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닛산 정기 주주총회, 주거래 은행 출신 나가이 모토오 사외이사 재선임안 부결
최대 주주 르노의 '기권' 및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글래스루이스의 '독립성 훼손' 반대 권고 적중
일본 재계 만연한 은행 출신 '낙하산' 관행에 철퇴… 닛산 주가 장중 2.6%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
최대 주주 르노의 '기권' 및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글래스루이스의 '독립성 훼손' 반대 권고 적중
일본 재계 만연한 은행 출신 '낙하산' 관행에 철퇴… 닛산 주가 장중 2.6%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
이미지 확대보기닛산자동차의 막후 실세로 꼽히던 나가이 모토오 사외이사의 재선임이 주주총회에서 전격 부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최대 주주인 프랑스 르노자동차가 지지를 철회한 데다, 주거래 은행 출신 인사라는 점이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의 '독립성' 훼손으로 지적받은 결과다. 일본 기업 사회에 만연한 '주거래 은행 출신 사외이사' 관행에 강력한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장이 직접 분리 표결… '그림자 실세'의 불명예 퇴진
23일 일본 요코하마 시내에서 열린 닛산자동차 정기 주주총회에서 나가이 모토오(72) 사외이사의 재선임안이 최종 부결됐다. 주총 의장을 맡은 이반 에스피노사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표결 직전 이례적으로 나가이 이사의 재선임안만 분리해 표결에 부치는 강수를 뒀다. 그 결과 나머지 11명의 이사 선임안은 무사히 통과됐으나, 나가이 이사만 유일하게 주주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나가이 이사는 닛산의 핵심 주거래 은행인 일본흥업은행(현 미즈호은행) 출신이다. 2014년 사외 감사역으로 닛산에 합류해 2019년 사외이사로 취임했다. 특히 감사위원장을 맡으면서 감사·지명·보수 등 3대 법정 위원회에 모두 소속된 유일한 이사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이른바 '그림자 실세'로 불려왔다.
르노의 기권과 자문사의 반대 권고… "독립성 없다"
그의 낙마를 주도한 것은 닛산의 대주주인 르노다. 르노 측은 주총 직전 닛산 측에 나가이 이사의 재선임에 찬성하지 않고 '기권'하겠다는 의사를 사전 통보하며 선을 그었다.
여기에 글로벌 양대 의결권 행사 자문사인 ISS(인스티튜셔널 쉐어홀더 서비시즈)와 글래스루이스가 치명타를 날렸다. 두 자문사는 주거래 은행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이사회 내 견제 역할을 수행해야 할 사외이사로서의 독립성에 심각한 의구심이 든다"며 선임 반대를 적극 권고했다. 지난해 주총에서 91.53%의 압도적 찬성률을 기록했던 그가 불과 1년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된 결정적 이유다.
다만, 같은 미즈호은행 출신으로 르노가 기권 의사를 밝혔던 신임 사외이사 후보 신보 준이치(65)의 선임안은 간신히 승인됐다.
주가 연중 최저치 추락… "거버넌스 잣대 엄격해질 것"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날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산의 주가는 경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겹치며 장중 한때 전 거래일 대비 2.6% 하락한 309.2엔까지 밀려났다. 이는 2025년 7월 이후 약 11개월 만에 기록한 최저치로,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약 20%나 폭락한 상태다. 닛산 측은 구체적인 이사 선임 찬반 비율을 24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일본 재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 상장기업들 사이에서는 자금줄을 쥐고 있는 주거래 은행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관행이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 하지만 닛산 주총을 계기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이러한 관행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거버넌스 잣대가 한층 엄격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이날 통과된 11명의 이사진 가운데 발레리 랑동(Valerie Landon)과 티머시 라이언(Timothy Ryan) 등 2명은 르노 측이 직접 지명한 인사로, 향후 이사회 내에서 르노의 입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