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수직 적층 병목 심화 속 글로벌 후공정 가치 급상승
미국 반도체법, 4500억 달러 유치… SK하이닉스 팹 지원 확정
아시아·태평양 4배 증설 맞서 각국 자립화 경쟁과 자본 부담
미국 반도체법, 4500억 달러 유치… SK하이닉스 팹 지원 확정
아시아·태평양 4배 증설 맞서 각국 자립화 경쟁과 자본 부담
이미지 확대보기연산 칩과 메모리를 잇는 적층 기술 제약이 심해지면서 미국에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기지를 짓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한 한국 메모리 산업의 후공정 역량도 시험대에 올랐다.
AI 투자 1000억 달러 돌파와 후공정 병목
벤처 자본은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벤처캐피털(VC) 시장조사기관 크런치베이스와 딜룸의 리포트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AI 벤처투자 규모는 2023년의 약 480억~490억 달러(약 66조9120억~68조3060억 원)보다 100% 이상 늘어나며 사상 최고치인 1000억 달러(약 139조4000억 원)를 돌파했다. 이는 2024년 집행된 전 세계 벤처 자금의 약 33%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미국 반도체 신생기업 역시 2024년 한 해에만 약 30억 달러(약 4조1820억 원)에 이르는 AI 관련 투자를 유치했다. 2023년 유치액인 13억 달러(약 1조8122억 원)와 비교해 약 123% 증가한 수치다. 거대언어모델(LLM)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순수 생성형 AI 분야 자금 조달 또한 2023년 240억 달러(약 33조4560억 원)에서 2024년 약 450억 달러(약 62조7300억 원)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자본 유입은 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CoWoS) 기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차세대 HBM 패키징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BCC리서치는 "인공지능이 설계 공정을 최적화하고 수율을 끌어올려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판도를 재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반도체법 4500억 달러와 대형 팹 각축
각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은 후공정 설비 증설의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법은 2022년 이후 4500억 달러(약 627조3000억 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이끌어냈다. TSMC는 애리조나주에 650억 달러(약 90조6100억 원) 이상을 투입하며 보조금 66억 달러(약 9조2004억 원)를 확정받았다.
OSAT 기업인 암코어 테크놀로지는 20억 달러(약 2조7880억 원) 규모 패키징 캠퍼스 조성에 보조금 4억 달러(약 5576억 원)를 받는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 HBM 패키징 공장에 38억7000만 달러(약 5조3948억 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4억5800만 달러(약 6385억 원)의 연방 보조금을 확보했다.
SK하이닉스는 이와 별도로 2027년 말 완공을 목표 삼아 129억2000만 달러(약 18조105억 원) 규모 패키징·테스트 시설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대만 ASE 테크놀로지 홀딩스는 이종 집적 기술을 넓히며 2025년 첨단 패키징 매출이 16억 달러(약 2조2304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 편중 완화 전략과 중복 투자 위험
현재 첨단 패키징 생산 능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엔비디아 집계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패키징 역량은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4배가량 커졌다. 공급망 쏠림에 대응해 각국은 설비 내재화에 나섰다.
중국은 470억 달러(약 65조5180억 원) 규모 빅펀드 3기와 82억 달러(약 11조4308억 원) 규모 국가 AI 펀드를 가동했다. 유럽에서는 실리콘박스가 유럽연합 지원금 14억 유로(약 2조2708억 원)를 등에 업고 이탈리아 북부에 36억 유로(약 5조8392억 원) 규모 패널레벨패키징 공장을 짓는다. 일본 라피더스는 공정 확보를 위해 정부 자금 52억 달러(약 7조2488억 원)를 받았다.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생태계 중복 구축은 자본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AI 모델 개발 주기에 발맞춰 설비를 급격히 늘려야 하는 점도 기업들에 재무 부담을 안긴다.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용 GPU 생산량이 2026년 말 74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TSMC의 CoWoS 생산 라인은 2026년분까지 예약이 끝난 상태다. 공급망 병목이 이어지는 동안 독자적인 후공정 수율과 차세대 패키징 생태계를 신속히 쥐는 기업이 시장 재편의 주도권을 잡을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