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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화웨이 '대이란 제재 위반·영업비밀 탈취' 형사 재판 돌입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서 8일 배심원 선정 착수… 9월 24일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직전 개시
검찰, 6개 美 테크 기업 비밀 절도 등 12개 혐의 적용… 법원 "멍완저우 자백 진술서 증거 채택"
화웨이 "미국 영토 밖 행위로 혐의는 거짓" 무죄 주장… 유죄 시 동맹국 추가 배제 등 파장 촉각

베이징 화웨이 매장 밖 화면에는 2021년 9월 캐나다에서 석방된 후 중국으로 돌아온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베이징 화웨이 매장 밖 화면에는 2021년 9월 캐나다에서 석방된 후 중국으로 돌아온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가 보인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중국 간의 포괄적 무역·기술 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중국 최대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Huawei)의 대(對)이란 제재 회피와 미국 첨단 기술 영업비밀 탈취 혐의에 대한 형사 재판이 기소 8년 만에 미국 법원에서 마침내 시작한다.

특히 이번 공판은 오는 9월 24일 백악관에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을 불과 2주 앞둔 시점에 시작돼, 미·중 정상 간의 외교·안보 담판을 앞두고 기술 패권 갈등을 다시 격화시키는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9월 8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뉴욕 브루클린 연방지방법원은 8일부터 화웨이 테크놀로지스와 주요 계열사를 피고로 하는 형사 사건의 배심원 선정 절차에 돌입한다.

미 연방 검찰이 화웨이를 전격 기소한 지 8년 만에 열리는 본안 공판으로, 검찰 측 증거 제출과 증인 신문에만 최소 3개월에서 최대 6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스카이콤' 통한 이란 우회 수출·6개 테크 기업 기술 탈취 등 12개 혐의

미국 법무부는 화웨이가 2007년 7월부터 전신 사기(Wire Fraud)와 불법 행위를 통해 부당 이득을 챙기기 위해 조직범죄 수준의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지목해 왔다.
정부는 공판을 앞둔 지난 4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위반 공모 등 2건의 혐의를 취하해 기소 범위를 다소 좁혔으나, 핵심 혐의를 포함한 총 12건의 중대 범죄 혐의는 그대로 유지했다.

화웨이는 미국 내 네트워크 장비 제조사, 통신 안테나 기술 기업, 차세대 메모리 하드웨어 아키텍처 기업 등 6개 미국 테크 기업의 핵심 영업비밀을 조직적으로 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의 뿌리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화웨이 창업주 런정페이의 딸인 멍완저우(Meng Wanzhou)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미국의 범죄인 인도 청구로 캐나다 밴쿠버 공항에서 체포되면서 미·중 간의 외교 대치와 화웨이에 대한 전방위 제재가 촉발됐다.
미 당국은 화웨이가 홍콩 기반의 위장 계열사 '스카이콤(Skycom)'을 통해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를 위반하고 통신장비를 운송했으며, 이를 은폐하기 위해 HSBC 등 글로벌 은행들에 허위정보를 제공해 달러 결제망을 불법 이용했다고 기소했다.

멍완저우 자백서 '증거 채택' 법원 결정… 화웨이 "정치적 조작" 맞서

이번 재판의 향방을 가를 최대 변수는 2021년 멍완저우 CFO가 체결한 합의 문서다.

멍완저우는 2021년 미국 검찰과 '기소유예 합의(DPA)'를 맺고 화웨이가 수출통제법 준수 여부에 대해 금융기관을 기망했음을 인정하는 4페이지 분량의 진술서에 서명한 뒤 중국으로 귀국했다.

화웨이 변호인단은 이 진술서가 화웨이 법인의 묵비권을 침해하므로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발했으나, 앤 도넬리(Ann Donnelly)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멍완저우가 사건 당시와 현재 모두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로 재직 중인 만큼 법인이 그의 행위와 거리를 둘 수 없다"며 화웨이 측의 기각 요청을 최종 기각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멍완저우의 자백 진술서를 화웨이 유죄 입증의 핵심 스모킹 건으로 법정에 제출할 수 있게 됐다.

반면 화웨이는 닛케이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의 기소 내러티브 전체가 명백한 거짓이며, 법에 따라 회사의 정당한 권익을 끝까지 수호할 것"이라며 전면 무죄를 주장했다.

화웨이 측은 문제가 된 거래 대부분이 미국 영토 밖에서 이뤄져 미국 형법의 역외 적용 대상이 아니며, 스카이콤은 합법적인 독립 사업 파트너일 뿐 위장 자회사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서방 제재 뚫고 부활한 화웨이… 유죄 판결 시 '동맹국 퇴출 압박' 재점화

미국은 2019년 화웨이를 상무부 수출 통제 블랙리스트(Entity List)에 올리고 연방통신위원회(FCC)를 통해 정부 보조금을 받는 통신망 내 화웨이 장비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웨이는 자국 내 칩 개발과 자동차 전장 부품,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로 사업 체질을 전환하며 지난해 사상 두 번째로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등 강력한 복원력을 보여줬다.

리지 리(Lizzi C. Lee) 아시아소사이어티 연구원은 "미국의 규제가 오히려 화웨이의 혁신 전략을 재편해 독자적인 현지 공급망을 구축하도록 강제했다"며 "화웨이의 부활은 서방 기술 통제의 의도치 않은 결과를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반면교사"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미칠 후폭풍은 상당하다.

제임스타운 재단의 서니 청(Sunny Cheung) 연구원은 "이번 재판 결과는 미국 내 제재 정당성을 법적으로 완벽히 굳히는 것을 넘어, 유럽 등 다른 동맹국들이 자국 통신 및 5G 인프라에서 화웨이를 완전히 배제하도록 압박하는 강력한 법적 명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화웨이의 미국 법정 대결은, 향후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기술 패권 갈등과 지식재산권 분쟁이 사법부 판결이라는 최고 수위의 대립 국면으로 비화하는 중대한 상징적 사건’인 동시에 ‘글로벌 빅테크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다국적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집행력이 시험대에 오른 역사적 재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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