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석탄·가스 의존 및 전력 보조금 전무해 동남아 최고 수준 요금 부과
중동 분쟁 이후 최대 전력회사 메랄코 요금 10% 인상… 중산층 소득의 12% 전력비로 지출
5월까지 中 태양광 패널 수입 145% 폭증… 현지 설치업체 문의 전년 대비 2.5배 폭발
중동 분쟁 이후 최대 전력회사 메랄코 요금 10% 인상… 중산층 소득의 12% 전력비로 지출
5월까지 中 태양광 패널 수입 145% 폭증… 현지 설치업체 문의 전년 대비 2.5배 폭발
이미지 확대보기전력 보조금이 거의 없어 동남아시아에서 주거용 전기 요금이 가장 비싼 필리핀은 올해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전 세계에서 지붕형 태양광 장비에 가장 많은 돈을 쏟아붓는 핵심 시장으로 전격 재편되는 모양새다.
29일(현지시각) 로이터(Reuters) 통신 보도에 따르면, 필리핀 최대 전력 유통 회사인 메랄코(Meralco)는 지난 2월 말 중동 분쟁이 시작된 이후 주거용 전기 요금을 10% 추가 인상했다.
이로 인해 필리핀의 평균적인 가구(3인 기준 월평균 200킬로와트시 소비 가정)는 매달 벌어들이는 총소득의 무려 12%를 오롯이 전기 요금을 납부하는 데 지출하며 가혹한 가계 재정 압박을 겪고 있다.
“중산층 3분의 1은 태양광 깔 것”… 3달간 중국산 패널 수입액 145% 폭증
필리핀은 인근 싱가포르와 더불어 동남아에서 주거용 전력 보조금 혜택이 거의 없는 대표적인 국가다. 다만 싱가포르 시민들의 평균 구매력이 필리핀보다 약 13배나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필리핀 서민층이 체감하는 에너지 고물가 충격은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마닐라에 거주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에이드리언 사바테라는 “수년간 비싼 단가 때문에 망설였으나 제품 가격은 내리고 전기료는 뛰면서 결국 57만 페소(약 1,437만 원)를 들여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했다”며 “향후 중산층 인구의 3분의 1이 이 대열에 합류해도 전혀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지붕형 태양광 설치 열풍은 무역 통계에서도 그대로 증명된다. 전 세계 태양광 패널 공급망의 하류 유동성을 독점 장악한 중국의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3개월간 필리핀이 수입한 중국산 태양광 패널 자산 규모는 4억 700만 달러(약 7,25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45%나 수직 상승했다.
중국 정부가 세금 환급 혜택을 폐지하면서 5월 중국의 전체 패널 출하량이 13%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을 향한 수출 물량은 오히려 30% 가까이 기습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서류상 유럽의 네덜란드가 더 큰 시장으로 잡히지만, 이는 다른 유럽 영토로 보낼 물량을 잠시 보관하는 단순 경유지(통과 허브)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최종 소비 시장 기준으로는 필리핀이 세계 선두 주자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설치 문의 하루 3,000건 쇄도… 비용 회수 기간 3.1년으로 뚝 떨어져
마닐라 소재의 태양광 시공 업체인 ‘필러지 저먼 솔라(Philergy German Solar)’의 요헨 스타우더 대표는 “올해 상반기 고객 문의량이 지난해 전체 대비 2.5배 이상 폭증했으며, 한창 수요가 몰릴 때는 하루에만 3,000건의 상담 전화가 폭주했다”며 “전기 요금 폭등에 직면한 소비자들이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계약 도장을 찍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의 알니 데모랄 분석가는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경우, 향후 2년 안에 필리핀 전역의 민간 분산형 태양광 발전 용량이 현재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해 정부 주도의 대형 상업용 태양광 기지 전체 생산량과 맞먹는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라 내다봤다.
특히 전기 요금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과거 4년이 걸리던 자본 투자 비용 회수 기간(손익분기점)이 3.1년으로 대폭 단축된 점이 수요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마닐라의 자영업자 제이슨 포르치운쿨라는 “지난 1월 배터리 저장 장치(ESS)를 포함한 12킬로와트급 시스템을 지붕에 올린 덕분에, 요금 폭탄이 떨어진 5월에도 전력 청구서 단가를 평소의 5분의 1 수준인 4,200페소로 방어해 가계 마진을 지켜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필리핀의 전체 전력 소비량 중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4% 미만으로, 향후 확장 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자국 통화 가치 하락과 수입 석탄 의존이 만든 인플레이션… 비싼 초기 비용은 숙제
필리핀 전력망이 이토록 취약해진 근본적인 원인은 가혹한 수입 의존형 에너지 구조에 있다.
필리핀은 발전용 석탄과 가스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중동 분쟁 여파로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자국 통화 가치까지 약세를 면치 못하자 전기 요금이 동반 폭등하며 국가 전체 인플레이션을 수년 만에 최고치로 끌어올리고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부침을 겪어왔다.
다만 대중화로 가기 위한 해결 과제도 만만치 않다. 뉴 에너지 넥서스(New Energy Nexus)의 브렌다 발레리오 필리핀 디렉터는 “일부 유통업자들의 핵심 부품 독점 행위와 널뛰는 장비 단가, 부실한 품질 검사 시스템 탓에 시공 속도가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필리핀 가구의 평균 연간 소득(353,200페소)을 훌쩍 뛰어넘는 비싼 초기 설치 비용 장벽도 걸림돌이다. 필리핀 정부가 서민층을 돕기 위해 연 5%의 저리로 최대 50만 페소까지 태양광 대출을 지원하는 보완책을 내놓았으나, 정작 혜택 대상에서 대다수 민간 부문 근로자들을 제외하는 정책적 허점을 드러내며 한계를 보이고 있다.
강대국의 무역 전쟁 포화와 지정학적 원자재 경색 속에서, 수입 연료의 의존 장벽을 깨부수고 지붕 위 청정에너지 주권을 사수하려는 필리핀의 대담한 에너지 전환 실험과 이 거대한 블루오션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자본가들의 매서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