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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수로 중국 못 이긴다"…메모리 호황 뒤 닥친 제조업 잠식

- 미국 ITIF, 상반기 수출 4967억 달러 급증에도 반도체 73% 편중 진단
- 2018~2022년 첨단 10대 산업 부가가치 순증 중국 6115억 달러 대 한국 74억 달러
- R&D 세액공제 상한 확대와 동맹국 생산 연대 및 성과 연동 지원 과제
한국의 반도체 수출 호황이 제조업 전반의 구조적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며 중국의 생산 규모 확대에 따른 점진적 잠식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의 반도체 수출 호황이 제조업 전반의 구조적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며 중국의 생산 규모 확대에 따른 점진적 잠식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

한국의 반도체 수출 호황이 제조업 전반의 구조적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며 중국의 생산 규모 확대에 따른 점진적 잠식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20269월 보고서를 통해 한국 수출이 2026년 상반기 4967억 달러(6674654억 원)로 전년 대비 48.4% 늘었으나 증가액의 약 73%를 반도체가 차지해 편중이 심화했다고 914(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는 메모리 단일 품목의 실적 뒤편에서 기초 소재와 장비 생태계의 대중국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구조적 신호다.

반도체 호황 이면에 숨은 성장 정체


ITIF'한국이 중국의 규모 압박에 맞서 AI 메모리 호황을 산업 전반의 강점으로 전환하는 방법' 보고서에서 현 상황을 '붕괴가 아니라 점진적 잠식'으로 규정했다. 이 연구는 로버트 D. 앳킨슨 선임연구위원과 김세진 기술정책 분석가가 공동 작성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5년 한국 연간 수출은 7097억 달러(9536948억 원)로 전년 대비 3.8% 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당시 반도체 연간 수출액은 1734억 달러(2331549억 원)였다. 그러나 2026년 상반기(1~6) 누적 반도체 수출액은 1924억 달러(2585471억 원)를 기록해 불과 6개월 만에 2025년 연간 반도체 총수출 실적을 넘어섰다.

그러나 첨단 제조 기반의 성장 속도는 정체된 상태다. ITIF 해밀턴 지수 분석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은 10대 첨단산업에서 4204억 달러(5649335억 원)를 생산했다. 국내총생산(GDP)25.1%에 달하는 규모로, 입지계수(LQ)2.17을 기록해 대만에 이어 세계 2위 특화국 자리를 지켰다.

성장 속도에서는 현격한 격차가 드러났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10대 첨단산업 부가가치 증가액에서 중국은 6115억 달러(8217337억 원)를 늘렸으나 한국은 74억 달러(99441억 원) 증가에 머물렀다. 반도체 호황을 제외하면 주력 제조업의 실질 성장이 멈춰 섰다는 의미다.

주력 산업을 턱밑까지 좁혀온 중국의 규모


ITIF는 산업을 중국이 이미 한국을 압도한 영역과 규모 격차를 좁혀오는 영역으로 구분했다. 기초금속 분야 생산 규모는 중국이 5045억 달러(6779471억 원)로 한국 359억 달러(482424억 원)14.1배에 달한다. 일반기계는 10.1, 전기장비는 8.8, 가공금속은 8.2, 화학은 8.0배로 집계됐다.

한국이 기술 특화 우위를 유지해온 주력 업종도 규모의 공세를 받고 있다. 컴퓨터·전자 산업에서 한국의 입지계수는 5.27로 중국(1.36)을 크게 앞서지만, 생산 규모는 중국이 한국의 2.9배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669SK하이닉스가 1분기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58%를 차지했다고 집계했다. 반면 로이터는 20251021일 중국 CXMTHBM3 양산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배터리와 조선 산업도 유사한 국면이다. 중국 CATL2025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의 39.2%를 차지했다(로이터 202639일 보도). 조선 건조량(CGT 기준) 역시 2024년 중국이 53%, 한국이 28%를 기록했다.

로듐그룹은 2026511일 분석에서 2021~2024년 중국의 중간재 수출이 26%, 자본재 수출이 32% 늘었다고 밝혔다. 중국 산업정책이 완제품을 넘어 부품과 장비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뢰 동맹 연대와 성과 연동형 정책 과제


정부는 2026629일 반도체 신규 팹 4기 건설에 800조 원, 충청권 첨단패키징 허브에 81조 원을 배정하는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821일에는 반도체 호황 재원을 기반으로 한 미래대응기금 추진 계획도 밝혔으나 규모와 용처는 확정되지 않았다.

ITIF는 한국이 공장 수로 중국과 경쟁하기 어렵다며 세 가지 대응을 주문했다. 현행 2% 상한인 대기업 R&D 세액공제율을 높여 선도 기술을 확보하는 방안이 첫 번째다. 중견기업 상한은 8%, 중소기업은 25%.

미국과 유럽 등 동맹국과의 연대도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동맹국 생산 규모 합계는 56800억 달러(76327840억 원)로 중국 29500억 달러(39642100억 원)를 웃돈다. 국가 지원을 생산성과 수출 등 성과 기준에 철저히 연동할 것도 요구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AI 팩토리 42개 사업장 실증 결과, 생산성이 30.1% 오르고 불량률이 15.5% 낮아진 점이 정책 근거로 제시됐다.

한국 산업의 지속 성장은 HBM 호황이 이어지는 동안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과 차세대 기술 저변을 얼마나 확충하느냐에 달렸다. 공급망 연대와 세제 지원이 지연되면 주력 제조업 설비 기반이 점진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반면 AI 팩토리 도입과 기술 혁신으로 제조 원가와 품질 격차를 유지한다면 중국의 규모 공세를 방어하고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을 지켜낼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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