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비사막 9700명 투입 훈련서 첨단 장비 한계…우크라이나보다 드론 운용 뒤처져
이미지 확대보기중국군과 같은 첨단 기술을 갖춘 상대에 대비해 군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전장에서 신기술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까지는 상당한 과제가 남아 있다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육군이 지난 7월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사막의 포트어윈 훈련장에서 진행한 대규모 실전형 훈련에서 AI 기반 무기체계와 통신 장비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훈련에는 미 육군 병력 약 9700명이 투입됐으며 10일 동안 밤낮으로 가상 전투가 진행됐다.
미 육군은 AI 기반 전장 관리 프로그램과 공중·지상 드론, 차세대 통신체계, 첨단 센서가 장착된 헤드셋 등을 활용해 미래 전투의 모습을 선보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일부 드론은 과열로 비행을 중단했고 통신 장비는 신호가 끊기는 문제를 겪었다. 배터리 충전이 지연되면서 드론 운용 자체가 제한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첨단 드론, 사막 더위에 속수무책…10분 걸린 이륙
훈련이 진행된 모하비사막의 기온은 화씨 110도(약 43도)에 육박했다.
극심한 더위로 서버가 과열되고 배터리가 방전되거나 제대로 충전되지 않았다. 통신용 안테나가 오작동하자 일부 병사들은 얼음물에 적신 티셔츠를 안테나 위에 덮어 열을 식히기도 했다.
미 육군 제12보병연대 2대대 소속 라몬테즈 베넷 병장이 운용하던 방산 스타트업 앤두릴 인더스트리스의 드론도 문제를 겪었다.
공중에서 장시간 체공해야 할 드론이 강한 햇빛으로 과열돼 착륙한 것이다.
베넷 병장은 드론의 과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한 돌풍이 불면 드론이 산비탈에 추락할 위험도 있었으며 산악 지형 뒤쪽에서는 통신 신호가 끊어졌다.
다른 병사가 운용하던 테이스 UAV 솔루션스의 드론은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 시간이 걸린 데 이어 이륙 준비에도 10분이 추가로 소요됐다.
WSJ는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운용병들이 비슷한 크기의 드론을 1분 이내에 이륙시킬 수 있다고 비교했다.
미군은 드론 분실과 배터리 소모를 줄이기 위해 비행 시간을 최대 가능 시간의 절반으로 제한하고 운용 시간대도 제한적으로 설정했다.
이 과정에서 완전 자율비행이나 AI 지원 기능 없이 사람이 직접 드론을 조종했다.
WSJ는 “이 같은 수동 조종 방식은 중국의 일반 소비자용 드론에서도 10년 전부터 가능했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앤두릴 측은 자사 드론이 과열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전에 고온과 저온 환경에서 시험을 거쳤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군의 현장 의견을 반영해 극한 환경에서의 성능을 개선하는 작업을 우선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이스 UAV 솔루션스의 숀 테이스 창업자는 자사 드론이 일반적으로 3분 이내에 이륙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운용병의 숙련도가 부족하거나 다른 업체가 제작한 통신 장비에 문제가 있을 경우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훈련에 사용된 드론은 제작된 지 3년이 넘었으며 배터리 성능도 최상의 상태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군 가상 적군으로 설정…첨단 무기 검증에 초점
이번 훈련은 미 육군의 미래전 기술을 검증하는 '프로젝트 컨버전스'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미 육군은 중국 인민해방군을 가상한 블랙호스 부대를 상대 전력으로 설정하고 드론과 AI 기반 전장 관리체계의 활용 가능성을 시험했다.
그러나 첨단 기술을 선보이기로 한 일부 상황에서도 새로 도입한 드론과 개발 중인 통신 장비가 기대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증강현실 헤드셋 역시 결함이 확인돼 미 육군은 해당 장비의 도입을 계속 추진할지 불확실한 상태다.
현재 3개 업체가 각각 1억달러(약 1344억원)가 넘는 헤드셋 개발 계약을 수주한 상태다.
훈련에 참가한 미군 관계자들은 상당수 첨단 장비가 이미 대규모 계약을 통해 도입됐지만 여전히 실험 단계에 있으며 필수 전투장비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 육군은 이번 훈련이 모든 전투 현장에 자율무기를 대량 배치하기 위한 행사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컨버전스 관계자는 실제 전투 상황의 일부 구간에서 드론을 실험하고 기술적 문제를 확인하는 것이 훈련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미 육군 참모총장실의 알렉스 밀러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이번 훈련이 방산 기술업체들의 제품 설명과 실제 성능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전이 드러낸 미군의 기술 격차
미국은 AI와 드론을 활용한 미래전 전력 확보를 서두르고 있지만 실제 전투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킨 우크라이나와 비교하면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WSJ에 따르면 올해 초 독일에서 열린 전장 훈련에서는 우크라이나군 드론 운용병들이 미군 기갑여단을 격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드론과 자율무기를 실전에 투입하면서 운용 기술과 전술을 빠르게 발전시켜 왔다.
반면 미군은 첨단 장비와 막대한 예산을 보유하고도 조직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와 느린 기술 도입 속도로 인해 새로운 무기체계를 신속하게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 국방부에서 육군의 신기술 도입에 관여했던 조너선 루 전 국방부 부차관보는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미군의 관료조직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와 정부 감독기관도 과거 미 육군의 무기 개발 및 현대화 사업에서 수십억달러의 예산 낭비와 훈련 부족, 사이버보안 및 데이터 관리 문제 등이 발생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 육군은 1980년대 베트남전 이후 전력을 재편하면서 장갑차와 공격헬기, 현대적인 방공체계를 도입한 대규모 현대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현재 추진하는 AI 중심의 전력 전환은 기존 무기체계를 교체하는 것뿐 아니라 군의 조직문화와 전투 수행 방식까지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크다는 평가다.
◇40억달러 차세대 지휘체계 도입…군 현대화는 진행 중
미 육군은 이번 훈련에서 나타난 문제에도 불구하고 AI와 무인체계를 활용한 전력 현대화가 장기적으로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해 육군을 AI 기반 전투부대로 전환하고 드론과 3차원 프린터, 민간 기술기업의 소프트웨어를 적극 도입하라고 지시했다.
기술적으로 완벽한 무기 개발을 기다리기보다 일정 수준의 성능을 확보한 상용 제품을 신속하게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로 일부 첨단 무기체계는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군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방산 스타트업 사로닉이 제작한 무인 보트를 이용해 고립된 헬리콥터 승무원들을 구조했다.
이란의 샤헤드 드론을 참고해 개발한 루카스 드론도 저비용 공격무기 가운데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루카스 드론은 미 국방부가 설계를 보유하고 여러 제조업체에 생산을 맡기는 방식으로 대당 가격을 1만~5만5000달러(약 1344만~7391만원) 수준으로 낮췄다.
미 육군의 차세대 지휘통제체계도 현대화 사업의 주요 성과로 꼽힌다.
올해 예산에 40억달러(약 5조3800억원)가 반영된 차세대 지휘통제체계는 AI를 활용한 작전계획과 군수 지원 기능을 제공한다.
미 육군 관계자들은 이를 통해 부대가 더 넓은 지역에 분산된 상태에서도 신속하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링크 위성통신도 전장 통신 능력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19년간 복무한 숀 스콧 미 육군 중령은 스타링크를 활용하면서 처음으로 복잡한 통신 중계 장비 없이 기지 반대편의 지휘소와 교신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새로운 데이터 공유 기술은 스콧 중령이 작전을 계획하고 전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기존보다 3분의 2 줄였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가 실제 전투력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통신망과 데이터 통합체계의 안정성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번 훈련에서는 고위 지휘관들이 탑승한 블랙호크 헬리콥터 3대가 드론 운용 공역에 진입하면서 소형 드론 5대로 구성된 편대가 회항하는 일도 발생했다.
첨단 무기체계의 운용에 필요한 부대 간 조정과 기존 전력과의 통합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을 드러낸 사례다.
미 육군 합동현대화사령부의 대니얼 히브너 준장은 모든 것을 기술에 맡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전쟁은 여전히 인간이 수행하는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WSJ는 미 육군이 AI 기반 미래전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새로운 기술의 신뢰성과 전장 통신체계, 조직적 적응 능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