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EU, ‘안보 위협’ 이유로 中 전력망 인버터 금지… 청정에너지 장벽 속 딜레마 확산

뮌헨 ‘더 스마트 E 유럽’ 전시회서 중국 점유율 입증, 차단막 무색
EU 집행위원회, 사이버 보안 빌미로 中 인버터 및 PCS 조달 금지… 연간 설치량 5분의 1 타격
中 배제 시 전력망 비용 최소 20~40% 상승… 마진 마른 유럽 친환경 인프라 사업자들 ‘비상’
유럽연합(EU) 깃발.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연합(EU) 깃발. 사진=로이터
기후 위기에 따른 극심한 가혹한 폭염이 대륙을 덮친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친환경 하드웨어 기술에 대한 과도한 의존 장벽을 허물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EU 당국이 사이버 보안 위협과 안보 취약성을 명분으로 태양광·배터리의 핵심 장비인 중국산 인버터 조달 금지령을 발동하자, 가뜩이나 가혹한 폭염으로 전력난을 겪고 있는 현지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업계가 마진 압박과 비용 폭등이라는 직격탄을 맞으며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최근 독일 뮌헨에서 폐막한 유럽 최대 태양광 및 에너지 저장 장치(ESS) 박람회인 ‘더 스마트 E 유럽(The Smarter E Europe)’ 현장에서는 대륙 전역의 빗장을 걸어 잠그려는 EU 지도부의 강력한 규제 조치와 이미 현지 생태계의 뿌리까지 통제하고 있는 중국 기술력 간의 첨예한 병목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주위 둘러보면 온통 중국뿐”… 뮌헨 전시회 장악한 대륙의 물량 공세


올해 박람회에 참가한 총 2,650여 개 글로벌 에너지 기업 중 공식 등록지 기준 중국계 기업은 무려 750여 개에 달해, 주최국인 독일을 제외하고 가장 압도적인 외형을 자랑했다. 다국적 자본의 유입 경로상 제3국에 우회 등록된 법인까지 촘촘히 계산하면 실질적인 중국계 자산 비중은 대륙 전체 출품작의 과반을 넘어선다는 평가다.

독일의 한 선도적인 가정용 배터리 제조업체 홍보 책임자는 인터뷰를 통해 “유럽 내에서 유통되는 재생에너지 하드웨어 중 중국산 부품이나 기술이 단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제품은 단언컨대 단 한 개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중국 기업들은 우리에게 가혹한 경쟁자인 동시에 절대적인 핵심 공급업체(공급망 상하류 독점)이며, 현실적으로 이들과의 완전한 분리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고백했다.

특히 프랑스, 벨기에, 독일, 폴란드 등 유럽 전역에 두 번째 메가 폭염이 닥치면서 선풍기와 에어컨 가동을 위한 전력망의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하자, 가성비가 우수한 중국산 냉방 공조 장치와 태양광 저장 장치 수송 물량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역설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EU의 기습 빗장… 공공 프로젝트서 중국산 인버터·PCS 전면 퇴출


유럽 민간 시장의 뜨거운 구애와 달리, 브뤼셀의 행정 방어벽은 한층 단단해졌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전시회 개막 직전, EU 자금이 투입되는 모든 친환경 시범 프로젝트에서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저장장치에서 생산된 전기를 전력망으로 변환해 주는 핵심 장비인 중국산 ‘인버터(Inverter)’의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이 규제 족쇄는 인버터의 핵심 두뇌에 해당하는 전력 변환 시스템(PCS)과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까지 통째로 저격해 상업용 대형 ESS 인프라 전체를 마비시키고 있다.

로이터 통신의 거시경제 모델링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인해 즉각 가동이 중단되거나 규제 펜스에 걸린 신규 태양광 발전 용량은 최소 14기가와트에 달한다. 이는 EU 전체 연간 태양광 설치량의 5분의 1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문제는 유럽 현지 제조업체들이 생산하는 인버터 가격이 중국산 단가보다 최소 20%에서 최대 40%까지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점이다. 이는 전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설계 비용을 약 2%가량 추가로 인상시키는 나비효과를 불러온다.

안 그래도 고금리와 원자재 경색 탓에 가계와 민간 투자사들의 마진이 바짝 마른 상황에서 인위적인 단가 인상은 유럽 친환경 인프라 산업 전체의 투자 정체와 동결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경고가 쏟아진다.

금지 조치 비웃는 중국의 하이테크 파상 공세… “진짜 무서운 것은 규제의 춤”


하지만 브뤼셀의 파격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전시회장에 진을 친 중국 대기업들은 후퇴는커녕 인공지능(AI)과 신소재를 결합한 차세대 독점 기술을 뿜어내며 기세를 올렸다.

세계 최대 인버터 제조 공룡인 화웨이(Huawei)는 대형 부스를 차려놓고 유럽 주요 유통사들과 대규모 공급 계약을 속행했으며, 선그로우(Sungrow)는 규제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폴란드에 유럽 최초의 현지 인버터 공장 건립 청사진을 전격 발표했다.

CATL은 세계 최초로 전력망용 대용량 ‘나트륨 이온’ 배터리 저장 시스템을 기습 공개해 하드웨어 기술 격차를 과시했다.

대형 국책 프로젝트를 지휘하는 한 중국 태양광 기업의 고위 임원은 “EU 자금줄이 막힌 공공 부문에서는 비중국산 인버터를 끼워 넣는 우회 실리 전술로 방어벽을 깨부수고 있으며, 민간 주거용 홈 배터리 시장은 제재 영역 밖이라 매출 타격이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중국 테크 기업들이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준수 난이도가 아니라 브뤼셀 당국의 무역 보호주의 기조가 부르는 ‘예측 불가능한 규제의 춤’이다.

EU는 이번 인버터 금지령을 시작으로, 사이버보안법을 대대적으로 개정해 아예 시장 전체에서 중국 기업을 ‘고위험 공급업체’로 지정하고 상업은행 대출과 민간 자금 조달 통로까지 원천 차단하는 가혹한 추가 빗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 역시 즉각 보복의 칼날을 갈고 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EU가 명백한 물증이나 과학적 증거도 없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중국을 고위험 국가로 낙인찍었다”며 “이러한 차별적 통상 장벽은 양국의 구조적 대립 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며, 정당한 자국 자산 보호를 위해 상응하는 경제적 보복 조치를 단행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리창 총리가 여름 다보스에서 친환경 기술 상생을 외친 지 불과 수일 만에 서방과 대륙의 안보 갈등은 되돌릴 수 없는 정면충돌 경로로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