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엔테·수르 솔라' 최종 무산… 우회 송전망 구축 시 총투자비 40% 폭등 추산
IRR 3%대 전락, 자본비용 밑돌아… 허가 얻고도 '고립 자산' 전락하는 유럽 전력망의 비극
IRR 3%대 전락, 자본비용 밑돌아… 허가 얻고도 '고립 자산' 전락하는 유럽 전력망의 비극
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재생에너지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던 한화가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추진하던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전격 철회했다.
스페인 현지 매체 엘콘시소(elconciso.es)가 22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한화에너지의 유럽 법인 자회사인 'HECE 레노바블레스(Renovables)'는 카디스주 로스바리오스 지역에 계획했던 태양광 개발 사업을 포기했다.
초기 설계한 송전망 인프라의 기술적 한계와 현지 환경 규제로 인한 경제성 저하가 발목을 잡았다. 이번 사태는 유럽연합(EU)의 탄소중립 드라이브 속에서도 전력 계통 인프라의 낙후성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에 치명적인 암초가 될 수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CAPEX 40% 폭등에 IRR 붕괴… '물리적 연결'의 장벽
두 프로젝트는 지난해 12월 29일 안달루시아 지방정부의 최종 건설 승인을 획득하며 올해 내 동시 착공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최종 설계 단계에서 송전선로 배치 노선이 인접 시설과의 거리·교차 규정을 위반하는 기술적 난관에 봉착했다.
에너지 인프라 업계에 따르면 규제를 우회하는 새 송전선로를 구축할 경우, 총투자비(CAPEX)가 당초 계획했던 800만 유로(약 140억 원) 대비 최소 30%에서 최대 40% 이상 폭등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의 내부수익률(IRR)이 당초 기대치인 8% 안팎에서 상업화 기준선(4%)을 밑되는 3%대까지 붕괴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유럽 태양광 프로젝트의 평균 자본비용(WACC)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로, 사실상 투자 지속이 불가능한 구간이다. 한화는 추가 CAPEX 투입을 전면 차단해 손실을 제한하겠다는 방어적 의사결정 하에 지난 4월 22일 안달루시아 당국에 사업 철회 신청서를 제출했고, 지방정부가 이달 22일 이를 최종 수용하면서 건설 허가는 공식 취소됐다.
안달루시아의 비대칭적 괴리… '승인'과 '인출'은 다르다
이번 철회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된 계통 병목 현상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례다. 안달루시아는 유럽 내에서 일조량이 가장 풍부해 민간 개발사의 태양광 발전 설비가 집중된 과밀 지역이다.
그러나 발전소는 민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난 반면, 송전망은 주민 수용성 악화와 까다로운 환경 허가 탓에 국영 송전망 운영사(TSO) 중심의 공공 규제 체계에 묶여 확충이 지연되는 구조적 비대칭성이 누적되어 왔다.
특히 유럽 재생에너지 시장에서는 단순 접속 신청(Queue)이나 허가 용량 승인(Permitted capacity)을 받았다고 해서 사업이 보장되지 않는다. 생산된 전력을 실제로 실어 나를 수 있는 '물리적 계통 연결(Deliverability)' 가능 여부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발전소를 지어도 전력을 실제로 시장에 판매할 수 없는 '고립 자산(stranded asset)'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 철회가 한화의 스페인 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 전체의 붕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화는 인근 산로케 지역에서 추진 중인 '가르비'와 '김치' 태양광 프로젝트를 예정대로 전개하고 있으며, 2024년 말 론칭한 현지 전력 리테일 브랜드 '이매진 에너지'를 통한 다운스트림 사업도 유지한다.
업계에서는 유럽 재생에너지 시장은 단순 인허가보다 실제 전력 인출이 가능한 물리적 계통 확보가 더 큰 장벽으로, 이번 철회는 계통 리스크가 높은 순수 개발형 자산보다 리테일과 에너지저장장치(ESS) 기반의 다운스트림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한화의 전략적 조정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서학개미와 국내 투자자가 지켜봐야 할 체크포인트
이제 투자자는 ‘발전 용량’이 아니라 ‘계통 접근성’을 먼저 봐야 한다. 향후 유럽 태양광 시장의 승패는 발전 효율이 아닌 전력망 접속 권한 확보에 달려 있으며, 투자자가 당장 확인해야 할 지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물리적 계통 연결(Deliverability) 리스크 검증이다. 단순 서류상 발전 허가 승인 여부에 속지 말고, 실제 송전로의 여유 용량과 변전소 연결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는지 확인해야 자산 매몰 위험을 막는다.
둘째, 통합 다운스트림 및 ESS 포트폴리오 다각화다. 전력망 병목에 따른 가동 중단(Curtailment)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연계 사업 및 리테일 판매망을 독자적으로 보유했는지 평가해야 한다.
셋째, 유럽 전력망 투자 인프라 수혜주 선별이다. 계통 병목 해결이 유로존의 최우선 과제로 부각됨에 따라 스페인 국영 송전망 운영사 레데이아(Redeia)를 비롯해 지멘스 에너지(Siemens Energy), 이베르드로라(Iberdrola) 등 유럽 TSO 및 네트워크 투자 기업의 수혜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