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실질 소비 사실상 제자리…서비스 물가가 상승 주도
고유가·관세에 생활비 부담 지속…내달 PCE 산식 변경 변수
고유가·관세에 생활비 부담 지속…내달 PCE 산식 변경 변수
이미지 확대보기7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3.7% 올라 시장 전망을 웃돌았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 소비는 전월과 거의 변하지 않았다. 실질소득도 1년 전과 비교해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명목소득이 늘어도 미국 가계가 실제로 쓸 수 있는 구매력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은 26일(이하 현지시각) 7월 PCE 가격지수가 전월보다 0.2%, 전년 동월보다 3.7% 상승했다고 밝혔다고 CNBC와 A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전년 대비 상승률은 6월과 같았지만 시장 전망치 3.6%를 0.1%포인트 웃돌았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3.3% 올라 시장 예상과 일치했다.
◇휘발유 내렸지만 서비스 물가 0.3% 상승
품목별로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의 흐름이 엇갈렸다.
CNBC에 따르면 7월 상품 가격은 전월보다 0.1% 하락했다.
휘발유 등 에너지 관련 상품 가격이 2.7% 떨어졌고 가구와 내구성 가정용품 가격도 0.9% 하락했다.
반면 서비스 가격은 0.3% 상승했다.
금융서비스와 보험 가격이 1.2% 뛰었고 주택 관련 서비스 가격도 0.3% 올랐다.
AP는 의료와 공공요금, 금융서비스 등의 비용 상승이 휘발유 가격 하락 효과를 상쇄하면서 전체 물가를 높은 수준에 머물게 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PCE 물가 상승률은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했을 당시 2.9%에서 현재 3.7%까지 높아졌다.
국제유가와 휘발유 가격 상승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까지 겹치면서 물가 압력이 다시 커졌다는 분석이다.
◇명목소득 0.4% 늘어도 실질소득은 1년간 0.2%
표면적인 소득 수치는 비교적 양호했다.
7월 개인소득은 전월보다 0.4% 증가했다.
세금을 제외한 가처분 개인소득은 0.5% 늘었다.
시장 전망보다 높은 증가폭이었다.
하지만 물가를 감안하면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AP에 따르면 7월 미국인의 인플레이션 조정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불과 0.2% 증가했다.
최근 수개월 동안에는 실질소득이 전년 대비 감소하기도 했다.
지난 몇 년간 누적된 물가 상승으로 명목임금이 늘어도 생활수준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AP는 물가 상승률이 코로나19 이후 최고 수준이던 2022년의 7%대에서 크게 낮아졌지만 소비자들이 여전히 경제와 자신의 재정 상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실질소득 정체라고 분석했다.
◇7월 실질소비 사실상 증가 없어
가계 소비에서도 둔화 신호가 나타났다.
명목 PCE는 7월 전월보다 0.2%, 금액으로 363억달러 증가했다.
서비스 지출은 862억달러 늘었지만 상품 지출이 499억달러 감소하면서 증가폭을 제한했다.
가격 변동을 제거한 실질 PCE는 전월과 비교해 사실상 증가하지 않았다.
2분기 미국 소비가 비교적 강한 모습을 나타낸 것과 대조적이다.
별도로 발표된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정치에서 개인소비 증가율은 연율 3.4%로 상향 조정됐다.
그러나 7월 들어 실질 소비가 멈추면서 고물가가 앞으로 소비를 제약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의 개인 저축률도 7월 3.0%를 기록했다.
개인 저축 규모는 연율 7120억달러에 달했다.
◇“물가 실제보다 높게 잡혔다”…내달 산식 변경
이번 PCE 수치에는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AP에 따르면 상당수 경제학자는 현재 PCE 가격지수가 일부 서비스 가격을 산정하는 방식 때문에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보다 높게 계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항목이 자산운용과 금융자문 서비스다.
정부 통계에서는 주식시장이 오르면 ‘포트폴리오 관리 서비스’ 가격도 상승한 것으로 반영될 수 있다.
하지만 주가가 오른다고 해서 소비자가 실제로 금융서비스에 지불하는 비용이 같은 폭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소프트웨어 가격 산정에도 기업용 지출 일부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PCE는 원칙적으로 가계 소비만 측정해야 하는 지표다.
미 상무부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다음 달부터 일부 금융서비스와 소프트웨어·컴퓨터 관련 품목의 가격 산정방식을 변경할 예정이다.
경제학자들은 새로운 산식이 적용되면 연간 PCE 물가상승률이 현재보다 약 0.2%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재 3.7%라는 수치가 그대로 비교될 경우 약 3.5%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는 폭이다.
다만 이는 통계 산식 변경에 따른 효과로 실제 소비자 가격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8월 휘발유 다시 상승…물가 압력 재개 가능성
향후 물가 전망도 불확실하다.
7월에는 휘발유 가격 하락이 상품 물가를 낮추는 역할을 했지만 8월 들어 미국 휘발유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다.
AP가 인용한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10달러(약 5660원)까지 다시 상승했다.
이에 따라 8월 PCE 가격지수에는 에너지 가격 상승분이 다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와 중국을 상대로 새로운 관세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물가의 추가 변수다.
관세 비용이 수입업체와 유통업체를 거쳐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경우 상품 물가가 다시 상승할 수 있다.
◇연준, 동결이냐 추가 인상이냐 갈림길
이번 지표는 연준 내부의 금리 논쟁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근원 PCE의 월간 상승률 0.2%는 일부 연준 관계자들이 물가가 2% 목표로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전체 물가와 근원 물가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각각 3.7%, 3.3%로 여전히 목표치를 크게 웃돈다.
연준 내부에서는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며 인플레이션이 자연스럽게 둔화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과 추가 금리 인상으로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28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예정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연설에 쏠리고 있다.
AP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미국의 장기금리를 높여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등 가계의 차입비용까지 끌어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7월 물가 지표가 보여주는 미국 경제의 문제는 단순히 PCE 상승률이 3.7%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명목소득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실질소득은 1년간 0.2% 늘어나는 데 그쳤고 7월 실질 소비마저 사실상 정체됐다.
높은 물가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미국 가계의 구매력과 소비 여력을 동시에 압박하기 시작했는지가 향후 미국 경제와 연준 통화정책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