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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스크 939억달러 계약…웨스턴디지털 투자논리는 그대로

웨스턴디지털은 HDD 집중…하이퍼스케일러·울트라SMR·HAMR이 핵심

웨스턴디지털의 HDD 제품 상자와 샌디스크의 메모리카드 제품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웨스턴디지털의 HDD 제품 상자와 샌디스크의 메모리카드 제품들. 사진=로이터


세계 3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업체 가운데 하나인 웨스턴디지털에서 분사한 샌디스크가 939억달러(약 132조9000억원)에 달하는 장기 고객 계약을 확보하면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발 저장장치 수요의 강도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그러나 이 막대한 계약액이 웨스턴디지털의 실적으로 직접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플래시메모리 사업을 분리한 뒤 샌디스크는 낸드플래시, 웨스턴디지털은 HDD에 각각 집중하는 독립 기업이 됐기 때문이다.
투자 전문매체 심플리월스트리트는 샌디스크가 최근 투자자의 날에서 939억달러 규모의 고객 계약을 공개한 것이 웨스턴디지털의 투자 논리에 어떤 신호를 보내는지 17일(현지시각) 분석했다.

◇샌디스크, 8개 고객서 최소 133조원 매출 확보

심플리월스트리트에 따르면 샌디스크가 공개한 939억달러는 가격 하한을 적용했을 때 장기계약에서 발생할 최소 계약 매출이다.

샌디스크는 데이터센터, 엣지 부문의 고객 8곳과 새로운 사업모델(NBM)에 따른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가중평균 4년 이상이며 최장 5년에 이른다.
2027회계연도에는 생산 비트의 절반, 2028회계연도에는 약 3분의 2가 이들 계약에 묶여 있다. 가격은 고정 요소와 변동 요소를 결합하되 변동 가격에도 하한과 상한을 두는 구조다.

샌디스크의 분기 말 잔여 수행의무(RPO)는 598억달러(약 84조6000억원)다. 분기 종료 이후 체결한 계약 2건까지 포함하면 911억달러(약 128조9000억원)로 늘어난다.

고객들이 제공한 현금 예치금과 금융보증도 165억달러(약 23조3000억원)에 달한다. 고객이 계약상 구매 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샌디스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샌디스크는 이 같은 장기계약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약 80%의 매출총이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939억달러는 WDC 계약 아니다

웨스턴디지털 투자자에게 중요한 점은 이 939억달러가 웨스턴디지털의 계약 잔고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웨스턴디지털은 지난해 플래시메모리 사업을 샌디스크로 분사하면서 HDD 중심의 독립 기업으로 재편됐다. 샌디스크가 확보한 장기 낸드 계약과 이에 따른 매출은 웨스턴디지털의 실적에 포함되지 않는다.

심플리월스트리트는 이에 따라 샌디스크의 대규모 계약이 웨스턴디지털의 기존 투자 논리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사안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웨스턴디지털의 핵심 투자 논리는 여전히 대형 하이퍼스케일러 고객과의 긴밀한 관계, ePMR과 울트라SMR 기술의 채택 확대, 차세대 HAMR 기술로의 전환에 달려 있다. 샌디스크의 낸드 사업에서 발생하는 높은 마진은 이제 웨스턴디지털의 수익원이 아니다.

웨스턴디지털의 최근 실적도 HDD 사업 자체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2026회계연도 4분기 매출은 37억5000만달러(약 5조30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44% 증가했다. 비일반회계기준 매출총이익률은 54.4%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2027회계연도 1분기 매출을 41억달러(약 5조8000억원)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다.

◇분사로 성장동력 선명해졌지만 위험도 분리

샌디스크의 장기계약 확대는 AI 데이터센터가 낸드플래시와 HDD 양쪽에서 대규모 저장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웨스턴디지털에도 긍정적인 산업 신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두 회사가 분리된 만큼 투자자들이 따져야 할 성장동력도 달라졌다.

샌디스크는 장기 낸드 공급계약과 높은 수익성, AI 추론용 저장장치 수요 확대가 핵심인 반면 웨스턴디지털은 하이퍼스케일러의 대용량 HDD 수요와 제품 기술 전환이 실적을 좌우한다.

심플리월스트리트는 “샌디스크의 전망이 오히려 웨스턴디지털 투자 논리의 위험 요인 하나를 더욱 분명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사업 분리 이후 웨스턴디지털이 과거보다 좁은 기술 영역에 의존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향후 웨스턴디지털에서는 하이퍼스케일러와의 다년 계약이 지속되는지, 울트라SMR 제품 채택이 순조롭게 확대되는지, 차세대 HAMR 제품 전환이 계획대로 진행되는지가 주요 관전 요인으로 꼽힌다.

샌디스크의 939억달러 장기계약은 웨스턴디지털의 계약이 아니지만 두 회사가 분리된 뒤 AI 저장장치 시장에서 각자 어떤 성장 경로를 걷고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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