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위원회(WGC) 조사, 응답자 84% "준비자산 중 금 비중 확대" 전망
지정학적 리스크·페트로달러 균열 속 달러 표시 자산 이탈 현상 뚜렷
금 가격 온스당 4,000달러 선 견고한 바닥… 중국 등 아시아가 수요 주도
지정학적 리스크·페트로달러 균열 속 달러 표시 자산 이탈 현상 뚜렷
금 가격 온스당 4,000달러 선 견고한 바닥… 중국 등 아시아가 수요 주도
이미지 확대보기16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세계금위원회(WGC)가 전 세계 76개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례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4%가 향후 5년 이내에 중앙은행의 총준비금 중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동일한 조사에서 집계된 76%보다 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반면, 향후 5년간 미국 달러화 보유 비중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는 무려 74%에 달해 대조를 이뤘다. 이번 조사는 주로 지난 2월 말 이란 전쟁이 발발한 이후 진행되어, 격화된 지정학적 위기감이 중앙은행가들의 포트폴리오 전략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국채' 추월한 금의 위상… 50년 '페트로달러' 체제의 균열
이러한 변화는 중앙은행 준비자산 시장에서 달러 탈출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유럽중앙은행(ECB)의 6월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2025년 말 기준으로 금은 전 세계 총 외환보유고의 27%를 차지하며 단일 자산으로서 미국 국채를 앞질렀다.
물론 국채를 포함한 달러 표시 자산 전체의 비중은 여전히 42%로 가장 크지만, 과거의 압도적인 지위와 비교하면 하락세가 완연하다. 샤오카이 판 WGC 중앙은행 글로벌 책임자는 "미국 내 부채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과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성 우려 등 다각적인 요소들이 중앙은행가들의 뇌리에 깊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이란 전쟁은 1974년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협정으로 공고화되었던 '페트로달러(석유 대금의 달러화 결제)' 체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말리카 사치데바 분석가는 "현재의 중동 분쟁은 페르시아만 인프라에 대한 미국의 안보 우산과 해상 무역로의 안전을 위협함으로써 기존 시스템의 치명적인 균열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미-이란 평화협정이 공식 서명을 앞두고 있지만,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은 달러를 매도하는 와중에도 금 매입을 멈추지 않았다. 위기 극복 능력과 인플레이션 헤지, 그리고 지정학적 위험 방어 수단으로서 금의 가치가 재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신흥국 중심의 대대적인 금 비축… 중국 위안화 지위도 상승 예상
실제로 지난 3월 통화 가치 안정을 위해 잠시 금을 순매도했던 터키는 4월 들어 다시 매입세로 돌아섰다. 중국인민은행 역시 지난 5월에만 금 보유고를 10메트릭톤(t) 늘리며 2024년 12월 이후 최대 월간 증가량을 기록했다. 다만 중국의 경우 전체 준비자산 중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9%에 불과해 향후 추가 매입 여력이 대단히 높다.
WGC 측은 수십 년간 무역 흑자를 통해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축적한 아시아 국가들이 자금 동원력 면에서 향후 금 투자를 주도할 능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현재 글로벌 준비자산 중 단 1% 수준에 불과한 중국 위안화의 비중 역시 향후 5년 내에 함께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온스당 4,000달러 선 바닥 다진 금값… 구조적 수요 지속
올해 초 국제 금 가격은 유가 급등에 따른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 우려로 인해 온스당 5,500달러 선에서 이달 초 4,031달러까지 급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전형적으로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 이자가 붙지 않는 금의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이란 간 협정 타결 소식이 전해진 이후 금 가격은 즉각 온스당 4,300달러 선을 회복하며 빠르게 안정세를 찾고 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금 전략가 아론 찬은 "장기 투자자들이 가격 하락기마다 매수세로 방어하고 있어,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약 4,000달러 부근에서 대단히 강력한 지지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판 책임자 역시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 회의 당시 중앙은행들의 금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며, 많은 은행이 가격 조정을 매수 기회로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 시장의 가장 확실하고 거대한 구조적 수요처로 자리 잡으면서, 국제 금 가격의 하방 경직성을 견고하게 지탱해 주는 든든한 바닥 역할을 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