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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이란에 ‘3000억달러 펀드’ 허용 검토

핵합의 포함 최종 타결 조건…제재완화·호르무즈 재개방 이행과 연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 전쟁 종식 합의가 최종 타결될 경우 이란에 3000억달러(약 454조원) 규모의 투자펀드 조성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펀드 접근과 제재완화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60일 휴전 연장, 핵협상 진전 등 이란의 합의 이행 정도와 연계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완화와 이란 재건을 위한 3000억달러 규모의 대형 펀드 조성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16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투자펀드는 정부 재정으로 조성되는 것은 아니다. 협상 내용을 아는 한 관계자는 이 펀드가 인구 9000만명과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보유한 이란에 투자하려는 민간 기업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펀드 구조와 운용 방식은 아직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유럽과 아시아, 한국, 일본, 미국 기업들 사이에 관심이 있다”며 “제재가 해제되면 이 펀드는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고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 “이란 의무 이행하면 접근 가능”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이란이 합의 의무를 지킬 경우 대규모 재건 자금에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CBS뉴스와 인터뷰에서 3000억달러 재건펀드에 대해 “이란이 자신들의 의무를 이행하는 한 접근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이란에 제공할 금융 인센티브의 규모는 협상 과정에서 민감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정치적으로 부담이 큰 사안이다. 이란 정권에 보상을 주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5년 이란 핵합의에 참여해 광범위한 제재완화를 제공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당시 합의가 이란에 “현금 더미”를 보낸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번 양해각서(MOU)에 비판적인 쪽에서는 현재 논의되는 금융 인센티브가 오바마 행정부 시절 합의보다 훨씬 큰 규모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이 문서에 원격 서명한 이후 이란으로 흘러간 돈은 “0달러”라고 밝혔다.

◇ 제재완화는 단계적 진행


협상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에 동결된 이란 자산 해제를 포함한 제재완화는 단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핵협상 진전과 최종 합의 여부가 전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신뢰 구축 차원에서 초기에는 “작은 규모의” 금융완화 조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본격적인 대규모 자금 접근과는 별개로 협상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한 제한적 조치로 풀이된다.

문제는 큰 규모의 자금 접근 허용 기준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지표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제재완화가 특정 행위에 직접적으로 묶여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이란이 적절히 행동하는지 전반적으로 보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가장 중시하는 사안은 이란 핵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휴전 이행도 중요하지만, 최종적인 제재완화와 투자펀드 접근은 핵협상 결과에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을 뜻한다.

◇ 호르무즈·핵협상이 핵심 조건


이번 펀드 구상은 미국과 이란의 최종 합의가 성사될 경우를 전제로 한다. 협상 관계자에 따르면 최종 합의는 60일 휴전 연장,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핵합의를 위한 후속 협상을 포함한다.

양해각서는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공식 서명될 예정이다. 이란이 합의를 지키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와 핵협상에 협조할 경우 경제 인센티브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는 구조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의 핵심 통로다. 미국과 이란의 합의가 유지되고 해협 통항이 정상화되면 에너지 시장 불안도 완화될 수 있다.

핵 문제도 합의 이행의 핵심이다. 양해각서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합의된 절차에 따라 이란의 농축우라늄 재고 처리 방안을 해결하기로 했다. 최소한의 약속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 아래 모든 우라늄을 이란 내에서 희석하는 것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이란 핵 프로그램이 이미 “체계적으로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이란 간 12일 전쟁 중 미국이 이란의 주요 핵시설 3곳을 폭격한 것을 가리킨다. 다만 그는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재건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정치적 논란 불가피


이란은 9000kg이 넘는 농축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은 낮은 농도지만 440kg은 무기급에 가까운 수준까지 농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핵 먼지’라고 불렀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열며 휴전을 지키는 경우에만 제재완화와 투자펀드 접근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인센티브 규모가 워낙 큰 만큼 미국 내 정치적 논란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비판론자들은 이란에 대규모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면 정권에 숨통을 틔워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협상 지지자들은 이란이 핵협상과 해협 재개방, 휴전 유지에 협조하도록 만들려면 경제적 유인이 필요하다고 본다.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 중인 3000억달러 투자펀드는 단순한 재건 지원이 아니라 이란 합의의 이행을 유도하는 압박과 보상의 장치다. 이란이 합의를 지키면 민간투자와 제재완화의 길이 열리지만, 핵협상이나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흔들리면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19일 스위스에서 있을 예정인 서명식 이후 이란이 실제로 어떤 행동을 보이느냐다. 미국은 돈이 아직 이란에 흘러가지 않았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3000억달러 투자펀드 구상 자체만으로도 이번 합의의 경제적 규모와 정치적 민감성은 한층 커졌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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