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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보호무역 10년에도 세계화는 확대…글로벌 교역량 25% 증가

브렉시트·관세장벽에도 경제 상호의존 심화…AI·디지털 무역이 새 세계화 주도
지난 3월 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항의 컨테이너 터미널에 화물선들이 정박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월 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항의 컨테이너 터미널에 화물선들이 정박해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등 반세계화 움직임이 확산된 지난 10년 동안 세계 경제의 통합 수준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각국 정부가 관세장벽을 높이고 이민을 제한하는 등 자국 중심의 경제정책을 강화했지만 글로벌 상품 교역과 자본 이동은 계속 확대된 것으로 나타나서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형태의 국제적 상호의존 관계를 만들어내면서 세계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트럼프의 첫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10년간의 세계 경제 변화를 분석한 기사에서 정치적 분열과 실제 경제 통합의 흐름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보호무역주의와 민족주의 정치세력이 세계화의 쇠퇴를 예고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세계 경제는 오히려 더 긴밀하게 연결됐다”며 이같이 전했다.

◇ 세계 상품 교역량 10년 새 25% 증가…중국 수출은 2배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가장 뚜렷한 근거는 글로벌 상품 교역량이다.

네덜란드 경제정책분석국(CPB)이 발표하는 세계무역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7월 세계 상품 교역량은 2016년 11월보다 약 25% 증가했다.

지난 10년 동안 세계 상품 교역량의 증가 속도는 그 이전 10년보다 오히려 빨랐다.
상품 교역이 세계 경제 전체의 성장 속도만큼 빠르게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보호무역주의 확산에도 국제무역이 위축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세계무역기구(WTO)도 올해 세계 상품 교역 증가율이 3.9%를 기록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세계화가 정치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의 수출 확대가 두드러졌다.
중국의 올해 7월 월간 수출액은 2016년 11월의 약 2배에 달했다.

중국산 전기차와 전기자전거 등이 세계 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은 이른바 '차이나 쇼크 2.0'으로 불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중국 제품의 글로벌 시장 확대가 탈세계화라는 주장과 대조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도 보호무역 기조와 달리 국제무역 의존도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올해 1~8월 미국의 수입액은 물가 변화를 반영한 실질 기준으로 2016년 같은 기간보다 5000억달러(약 672조원) 증가했다.

미국 GDP에서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도 11~12%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높였지만 미국 경제에서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 글로벌 자본 이동도 확대…기업들은 생산기지 이전보다 관세 부담 선택


상품 교역뿐 아니라 국제 자본시장에서도 세계화가 지속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증권의 가치와 미국 투자자들의 해외 자산 투자 규모는 모두 2016년보다 증가했다.

경제 규모 대비 비중도 높아지면서 각국 금융시장은 10년 전보다 서로의 움직임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구조로 바뀌었다.

국제적인 생산 공급망 역시 유지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해외에서 생산한 부품이나 서비스를 활용하는 국제 공급망 관련 교역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기준으로 2016년보다 높았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관세 인상에도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다른 국가로 옮기기보다 관세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을 더 많이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높은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기존 국제 공급망을 단기간에 재편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트럼프 행정부도 외국 자본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두 번째 임기 동안 외국 정부와 미국 및 해외 민간기업들이 20조달러(약 2경6876조원)가 넘는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악관이 자체 집계한 투자 약속 규모는 11조2000억달러(약 1경5051조원)다.

이 같은 수치는 실제 집행된 투자액이 아닌 투자 약속 규모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해외 자본의 미국 유입에는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 AI·디지털 경제가 새로운 세계화 주도


블룸버그는 앞으로 세계화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 전통적인 상품 교역에서 AI와 디지털 경제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AI 산업의 발전에는 국가 간 반도체 공급망과 데이터센터 투자, 연구인력 교류, 국제 데이터 통신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면 해외에서 생산한 첨단 반도체와 서버, 각종 부품을 확보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도 다른 수입품에 관세를 인상하면서 AI 산업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와 서버는 관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조치가 미국의 AI 산업 발전 자체가 국제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통신량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 수는 2016년 이후 거의 2배로 증가해 60억명을 넘어섰다.

유선 및 이동통신 광대역 데이터 전송량은 2019년 이후 약 4배로 늘어 지난해 말 기준 약 8800엑사바이트에 달했다. 1엑사바이트는 약 10억기가바이트에 해당한다.

디지털 교역을 뒷받침하는 기반시설도 세계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전 세계 인터넷 데이터 흐름의 약 70%가 미국 버지니아주 북부 지역을 거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현재는 그 비중이 약 20%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각지에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서 이용자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과 더 가까운 곳에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블룸버그는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항구, 서버가 새로운 컨테이너, 해저 통신케이블이 새로운 실크로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유했다.

◇ 미국 AI 산업도 해외 인재 의존…중국 연구진과 긴밀히 연결


AI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인력의 국제적 이동도 세계 경제의 상호의존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가 지난 6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 AI 기업 딥시크의 핵심 논문 작성에 참여한 연구자 가운데 중국 연구기관에만 소속됐던 인력은 절반에 불과했다.

연구진이 확인한 논문 저자 356명 가운데 80명은 미국 대학에서 연구하거나 교육받은 경험이 있었다.

이 가운데 13명은 미국 대학에서 활동한 기간을 합치면 119년에 달했다.

이는 중국의 AI 기술 발전에도 미국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축적한 지식과 경험이 상당 부분 활용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중국 대학들이 세계적인 AI 연구인력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로 떠올랐지만 미국은 여전히 이들이 실제 산업 현장에 진출할 때 선호하는 주요 목적지다.

블룸버그는 미국 AI 기업들이 해외 출신 엔지니어들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의 주요 AI 스타트업 창업자 가운데 약 3분의 2가 이민자라고 전했다.

기술 통제 정책 역시 국가 간 연결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하고 있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는 중국의 첨단 AI 개발을 제한하기 위해 고성능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통제했다.

그러나 일부 중국 기업들이 말레이시아 등 제3국에서 AI 반도체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우회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학술 연구에서도 국제 협력은 확대되고 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서로 다른 국가의 연구기관 소속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작성한 학술 논문은 지난 10년 동안 감소하지 않고 증가했다.

◇ 정치적 분열과 경제 통합은 별개…세계화 지속 전망


블룸버그는 세계화가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국제 정치질서의 분열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이란과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 유럽의 반이민 정당 성장 등은 국제질서가 분열되고 있다는 근거로 제시될 수 있다.

특히 2016년 이전 국제 경제질서를 뒷받침했던 규칙 중심의 다자협력 체계는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갈등이 심해진다고 해서 실제 경제활동의 국제적 연결까지 같은 속도로 약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기업들의 이윤 추구와 소비자의 선택, 기술 발전 등 다양한 경제적 요인들이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과 별개로 세계 경제의 통합을 유지하는 힘으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세계화의 부작용도 여전히 존재한다.

온라인 사기와 불법 거래 등 범죄활동도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디지털 연결망의 확대가 새로운 위험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과 전쟁, 기후변화, 인구구조 변화 등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블룸버그는 “지난 10년간의 변화는 세계화의 종말보다는 세계화 방식의 전환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상품과 자본의 국경 간 이동이 세계화의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AI와 데이터, 기술인력, 디지털 서비스가 국가 간 상호의존성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정치세력들이 부상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세계 경제는 이전보다 더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며 세계화는 새로운 형태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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