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탄소 배출 숨기면 입찰 불가"… CATL, 1,000개 협력사 '탄소 발자국' 정밀 검증 착수

2027년부터 전 협력사에 조달·제조 탄소 데이터 제출 의무화… 재생에너지 반영해 입찰 가점
EU 신배터리법 '탄소 여권' 장벽 넘기 승부수… 쩡위췬 회장 "넷제로 아닌 배터리는 도태될 것"
헝가리 정권 교체發 공장 허가 취소 충격… 삼성SDI·SK온 등 K-배터리 진영도 규제 불똥
중국의 CATL은 세계 최대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이다. 사진=CATL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CATL은 세계 최대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이다. 사진=CATL

글로벌 전기차(EV) 배터리 사용량 기준 시장 점유율 40%를 장악하고 있는 세계 1위 배터리 제조사 중국 CATL(닝더스다이)이 자사 공급망에 참여하는 1,000개 이상의 협력사를 대상으로 원자재 조달부터 제조까지 전 과정의 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강제 제출하도록 하는 전면적인 공급망 탄소 검증 체계를 가동했다.

유럽연합(EU)이 배터리 제조 전 과정의 탄소 배출량을 추적하는 'EU 신(新)배터리법' 규제를 본격화하자, 유럽 시장 수출 비중을 지키기 위해 글로벌 기준을 선제적으로 뛰어넘는 '탄소 장벽'을 자체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유럽의 생산 전초기지로 삼았던 헝가리에서 정권 교체 이후 환경청이 니켈 노출과 공해 문제를 이유로 CATL 공장의 운영 허가를 기각하는 등 유럽 현지의 정치·환경적 역풍 역시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9월 10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CATL은 내년부터 자사 배터리 프로젝트에 응찰하는 모든 협력사를 대상으로 채굴과 원자재 가공, 완제품 조달, 유통 단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담은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 데이터 제출을 공식 의무화했다.

재생에너지 사용량 평가해 수주 우대… 2035년 공급망 전체 넷제로 목표


CATL의 새로운 공급망 평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협력사의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비율과 완제품 단위당 에너지 소비 효율 등 구체적인 탈탄소 지표가 연례 공급사 종합 평가에 직접 반영된다.

탄소 배출 감축 성과가 우수한 협력사는 향후 대규모 배터리 수주 입찰에서 가점을 부여받고 장기 납품 계약을 보장받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누리게 된다.

CATL은 2023년 수립한 '단계적 넷제로 로드맵'에 따라 2025년 말까지 자사 핵심 공장 및 운영 시설에서의 탄소 배출 제로(Scope 1·2)를 이미 달성했다.
하지만 소재 채굴부터 부품 가공까지 1,000여 개 외부 협력사가 얽혀 있는 전 밸류체인(Scope 3)에서 2035년까지 완전한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협력사들에 대한 고강도 감시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분석에 따르면, 15년간 운행된 전형적인 중형 전기차는 동급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50% 적지만, 주행 중 배출이 없는 대신 차량 및 배터리 제조 공정에서 막대한 탄소가 발생한다.

전기차 생애주기 배출량의 약 20%가 배터리 생산에서 발생하며, 특히 섭씨 700~1,000도의 초고온에서 수십 시간 소성 가열해야 하는 양극재 가공 단계가 최대 탄소 배출원으로 꼽힌다.

"넷제로 아닌 배터리는 구식"… 글로벌 리튬이온 표준 선점 야심


CATL 경영진은 탄소 중립 규제를 단순한 규제 리스크가 아닌 경쟁사들을 따돌리는 진입 장벽이자 신시장 선점의 기회로 규정했다.

쩡위췬(Robin Zeng) CATL 회장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앞으로 탄소 중립 인증을 받지 못한 배터리는 시장에서 완전히 구식으로 취급되어 도태될 것"이라며 "탄소 중립은 위기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거대한 상업적 기회"라고 단언했다.

황빈(Huang Bin) CATL 구매 총괄 이사 역시 "배터리 전 수명주기(LCA)에 걸친 탄소 배출 계산 공식을 표준화하고, 저탄소 소재의 의무 사용 기준을 공급망 전반에 일괄 적용할 것"이라며 "CATL이 수립한 프레임워크를 글로벌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망의 단일 기준 표준(Standard)으로 안착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CATL의 글로벌 매출 다변화 속도는 가파르다.

전체 매출 중 해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4%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말 기준 31%까지 폭증하며 유럽과 북미 완성차 업계에 대한 의존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헝가리 정권 교체발 역풍… CATL 허가 반려에 삼성SDI·SK온도 '긴장'


이러한 전방위적인 탈탄소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유럽 현지 투자 현장에서는 심각한 정치적 복병을 만났다.

유럽 전기차 배터리 생산의 메카로 부상했던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이 정권 교체 이후 멈춰 설 위기에 처한 것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빅토르 오르반 전 총리의 친중 우파 정권이 퇴진하고 친서방·환경주의 성향의 새 연립정부가 출범한 이후, 헝가리 당국은 전임 정권이 유치한 대규모 배터리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돌입했다.

다비드 비테지(David Vitezy) 헝가리 교통투자부 장관은 최근 "국가 우선 투자 프로젝트로 지정된 사업이라 할지라도 환경 및 도시 계획 규정을 위반할 경우 건설 및 운영 허가를 일체 내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비테지 장관은 검토 대상 사업장으로 중국 CATL은 물론 현지에 기가팩토리를 가동 중인 한국의 삼성SDI와 SK온 공장까지 직접 거론했다.

실제 헝가리 지방 환경청은 지난달 말, 공장 내부 노동자들의 니켈(Ni) 유해물질 노출 기준 초과 및 지하수 오염 우려를 이유로 CATL의 신규 배터리 공장 운영 허가 신청을 공식 반려했다.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더해 현지 인허가 취소 사태까지 겹치면서 공장 완공 일정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CATL의 강력한 공급망 탄소 감시 체계 가동과 유럽 내 인허가 마찰은, 향후 ‘EU 신배터리법의 탄소발자국 공개 의무화에 대응해 글로벌 1위 중국 배터리사가 공급망의 넷제로 표준을 선점하려는 강력한 규제 드라이브’인 동시에 ‘동유럽의 정치 지형 급변과 환경 검증 강화가 맞물려 한국과 중국의 배터리 제조사들이 유럽 현지 기가팩토리 가동에 전례 없는 지정학적 통행세를 치러야 하는 현실적 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