 다국적 사업에 들어갈 경우 동맹국들의 입김 탓에 무기 개조나 성능 개량에 제약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과 프랑스 제안의 성능과 현지 조건


프랑스 해군그룹은 네덜란드가 4척 도입을 결정한 오르카급의 바탕 설계인 블랙소드 바라쿠다를 내놓았다. 이 모델은 연료전지 대신 리튬이온 배터리를 얹어 수중 잠항 시간을 늘렸으며 육상 타격 무기 탑재 공간을 마련했다. 다만 온알러트는 무기 탑재 공간이 설계에 존재한다고 해서 실제 계약에 순항미사일 같은 전략 무기 공급이 자동으로 포함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은 한화오션의 KSS-3 도산안창호급 계열과 HD현대중공업의 2300톤급 모델인 HDS-2300을 평가대에 올렸다. 한화오션이 제시한 잠수함은 물속에서 배수량 3000톤을 넘는 중대형 함정으로 533밀리미터 어뢰 발사관과 함께 수직발사관을 갖췄다. HD현대중공업 역시 해외 시장을 겨냥해 독자 개발한 중형 잠수함 모델로 수주전에 나섰다.
한국 기업들은 잠수함 수출과 함께 그리스 본토의 조선소 경쟁력을 높여주겠다는 제안을 덧붙였다. 한화오션은 그리스 오넥스 조선소와 생산 협력을 약속하는 협약을 맺었다. 온알러트는 이러한 파트너십이 한국 측 접근법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그리스 군 당국은 실제 계약 성사를 위해 구체적인 후속 작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진입 장벽 넘을 열쇠는 실질적 정비 주권


그리스 군 당국은 외국 기업이 제안한 현지 건조와 협력 방안의 실질적 효력을 면밀히 따지고 있다. 과거 외국 무기 체계를 도입하면서 겪었던 정비 지연과 기술 종속을 피하려는 조치다. 현지 조선소에서 실제로 만들 수 있는 부품의 종류와 시설 개보수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가 핵심 검토 항목이다. 원제조사의 엄격한 수출 승인 통제 없이 그리스 군이 독자적으로 잠수함을 정비하고 성능을 개량할 수 있는지도 꼼꼼히 살피고 있다.

한국 조선사들이 유럽 시장의 빗장을 열기 위해서는 잠수함 자체의 기술 제원을 넘어 현지 정비 권한 보장과 산업 기여의 현실성을 입증해야 한다. 오랫동안 독일 무기 체계에 길들여진 현지 해군 지휘부를 설득하는 작업도 필수 과제다.

그리스 해군의 이번 평가는 각국 제안의 구체적인 조건과 비용을 확인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온알러트는 최종 기종 결정이 차기 정부의 과제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무기 운용 통제권과 자국 산업 육성이라는 두 조건을 얼마나 충실하게 채우느냐에 따라 4척의 수주 주인공이 가려질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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