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TSMC만으론 안 된다" 구글 공급망 재편… 삼성 파운드리 기회 오나

‘학습용 8t·추론용 8i’ 분할 생산… 엔비디아 대항마 키우는 빅테크의 ‘수직 통합형’ 인프라 전략
삼성전자와 차세대 TPU ‘아이스피시’ 협력 논의… 글로벌 파운드리 3강 구도 재편 분수령
구글이 대만 TSMC에 쏠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최대 300만 개 규모(옵션 포함)의 인공지능(AI) 반도체 물량을 발주하고 삼성전자와도 협력을 타진 중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구글이 대만 TSMC에 쏠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최대 300만 개 규모(옵션 포함)의 인공지능(AI) 반도체 물량을 발주하고 삼성전자와도 협력을 타진 중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 자체 반도체 공급망을 통째로 재설계하고 있을까.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모틀리풀과 야후파이낸스는 16(현지시각) 구글이 대만 TSMC에 쏠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최대 300만 개 규모(옵션 포함)의 인공지능(AI) 반도체 물량을 발주하고 삼성전자와도 협력을 타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움직임은 단일 공급망의 병목 현상을 해소하려는 구글의 생존 전략과 첨단 공정 고객을 확보하려는 인텔·삼성전자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다. 설계(자체 TPU)부터 생산(멀티 파운드리), 유통(클라우드)으로 이어지는 빅테크의 '수직 통합형 AI 인프라 전략'이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첨단 반도체 제조 시장은 TSMC 독점 체제에서 다변화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구글-인텔 운명적 동맹18A 전공정과 포베로스 패키징 전면 채택


구글은 10년 전부터 자체 텐서처리장치(TPU)를 개발해 AI 경쟁력을 키웠다. 지금까지는 이 칩을 전량 TSMC에 맡겨 생산했다. 그러나 AI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TSMC의 생산 능력은 이미 포화 상태다. 미국 자산운용사 웨드버시증권은 이번 발주를 두고 구글이 TSMC를 완전히 떠나는 것이 아니라 공급 부족에 대비한 예비 제조 창구를 확보한 것으로 진단했다.
구글은 인텔의 첨단 공정과 칩을 입체적으로 쌓는 '포베로스(Foveros)' 패키징 기술을 수개월 동안 검증한 끝에, 인텔의 최신 '18Å(옹스트롬급, 1.8nm)' 제조 노드를 기반으로 오는 2028년까지 누적 기준 최대 300만 개에 이르는 물량을 공급받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습용 8t · 추론용 8i’ 분할 생산… 수주 잔고 694조 원 돌파


이번 대규모 발주는 구글의 AI 칩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맞닿아 있다. 구글은 올해 초 열린 클라우드 넥스트 콘퍼런스에서 범용 TPU 대신 학습 전용 'TPU 8t'와 추론 전용 'TPU 8i'로 이원화한 신형 아키텍처를 공개했다.

아민 바흐닷 구글 AI 인프라 부사장은 행사에서 "서비스 목적에 맞춘 특화 칩을 사용하면 거대 AI 모델의 구동 속도를 최대 4배까지 높이고 비용은 30%를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글은 이 칩을 내부 시스템에만 쓰지 않고 외부 클라우드 고객에게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클라우드·AI 인프라 장기 계약을 포함한 수치인 구글의 수주 잔고는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4600억 달러(694조 원)에 육박한다. 폭발하는 장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인텔이라는 대안 확보가 필수적이었던 셈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아이스피시협상… 빅테크 레퍼런스 확보 분수령

한국 반도체 생태계의 눈길은 삼성전자로 향한다. 16일 야후파이낸스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코드명 '아이스피시(Icefish)'로 불리는 차세대 TPU의 메모리 입출력(I/O) 제어 칩 생산을 위해 삼성전자와 실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핵심 연산 엔진은 TSMC의 차세대 'A14(1.4나노급)' 공정을 사용하고, 주변부 핵심 부품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을 교차 활용하는 형태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부품 공급을 넘어 TSMC 독점 구도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첫 빅테크 양산실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서로 다른 파운드리의 칩을 하나로 묶는 공정은 수율 관리와 비용 측면에서 복잡성을 키울 수 있다"면서도 "구글 TPU의 양산실적을 확보한다면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메타 등 다른 빅테크로의 고객사 확장과 고대역폭메모리(HBM)·패키징까지 연결되는 수직 계열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들은 인텔 파운드리의 부활 속도와 삼성전자의 수주 성과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이번 경쟁은 가격이 아니라 생태계 주도권싸움이다. 엔비디아 중심의 '범용 GPU+쿠다(CUDA) 생태계'와 빅테크 중심의 '특화 ASIC+자체 클라우드 생태계' 간의 패러다임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향후 시장 주도권을 가늠하기 위해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핵심 평가지표(KPI)는 다음과 같다.

인텔(수율·납기·첫 대형 양산실적)의 경우, 핵심은 18Å 공정의 안정화다. 인텔이 구글의 엄격한 품질 기준에 맞춰 2028년까지 최대 300만 개의 물량을 적기에 인도하며 대형 고객사 대상의 양산 신뢰성을 입증하는지 수율 추이를 주시해야 한다.
삼성전자(선단 공정 수주·패키징 연계)는 이번 메모리 제어 칩 협상을 최종 타결해 빅테크용 첨단 칩 설계 실적을 추가하고, 향후 HBM 공급 및 후공정(턴키 패키징) 솔루션까지 연계 수주로 확장해 나가는지 확인해야 한다.

TSMC(시장 점유율·평균판매가격 변동)는 독점 구도에 균열이 생김에 따라 TSMC가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해 첨단 공정의 평균판매가격(ASP) 정책을 어떻게 수정하는지, 이에 따라 엔비디아의 독점 칩 단가에 어떤 파급 효과를 미치는지 살펴야 한다.

빅테크의 공급망 다변화는 단기적으로 제조 리스크를 분산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새로운 대형 고객을 확보하는 전환 국면을 열어줄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