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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연준 FOMC 점도표 폐지... 케빈 워시 독재의 시작?

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국제 금융시장의 시선이 신임 케빈 워시(Kevin Warsh)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로 집중되는 시점이다. 통화정책의 향방만큼이나 세계 경제의 이목을 끄는 전장은 다름 아닌 연준의 ‘소통 방식 개혁’이다. 뉴욕 타임즈와 블룸버그 그리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경제 언론은 워시 의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걸었던 점도표(Dot Plot) 폐지 및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 축소 가시화에 주목하고 있다.
케빈 워시 주변에서는 과거의 예측 실패를 빌미 삼아 점도표를 폐지하고 중앙은행의 입을 닫아야 한다는 주장이 득세하고 있다. 케빈 워시 의장이 던진 “연준은 신문 1면이 아니라 B12면에 배치되어야 한다”라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는 현대 금융시장의 복잡성과 진화 과정을 간과한 대단히 위험하고 퇴행적인 발상이다. 중앙은행의 소통 축소는 시장의 안정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보의 비대칭성을 극대화하고 예측 불가능한 변동성을 키워 시장을 극심한 혼란으로 몰아넣을 뿐이다.

연준이 과거에 고수했던 철저한 비밀주의는 금융시장에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었다. 1990년대 이전의 연준은 기준금리 결정 직후 별도의 성명서조차 발표하지 않았다.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의 "내가 내린 말이 명확하게 들렸다면, 당신은 내 말을 오해한 것"이라는 모호성 철학은 시장 참여자들을 끊임없는 눈치싸움과 투기적 베팅으로 내몰았다. 중앙은행이 정보를 독점하고 시장과 소통하지 않을 때, 미세한 정책 변화에도 시장은 거대하게 발작하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러한 비밀주의의 폐해를 절감하고 탄생한 것이 바로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와 2012년 1월 벤 버냉키(Ben Bernanke) 당시 연준 의장이 도입한 점도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QE)를 단행한 연준은 시장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다. 유동성 회수 시점을 알 수 없던 시장은 극도로 위축되어 있었고, 기업과 가계는 장기적인 투자와 소비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이때 버냉키 의장이 도입한 점도표는 중앙은행의 미래 정책 경로를 시각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여 시장에 '예측 가능성'이라는 최고의 안전자산을 선물했다. 점도표는 단순히 금리 수치를 보여주는 도구가 아니다. 중앙은행이 시장의 손을 잡고 미래의 불확실성을 함께 헤쳐 나가겠다는 ‘신뢰와 민주적 소통’의 상징으로 탄생한 역사적 산물이다.
점도표의 작동 원리는 연준이 결코 의장 1인의 독단으로 움직이는 조직이 아님을 증명하는 가장 민주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 매년 3월, 6월, 9월, 12월 분기별로 발표되는 경제전망요약(SEP)의 핵심 요소로, FOMC 회의에 참석하는 위원 전원의 견해가 동등하게 반영된다. 연준 이사회 이사 7명과 미국 전역의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포함한 총 19명이 대상이다. 이들은 현재 투표권 보유 여부와 무관하게 각자 분석한 경제 지표를 바탕으로 향후 수년간의 적정 기준금리 전망을 익명으로 제출한다. 뉴욕증시 시장은 19개의 점 중 가운데에 위치한 '중앙값(Median)'을 연준의 주류 기조로 해석하는 동시에, 점들의 분산도를 통해 연준 내부의 다양한 이견과 논쟁의 깊이를 읽어낸다. 점들이 넓게 퍼져 있다면 시장은 "현재 경제를 보는 시각이 다양하니 리스크 관리에 유의해야겠구나"라는 고도의 정성적 힌트를 얻는다. 즉, 점도표는 집단지성의 결과를 시장에 전달하는 가장 효율적인 시각 매체다.

케빈 워시 의장을 비롯한 점도표 폐지론자들은 연준의 반복된 경제 예측 실패를 폐지의 명분으로 삼는다. 2011~2012년의 성장률 과대평가나 2021~2022년의 인플레이션 오판이 점도표 때문에 증폭되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원인과 결과를 완전히 혼동한 오류에 불과하다. 예측이 틀렸다고 해서 예측 지도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은 안개가 꼈다고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를 꺼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점도표가 사라진다고 해서 미래의 불확실성이 사라지는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점도표라는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이 사라지면, 시장은 극심한 정보 굶주림 상태에 빠지게 된다. 투자자들은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하기 위해 온갖 루머와 비공식 정보에 의존할 것이며, 이는 사소한 경제 지표 하나에도 시장이 과도하게 폭등하고 폭락하는 ‘상시적 시장 발작’을 초래할 것이다. 소통을 줄여 오해를 막겠다는 발상은 오해를 공포로 키우는 최악의 악수가 될 뿐이다.

점도표와 포워드 가이던스는 시장이 중앙은행의 정책 변화를 서서히 받아들이고 체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예방주사’를 놓는 역할을 해왔다.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기 수개월 전부터 점도표를 통해 신호를 보냄으로써, 전 세계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부채를 조정하고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할 시간적 여유를 주었다. 이러한 완충 장치를 제거하고 과거처럼 불시에 금리를 결정해 통보한다면, 금융시스템이 감당해야 할 충격과 그로 인한 경제적 시행착오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소통의 과잉이 문제가 아니라, 소통의 부재가 가져올 시스템적 붕괴가 진짜 재앙이다.

점도표 폐지론자들은 시장이 연준의 입만 바라보는 '연준 의존증'을 지적한다. 그러나 현대 금융시장의 자생력은 중앙은행이 정보를 감추고 밀실 정치를 할 때가 아니라,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장과 대등하게 토론할 때 비로소 확립된다.점도표라는 명확한 데이터가 주어지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도 연준의 논리를 비판하고, 자신들의 예측을 보정하며 대안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정보를 통제하여 시장을 길들이겠다는 권위주의적 발상으로는 복잡다단한 21세기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통제할 수 없다.점도표 폐지가 가져올 가장 치명적인 지배구조적 결함은 연준 내부의 민주적 합의제 정신이 훼손되고 의장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통화 독재'의 현실화다.
소수 의견의 완벽한 묵살: 점도표는 투표권이 없는 지역 연은 총재들의 목소리까지 시장에 동등한 무게로 전달하는 사실상 유일한 시각적 통로였다. 점도표가 없어지고 개별 위원들의 발언이 제한된다면, 시장은 오직 의장의 기자회견과 의장의 의중이 전면 반영된 성명서만을 바라보게 된다. 연준 내부의 건강한 매파와 비둘기파의 격론은 베일 뒤로 사라지고, 의장의 가치관이 곧 연준의 성경이 되는 제왕적 의장 체제가 고착화될 위험이 크다. 불통이 낳은 신뢰성의 위기: 제임스 불러드 전 총재를 비롯한 다수의 중앙은행 전문가들이 워시 의장의 불통 기조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투명한 정보 공개라는 글로벌 표준을 역행하는 순간, 금융시장은 연준의 정책 결정 과정을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중앙은행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시장과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벤 버냉키가 도입한 점도표는 지난 10여 년간 글로벌 금융시장이 거대한 위기 속에서도 침로를 잃지 않고 전진할 수 있게 해준 강력한 나침반이었다. 예측이 완벽하지 못했다면 소통의 기술을 정교하게 다듬고 경제 전망의 정밀도를 높여야지, 소통 창구 자체를 폐쇄하는 것은 빈대 무서워 초가삼삼을 태우는 격이다. 케빈 워시 의장이 추진하는 점도표 폐지와 소통 축소는 시장의 안정을 위한 결단이 아니라, 정책 실책의 책임을 회피하고 의장 1인의 지배력을 극대화하려는 위험한 퇴행이다. 중앙은행이 신문 B12면으로 숨어버린다고 해서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면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연준이 침묵할 때 시장의 공포와 불확실성의 크기는 비례해서 커질 뿐이다.

뉴욕증시 시장의 혼란과 시행착오를 막는 유일한 열쇠는 ‘더 많은 소통’과 ‘더 높은 투명성’에 있다. 미래가 불확실하고 안개가 짙을수록 중앙은행은 나침반의 불빛을 더 밝게 켜야 한다. 점도표를 유지하고 포워드 가이던스를 강화하는 것만이, 연준의 독립성을 지키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지속 가능한 안정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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