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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만 달러 보조금 쏟았지만 일자리는 4개… 옛 하이닉스 美 공장의 표류

- 디스플레이 제조사 재가동 실패로 주정부 지원금 1690만 달러 환수
- 300에이커 부지 데이터센터 전환 타진했으나 유진시 행정 규제로 무산
- 노후 팹 개조보다 신축이 경제적… 한국 반도체 최신 패키징 전략 입증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 있는 옛 하이닉스반도체 생산 공장이 디스플레이 업체의 재가동 실패와 주정부 보조금 반환 사태 끝에 다시 부동산 매각 시장에 나왔다. 사진=페이스북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 있는 옛 하이닉스반도체 생산 공장이 디스플레이 업체의 재가동 실패와 주정부 보조금 반환 사태 끝에 다시 부동산 매각 시장에 나왔다. 사진=페이스북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 있는 옛 하이닉스반도체 생산 공장이 디스플레이 업체의 재가동 실패와 주정부 보조금 반환 사태 끝에 다시 부동산 매각 시장에 나왔다.

오리건주 지역 매체 오레고니언은 9월 25일(현지시각) 스트라타케시의 제조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해당 유휴 시설이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2008년 가동 중단 이후 18년간 대부분 유휴 상태에 머물던 대규모 제조 거점이 다시 표류하면서 노후 반도체 공장 전환에 따르는 현실적 제약이 드러난 모습이다.

1690만 달러 보조금 반환과 재가동 실패


해당 부지는 1990년대 후반 하이닉스가 15억 달러(약 2조 925억 원)를 들여 완공한 120만 평방피트 규모 첨단 생산 시설이다. 메모리 반도체 불황이 닥치자 2008년 가동을 멈췄고 유진 지역 일자리 1400개가 사라졌다. 이후 부지는 여러 소유주를 거쳤으나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2020년 오하이오 기반 디스플레이 기업 스트라타케시가 법원 경매를 통해 630만 달러(약 87억 8850만 원)에 시설을 사들여 생산 라인 부활을 꾀했다. 공장에서 디스플레이를 제조하고 수백 명을 고용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오리건주 경제개발기구 비즈니스 오리건은 2023년 주정부 차원의 반도체지원법 재원을 활용해 이 회사에 보조금 1900만 달러(약 265억 500만 원)를 지급하는 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스트라타케시의 생산 활동은 제한적인 시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로 창출된 일자리는 4개에 머물렀다.

비즈니스 오리건의 네이선 뷸러 대변인은 7월 지원 계약을 공식 해지하고 교부금 가운데 1690만 달러(약 235억 7550만 원)를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210만 달러(약 29억 2950만 원)는 계약상 초기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정리됐다. 스트라타케시 측은 이번 매각에 대한 공식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유진시 도시계획 불허와 데이터센터 무산

공장 재가동이 무산된 뒤 시설을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려는 방안이 거론됐다. 대규모 전력망과 300에이커에 달하는 부지는 인공지능 연산 수요를 감당할 거점으로 평가받았다. 개발업체들은 2012년에 이어 다시 용도 변경을 모색했다.

유진시 도시계획부는 규제 완화를 허용하지 않았다. 시 당국은 해당 산업 부지의 도시계획상 용도 구분이 데이터센터 운영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식 통보했다. 이번 신규 매물 안내서에도 시 차원에서 데이터센터 용도를 최종 불허한다는 조건을 명시했다.

매물 목록에 희망 매각가는 적혀 있지 않으며, 지역 라디오 방송 케이엘씨씨(KLCC)가 매물 등록 사실을 먼저 알렸다. 방대한 유휴 설비가 도시 조례와 환경 규제라는 제도 장벽에 가로막힌 셈이다.

노후 팹 개조 한계와 현지 신축 패키징 전략


유진 공장의 매각 표류는 노후 레거시 팹을 첨단 정보기술 제조 라인이나 데이터센터로 개조하는 재활용 방식의 경제적 한계를 드러낸다. 반도체 청정실 구조물과 전력 배선은 준공된 지 20년을 넘기면 최신 고중량 장비의 하중과 규격을 감당하기 어렵다. 설비 개보수에 들어가는 자본이 신축 비용보다 커지는 비용 역전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러한 인프라 제약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현지 투자에서 기존 노후 거점 인수 대신 최신 백지 부지 신축을 택하는 판단 근거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파예트에 38억 7000만 달러(약 5조 3986억 원)를 들여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을 새로 짓기로 확정했다. 기존 노후 시설 개조에 따르는 기술적 불확실성을 차단하고, 초기 설계부터 첨단 공정에 최적화된 라인을 구축하려는 포석이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 관리 체계가 실질적 제조 성과를 엄격히 요구한다는 점도 증명됐다. 미국 연방 반도체지원법과 주정부 지원 프로그램은 단순 자산 매입이 아니라 실제 가동률과 고용 창출 여부를 철저하게 감시한다. 투자 계획 대비 집행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공적 자금이 즉각 환수된다는 전례를 남겼다.

미국 현지 시공 비용 상승과 인플레이션은 해외 진출 제조 기업들이 상시 직면한 주요 변수다.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환경에서 공장 개보수와 인프라 구축 비용이 늘어나면 투자금 회수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후 공장의 잇따른 매각 불발은 해외 거점 확보 과정에서 기존 시설 재활용보다 정밀한 인허가 사전 점검과 확실한 세제 집행 구조를 확인하는 일이 우선 과제임을 보여준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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