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빅테크 첨단 공정 확보난 속 '멀티 파운드리' 전략 가동
미국 텍사스 공장 공급망 프리미엄… 비메모리 실적 전환국면 분수령
미국 텍사스 공장 공급망 프리미엄… 비메모리 실적 전환국면 분수령
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대만 TSMC의 첨단 생산라인 확보에 비상이 걸리자, 구글과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17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TSMC의 3나노미터(nm)와 5나노미터 공정 부족이 심화함에 따라 주요 기업들이 공급망 위험을 분산하는 '멀티 파운드리 헤징'을 본격화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와 애플 등이 TSMC 첨단 공정 물량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중견 빅테크 고객사들의 리드타임(주문부터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고 70주 이상으로 평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상황이다.
구글은 오는 2028년 출시를 목표로 하는 자체 프로세서의 위탁생산을 삼성전자와 논의 중이며, 인공지능 반도체인 텐서처리장치(TPU) 물량의 일부도 이르면 2028년부터 삼성전자에 아웃소싱하는 방안을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역시 차세대 차량용 인공지능 칩인 'AI6' 주요 물량을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첨단 패키징 병목이 부른 다변화… 지리적 이점도 한몫
퀄컴이 과거부터 두 회사의 생산 능력을 나누어 활용해 온 것처럼, 이제는 구글과 테슬라 같은 거대 기술기업들이 독점적 공급망에서 벗어나 병렬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AMD 또한 오는 2028년 이후 양산할 중앙처리장치(CPU) 제조 파트너십을 삼성전자와 논의하기 시작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반도체 스타트업 그로크(Groq)의 언어처리장치(LPU)를 위탁생산하며 첨단 공정 양산 레퍼런스를 쌓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국 내 자국 생산을 중시하는 기조 속에 삼성전자의 텍사스 오스틴·테일러 팹은 미·중 갈등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지리적 프리미엄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수율 한계 넘는 '즉시 생산' 가치의 부각
과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TSMC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수율 탓에 대형 고객사 유치에 난항을 겪었다. 그러나 TSMC의 가동률이 100%를 상회하고 공급 정체가 장기화하면서 시장의 프레임이 바뀌고 있다.
수율 경쟁에서 '가동률 경쟁'으로 시장의 평가 기준이 이동하면서, 지금은 완벽한 수율보다 '원하는 시기에 즉시 제품을 찍어낼 수 있는 가용 캐파'가 더 중요해진 덕분이다.
삼성전자의 충분한 생산 능력이 낮은 수율의 불리함을 상쇄하는 매력적인 대안이 된 셈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는 2026년 1분기 매출 6조 9000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의 6조 원보다 15.0% 성장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인공지능 특수가 비메모리 부문의 가동률 회복과 맞물리며 고정비 부담을 줄이는 낙수효과를 내고 있다. 실리콘 애널리스트 등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TSMC의 첨단 패키징 라인이 2027년 물량까지 밀려 있는 반면, 삼성의 가용 라인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즉시 투입이 가능한 구조다.
단기 실적 호전 속 중장기 기술 검증의 기로
단기적으로 삼성전자는 미국 팹을 비롯한 첨단 라인의 가동률을 끌어올려 실적 호전의 추진력을 마련할 수 있다. 양산 경험이 쌓일수록 미세공정의 수율 제고와 공정 안정화 속도 역시 빨라질 전망이다. 다변화 수요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비메모리 사업의 흑자 구조 전환국면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3나노 이하 미세공정의 완벽한 품질 검증이 과제로 남는다. 빅테크 기업들이 공정 설계를 변경하고 다원화 생산을 추진하는 데는 막대한 추가 연구개발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이번 수요 유입이 일시적인 캐파 대체에 그칠지, 혹은 구조적인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지가 삼성 파운드리의 미래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투자자가 눈여겨볼 핵심 체크포인트
첫째, 텍사스 팹의 웨이퍼 투입 시점이다. 테슬라 'AI6' 등 미·중 빅테크 기업들의 실제 발주와 텍사스 오스틴·테일러 공장의 가동률 변화를 확인해야 파운드리 부문의 구조적 흑자 전환 시점을 가늠할 수 있다.
둘째, 3나노 2세대 공정의 수율 검증 여부다. 구글과 AMD가 제시한 2028년 양산 시점 전까지 삼성이 대량 양산 효율성을 증명해야만 일시적 대체재를 넘어 장기적인 파트너십으로 안착할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