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임대계약·빅테크 신용 결합한 금융 구조 확산
상반기 자본시장 수수료 3조4000억원…골드만 제치고 세계 2위
상반기 자본시장 수수료 3조4000억원…골드만 제치고 세계 2위
이미지 확대보기모건스탠리가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에 수백억달러를 공급하는 새로운 금융 구조를 잇달아 설계하며 월가의 AI 인프라 자금조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모건스탠리가 지난해부터 규모가 크고 구조가 복잡한 AI 인프라 금융 거래에서 핵심 자문사로 부상했다고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모건스탠리가 주도한 거래에는 구글이 뒷받침한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테라울프의 32억달러(약 4조7400억원) 채권과 메타의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 사업을 위한 270억달러(약 40조원) 규모 부채 조달이 포함됐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브로드컴의 350억달러(약 51조8200억원) 규모 반도체 금융 거래에도 자문사로 참여했다.
◇ 자본시장 수수료 64% 증가…골드만 제쳐
AI 관련 거래 확대에 힘입어 모건스탠리의 올해 상반기 채권·주식 자본시장 수수료는 23억달러(약 3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억달러(약 2조700억원)보다 약 64% 증가했다.
모건스탠리는 자본시장 수수료 순위에서 오랜 경쟁사인 골드만삭스를 제치고 JP모건체이스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위는 4위였다.
AI가 기술산업뿐 아니라 자본시장 구조까지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들은 전통적인 프로젝트 금융이나 기업 대출에만 의존하지 않고 장기 컴퓨팅 이용계약과 빅테크 기업의 신용을 결합해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할 수 있는 채권을 만들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AI 인프라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의 범위를 크게 넓혔다. 반면 금융시장이 향후 AI 컴퓨팅 수요에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는 결과도 낳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향후 수년간 AI 인프라 구축에 10조달러(약 1경4805조원)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 구글 지급보강에 데이터센터 금융비용 절반
FT에 따르면 대규모 자금을 비교적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하이퍼스케일러의 우량한 재무구조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 기업이 데이터센터 장기 임대료 지급을 보증하면 자금조달 비용이 보증이 없을 때와 비교해 절반가량으로 낮아진다고 모건스탠리는 설명했다.
모건스탠리의 윌리엄 그레이엄 레버리지금융 공동책임자가 이끄는 팀은 테라울프 거래에서 전통적인 채권과 프로젝트 금융의 특성을 결합했다.
일반 신용투자자에게 폭넓게 판매할 수 있는 채권에 구글의 지급보강을 붙이고 프로젝트 대출에 사용되는 투자자 보호 장치도 추가했다. 해당 데이터센터 용량의 대부분은 앤트로픽이 사용할 예정이라고 사안을 아는 관계자들은 밝혔다.
테라울프는 이 구조를 통해 7.75%의 수익률로 32억달러를 조달했다. 보험사,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 기존 프로젝트 금융에 참여하지 않던 투자자들도 데이터센터 건설 자금 공급에 참여했다.
모건스탠리는 임대료를 별도 계좌에 보관한 뒤 채권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록박스’와 추가 담보도 도입했다.
테라울프 거래 이후 모건스탠리가 판매한 데이터센터 건설채권은 400억달러(약 59조2200억원)를 넘어섰다. 모건스탠리는 해당 금융 구조를 아시아와 유럽 시장으로도 확대하고 있다.
그레이엄 공동책임자는 AI 인프라 채권이 앞으로 신규 비투자등급 채권 발행의 대부분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를 최근 20년간 채권시장에서 처음 등장한 새로운 분야라고 평가했다.
◇ 데이터센터 넘어 GPU도 별도 금융
모건스탠리는 데이터센터 건물뿐 아니라 AI 연산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로 금융 대상을 넓혔다.
모건스탠리와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은 지난 5월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가 엔비디아 GPU를 구매하고 설치할 수 있도록 31억달러(약 4조5900억원) 규모 대출을 주선했다.
GPU 금융을 다수 금융기관과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신디케이트론으로 구성한 첫 사례였다. 이 대출에는 약 200억달러(약 29조6100억원)의 투자 수요가 몰렸다.
새 금융 구조에서는 데이터센터 건물과 GPU를 분리해 자금을 조달한다. 건물은 장기 임대계약을 담보로 금융을 일으키고 GPU는 일정한 사용량이나 대금을 보장하는 장기 의무사용계약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GPU 자체도 담보에 포함되지만 신용투자자들은 장비의 중고 가치보다 해당 GPU를 장기간 사용하기로 계약한 기업의 신용도를 더 중요하게 평가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3월 하이퍼스케일러와의 계약을 기반으로 한 코어위브의 85억달러(약 12조5800억원) 규모 GPU 대출을 기준금리보다 2.25%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발행했다.
반면 지난 5월 두 AI 연구기업의 계약을 기반으로 조달한 대출에는 기준금리보다 4.5%포인트 높은 금리가 적용됐다.
◇ AI 연구기업 신용도가 위험 변수
하이퍼스케일러의 재무구조에서 실제 컴퓨팅 용량을 사용하는 AI 연구기업 쪽으로 금융이 이동할수록 기초 신용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은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일부 경쟁 은행들은 미국 지역사회에서 데이터센터에 대한 반감이 커진 상황에서 이 분야의 최대 금융사로 알려지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제러미 바넘 JP모건 최고재무책임자도 최근 일부 데이터센터 금융 거래의 대출 조건을 검토한 뒤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라지 조시 선임부사장은 앤트로픽과 오픈AI의 재무 건전성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시 부사장은 현재 진행되는 AI 설비투자 주기는 역사적으로 비교할 사례를 찾기 어려운 규모라며 위험을 판단할 기존 지침도 없다고 진단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