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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통신시장 진출에 美·유럽 통신주 급락…T모바일 13%↓

800MHz 주파수 11조원에 인수…기존 통신사 위협에 통신탑 업체는 최대 13% 급등
지난 3월 2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그윈 숏웰 스페이스X 사장이 위성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월 2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그윈 숏웰 스페이스X 사장이 위성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미국 이동통신 시장 진출 움직임에 미국과 유럽의 주요 통신사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위성인터넷 스타링크가 기존 지상 이동통신망을 대체할 수 있는 경쟁 서비스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통신업계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

반면 통신탑 운영업체들은 스페이스X의 지상 통신망 구축이 새로운 인프라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에 주가가 급등했다.

로이터통신은 스페이스X의 저대역 주파수 인수 계약 발표 이후 미국과 유럽의 주요 통신사들이 해당 지역 증시에서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한 종목에 포함됐다고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이동통신업체 T모바일은 이날 오후 거래에서 13.2% 급락하며 33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버라이즌은 약 10% 하락했으며 AT&T도 큰 폭으로 내렸다. 두 회사 주가는 모두 2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들 3개 통신사는 이날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하락률이 가장 높은 종목으로 나타났다.

◇스페이스X 800MHz 주파수 확보…이동통신 3사에 도전

통신주 급락의 직접적인 계기는 스페이스X가 미국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800MHz 저대역 주파수 확보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스페이스X가 사모펀드 그레인 매니지먼트가 보유한 전국 단위 800MHz 주파수 포트폴리오를 약 80억달러(약 10조75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스페이스X는 위성 기반 이동통신 서비스인 '스타링크 모바일'을 확대하고 기존 이동통신사업자와 직접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대역 주파수는 고주파 대역보다 전파가 멀리 전달되고 건물이나 장애물을 통과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같은 특성은 위성통신 서비스의 약점으로 꼽히는 실내 통신과 넓은 지역의 안정적인 연결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위성을 활용하면서 가능한 지역에서는 기존 이동통신 기지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궁극적으로 위성과 지상 통신망을 결합해 일반 이동통신 서비스와 경쟁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계약에서 그레인 매니지먼트를 대리한 미국 법률회사 밀뱅크는 스페이스X가 희소한 저대역 주파수를 활용해 차세대 위성·단말기 직접 연결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스타링크 모바일이 지상과 우주 양쪽에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다만 주파수 인수 계약은 아직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최종 완료된다.

스페이스X와 그레인 매니지먼트는 거래 금액에 관한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유럽 통신주도 동반 급락…도이체텔레콤 7.9%↓

스페이스X의 통신시장 진출에 대한 우려는 미국을 넘어 유럽 증시로 확산됐다.

유럽 최대 통신사인 독일 도이체텔레콤은 이날 7.9% 하락했다.

프랑스 오랑주는 2.5%, 스페인 텔레포니카는 4.6% 각각 내렸다.

범유럽 스톡스600 통신업종지수는 2.9% 넘게 하락하며 지난 1월 30일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런던 증시에서도 통신업체들이 주요 하락 종목에 포함됐다.

에어텔 아프리카, 보다폰, BT그룹의 주가는 2.4~6.3% 하락하면서 영국 FTSE100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가장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미국의 위성통신 기업이 기존 이동통신사와 직접 경쟁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투자자들이 유럽 통신업계의 장기 수익성에도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은행 에버코어ISI의 쿠트군 마랄 미디어·통신 담당 애널리스트는 “이번 거래가 AT&T와 T모바일, 버라이즌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존 통신사들이 저대역 주파수의 경쟁력을 앞세워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방어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스페이스X가 이번 계약으로 기존 이동통신업체들과 협상할 때 더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마랄 애널리스트는 이번 움직임이 지난 10년간 고정형 무선통신 서비스에서 나타났던 경쟁 구도 변화를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통신탑 업체는 최대 13% 급등…지상망 구축 수혜 기대

기존 이동통신사들이 동반 급락한 것과 달리 통신탑 운영업체들의 주가는 크게 올랐다.

미국의 아메리칸타워, 크라운캐슬, SBA커뮤니케이션스는 이날 오후 거래에서 6.5~13.3%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가 위성통신을 확대하더라도 안정적인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상의 통신 인프라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인구가 밀집한 도시 지역에서 기존 이동통신사들과 경쟁하려면 통신탑과 건물 옥상 안테나, 소형 기지국 등 추가 설비를 구축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주파수 인수 계약이 통신탑 운영업체에 점진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위성 중심의 이동통신망을 구축하더라도 통신탑과 옥상 시설, 소형 기지국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스페이스X가 도시 지역까지 사업을 확대해 기존 통신사와 본격적으로 경쟁하려면 더 많은 지상 통신 인프라와 주파수 자원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스페이스X의 이동통신 시장 진출이 기존 통신사에는 경쟁 압박으로 작용하는 반면 통신 인프라 운영업체에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페이스X의 주가는 9일 오후 거래에서 1.2% 상승했다.

로이터는 이번 거래가 위성통신을 기존 이동통신망의 보완 수단에서 본격적인 경쟁 서비스로 발전시키려는 스페이스X의 전략적 전환을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다만 실제 경쟁 구도가 얼마나 빠르게 바뀔지는 규제당국의 승인과 지상 통신망 구축,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 능력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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