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달러대 보급형 SUV로 EV9·EV6 추월 목표…유럽 상반기 2만7000대 판매에 자신감
이미지 확대보기기아가 보급형 전기 SUV EV3를 미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자사 전기차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이 구매 세액공제 폐지와 수요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을 갖춘 EV3가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EV는 기아가 EV3를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자사 전기차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인사이드EV에 따르면 EV3 상품기획을 담당하는 영 김 기아 북미법인 수석 상품기획 매니저는 지난주 열린 미국 현지 시승행사에서 EV3가 기아의 미국 시장 최다 판매 전기차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목표를 언제 달성할 수 있을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EV3는 지난 8월 미국 시장에 출시됐다. 기아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최대 321마일(약 517㎞)의 주행거리를 앞세워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 유럽서 이미 최다 판매 전기차…상반기 2만7000대 판매
기아가 EV3의 미국 시장 성장을 기대하는 배경에는 유럽에서 거둔 판매 성과가 있다.
EV3는 유럽 시장에서 이미 기아의 대표적인 전기차로 자리 잡았다.
올해 상반기 유럽에서 약 2만7000대가 판매되며 현대차그룹의 해당 지역 전기차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기아는 이러한 성과가 미국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인사이드EV는 전했다.
EV3는 대형 전기 SUV인 EV9의 디자인을 축소한 듯한 각진 외관과 실용적인 실내 공간을 갖춘 소형 SUV다.
미국 시장에서는 약 3만달러(약 4032만원)대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기존 전기차보다 구매 부담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아 미국법인의 크리스틴 바냐르 판매·현장운영 담당 이사는 지난주 기자들에게 EV3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좋은 판매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바냐르 이사는 "이 차량은 시작 가격을 고려하면 매우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생각한다"며 "편의사양이 충분히 갖춰진 모델도 가격과 시장 내 위치가 매우 경쟁력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EV3에 대해 대규모 판매를 전제로 한 계획을 수립하지는 않았지만 실제 수요가 확인되면 이를 변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캘리포니아처럼 전기차 보급률이 높고 시장이 성장하는 지역에서 판매가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차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지역에서도 초기 판매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 EV6 판매 45% 감소…EV9은 1만2429대로 선방
EV3는 미국 전기차 시장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판매 확대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기아가 2024년 EV3의 미국 출시 계획을 처음 발표했을 때와 비교하면 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미국의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가 폐지되고 연비 규제가 완화되면서 완성차업체들은 소형 전기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이전보다 신중하게 평가하고 있다.
기아 역시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가 감소하는 상황을 겪고 있다.
올해 들어 EV6의 미국 판매량은 6264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45% 감소했다.
일부 전기차 생산능력을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으로 전환한 점도 판매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대형 전기 SUV인 EV9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판매 실적을 유지했다.
EV9의 올해 누적 미국 판매량은 1만242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EV9은 기아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하는 전기차다.
기아는 EV3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EV9을 넘어 자사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미국 내 EV3의 구체적인 판매 목표는 공개하지 않았다.
인사이드EV는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2024년 기아가 제시했던 연간 7만~8만대 판매 전망에는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테슬라를 제외한 전기차 모델이 연간 7만~8만대 판매를 달성하는 것 자체가 드문 데다 현재의 정책 환경에서는 목표 달성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 쉐보레 볼트·닛산 리프 부진…저가 전기차 성공 불확실
인사이드EV에 따르면 EV3가 직면한 또 다른 과제는 미국에서 저렴한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지 않다는 점이다.
GM의 쉐보레 볼트와 닛산 리프는 모두 3만달러(약 4032만원) 이하의 가격을 앞세워 미국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됐던 모델이다.
두 차량은 개선된 주행거리와 상품성을 갖췄지만 판매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GM은 지난해 신형 볼트를 공개하면서 생산 기간이 2027년 중 일부까지 이어지는 제한적인 판매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닛산 역시 신형 리프의 미국 시장 공급을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리프의 올해 미국 누적 판매량은 2318대로 신형 모델 출시 이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적었다.
인사이드EV는 이러한 사례가 단순히 저렴한 전기차를 출시하는 것만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기아는 EV3가 기존 저가 전기차와 다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보급형 차량이지만 실내 품질과 주행감각, 승차감에서 경제형 자동차 이상의 상품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인사이드EV는 “실제 시승 결과 EV3가 차체 크기에 비해 정숙성과 편안함에서 좋은 인상을 줬다”고 평가했다.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은 최대 321마일(약 517㎞)의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각진 디자인 역시 상대적으로 둥근 형태를 가진 경쟁 차종보다 미국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사이드EV는 분석했다.
◇ 2030년 소형 전기 SUV 시장 40만대 전망…장기 성장 기대
기아가 미국 전기차 시장 침체에도 EV3 판매 확대를 기대하는 배경에는 장기적인 수요 증가 전망이 있다.
기아는 미국의 일반 소비자용 전기 SUV 시장 규모가 2030년 4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보급형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하이브리드 차량뿐 아니라 전기차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 기아의 판단이다.
자동차 구매자들이 가격에 더욱 민감해지고 있다는 점 역시 EV3와 같은 보급형 전기차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른 미국 자동차업체들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차 시장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포드는 약 3만달러(약 4032만원) 수준의 전기 픽업트럭을 내년 가을 출시한 뒤 연간 1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도 일리노이주 공장이 완전 가동되면 연간 15만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EV3의 미국 시장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7500달러(약 1008만원)에 달했던 미국 연방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가 사라졌고 미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큰 차량을 선호하고 있어서다.
가격이 저렴한 중고 전기차 공급이 늘어나는 점도 신차 판매에 부담이다.
전기차 가격이 비슷한 크기의 내연기관 차량보다 상당히 비싸다는 점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인사이드EV는 “쉐보레 볼트와 닛산 리프의 판매 부진은 미국에서 저렴한 소형 전기차의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다만 EV3가 기존 경쟁 차종과 차별화된 상품성을 바탕으로 판매를 확대한다면 미국 소비자들이 소형 전기차 자체를 외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