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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렌즈 명가 탐론, 中 빌트록스 거센 추격 속 '소니 인수 제안' 저울질

소니(지분 15.35% 보유), 탐론 렌즈 사업 인수 제안… 일본 내수 판매량 22.6%로 1위
올해 순익 16% 증가 전망·ROE 15% 이상 강소기업… 2029년 ROE 20% 달성 청사진
상반기 中 매출 43% 폭락 쇼크… 선전 쥐잉·써니옵티컬 '초저가 공세'에 성장판 위협
탐론은 애프터마켓 제품으로서뿐만 아니라 카메라 제조사와의 원제조업체 계약을 통해 카메라 렌즈를 생산한다. 사진=탐론이미지 확대보기
탐론은 애프터마켓 제품으로서뿐만 아니라 카메라 제조사와의 원제조업체 계약을 통해 카메라 렌즈를 생산한다. 사진=탐론

가성비 높은 독자 렌즈와 뛰어난 자본 효율성으로 일본 증시에서 주가가 4배나 급등했던 일본의 대표적 카메라 렌즈 전문 제조사 탐론(Tamron)이 주요 주주인 소니 그룹(Sony Group)의 전격적인 인수 제안을 두고 깊은 장고에 들어갔다.

일본 내 교환식 렌즈 시장 점유율 1위를 질주하며 5년 연속 두 자릿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달성하는 등 탄탄한 기초체력을 자랑하지만, 안방 격이던 중국 시장에서 빌트록스(Viltrox) 등 현지 토종 제조사들의 파괴적인 '초저가 공세'에 밀려 상반기 중국 매출이 40% 이상 폭락하는 등 심각한 성장 정체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소니의 거대한 미러리스 카메라 생태계에 완전히 흡수되어 프리미엄 광학 기술로 진지를 굳힐 것인지, 아니면 과감한 주주환원을 앞세워 독자 생존의 길을 걸을 것인지 글로벌 광학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9월 9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탐론은 지난 7월 30일 소니 그룹으로부터 수령한 교환식 렌즈 사업 부문 인수 제안을 공식 검토 중이다.

소니는 지난 6월 말 기준 이미 탐론 지분 15.35%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 이번 제안을 통해 탐론의 핵심 사업을 완전히 편입시켜 자사 '알파(Alpha)' 미러리스 렌즈 라인업의 가격 경쟁력과 제조 역량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日 점유율 22.6%로 1위… 카메라 제조사 렌즈 '반값' 무기로 돌풍


탐론은 소니, 캐논, 니콘 등 글로벌 주요 카메라 바디와 호환되는 독자 브랜드 렌즈를 판매하는 동시에, 주요 완성품 제조사에 렌즈를 납품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을 영위해 왔다.

특히 순정 제조사 렌즈 대비 최대 50%까지 저렴하면서도 뛰어난 화질을 구현하는 '가성비 줌 렌즈' 전략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했다.
일본 시장조사기관 BCN에 따르면 탐론은 올해 상반기 일본 내 교환식 카메라 렌즈 판매량 기준 22.6%의 점유율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개발 공정 효율화를 통해 올해 출시 예정인 신제품 수만 10개로, 지난해(6개)보다 크게 늘렸다.

실적과 자본 효율성 지표 역시 눈부시다.

연간 연결 매출액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930억 엔(약 8,300억 원), 순이익은 16% 증가한 136억 엔(약 1,22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5% 이상으로 예상된다. 연매출 500억~1,000억 엔 규모의 일본 상장 제조업체 188개 사 중 5개 회계연도 연속 10% 이상의 ROE를 달성한 곳은 탐론을 포함해 단 19개 사에 불과하다.

이러한 고수익 구조와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힘입어 2023년 도쿄증권거래소의 기업가치 제고 요구 이후 주가는 약 4배 폭등했다.

탐론은 전체 자산의 30%에 달하는 334억 엔의 순현금을 바탕으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결합해 오는 2029년까지 영업이익 250억 엔, ROE 2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야심 찬 중기 경영 계획을 제시한 상태다.

오카산증권의 시마모토 다카시 수석 애널리스트는 "현금흐름할인법(DCF) 기준 탐론의 이론 주가는 약 1,500엔으로 현재 주가(1,395엔)보다 10%가량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中 빌트록스·써니옵티컬 '초저가 공습'… 상반기 中 판매 43% 폭락 쇼크


이처럼 완벽해 보이는 탐론의 재무제표 이면에는 '중국발 실적 쇼크'라는 치명적인 뇌관이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상반기 탐론의 중국 내 자체 브랜드 렌즈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3% 급감했다.

선전쥐잉테크놀로지(Shenzhen Jueying Technology)의 '빌트록스(Viltrox)'를 비롯한 중국 현지 제조사들이 자동초점(AF) 성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린 초저가 렌즈를 쏟아내며 탐론의 시장 점유율을 순식간에 갉아먹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1위 렌즈 모듈사인 써니 옵티컬(Sunny Optical) 등 중국 광학 대기업들이 차량용 전장 카메라 렌즈 등 차세대 성장 영역까지 공격적으로 침투하면서 탐론의 미래 먹거리마저 위협받고 있다.

오카베 아키라 탐론 이사는 지난 8월 실적 발표에서 "중국 로컬 제조사들이 내수 시장 점유율을 무서운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가츠라 료스케 SMBC 닛코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 기업들의 기술력 급성장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위험까지 겹치면서, 과거처럼 애프터마켓 교환식 렌즈로 고수익을 회수하던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이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혔다"고 진단했다.

소니의 생태계 독점 욕심 vs 탐론의 주주가치 극대화 저울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소니의 인수 제안이 탐론 주가에 긍정적인 경영권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있다고 본다.

소니의 제안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 시장 주가는 DCF 이론 주가보다 30%나 낮게 형성되어 있었는데, 이는 시장이 중국발 역풍으로 인한 탐론의 성장 한계를 우려하고 있었음을 방증한다.

소니 입장에서는 탐론을 완전 자회사로 흡수할 경우, 서드파티 렌즈 시장을 내재화해 자사 카메라 바디 고객의 록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하고 중국산 저가 렌즈의 확산을 막는 강력한 방파제를 구축할 수 있다.

반면 탐론 이사회는 막대한 현금 여력과 독자적인 2029년 성장 청사진을 앞세워 소니로부터 더 높은 매각 단가를 이끌어내거나, 독자 노선을 고수하며 독립적 강소기업의 길을 갈지 치열하게 저울질하고 있다.

탐론을 둘러싼 이번 M&A 공방은, 향후 ‘중국의 파괴적인 저가 광학 하드웨어 추격에 직면한 일본의 전통 광학 강소기업이 독자 생존의 한계를 딛고 플랫폼 대기업(소니)과의 수직 통합을 선택할 것인가를 가르는 상징적 분수령’인 동시에 ‘동경증시의 밸류업 정책 성공 모델로 꼽히던 알짜 상장사가 지정학적 공급망 리스크 앞에서 내리는 생존 결단의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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