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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하이닉스 지금 사도 되나… 젠슨 황 "지금이 할인 기회"에 코스피 8% 급반등

HBM4 3사 동시 인증, 점유율 재편 본격화… SK하이닉스 목표주가 350만원 제시
나스닥 PER 35배 vs 닷컴버블 180배… AI 거품론에 숫자로 반박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나흘간 방한이 한국 반도체·로봇 산업의 구조를 뒤흔들었다.
황 CEO는 지난 5일부터 8일(현지시각 기준)까지 서울을 방문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3사 동시 인증을 선언하고, SK하이닉스와 다년간 기술 협력 협약을 체결하는 한편 SK그룹·현대자동차·LG그룹·네이버·두산그룹·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수장들을 잇달아 만나 AI 인프라·지능형 로봇·자율주행 분야 협력을 약속했다.

트레이딩키(TradingKey)가 지난 13일(현지시각) 보도한 분석 리포트는 이번 방한의 전략적 의미와 함께 AI 거품 논쟁의 실체를 수치로 점검했다.

코스피 롤러코스터: 5% 급락에서 8% 급반등까지


황 CEO가 입국한 지난 5일, 코스피 지수는 하루 만에 5.54% 빠지며 8160선으로 주저앉았다. 삼성전자는 6.40%, SK하이닉스는 9.92% 각각 내렸다. 시장이 기대한 '젠슨 황 효과'는 온데간데없었다. 급락의 도화선은 미국발이었다.

브로드컴이 AI 칩 가이던스를 시장 기대치 아래로 제시한 데 이어 미국 5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급격히 꺾였다. 나스닥 종합지수가 4.18% 급락하자 공포는 곧바로 한국 증시로 번졌다.

8일 코스피는 장 초반 8% 넘게 빠지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삼성전자는 하루 만에 10% 이상, SK하이닉스는 7% 이상 무너졌다. 코스피는 이날 8000선이 붕괴되며 공포에 휩싸였다고 국내 언론들은 전했다.

그러나 황 CEO는 같은 날 서울 기자회견에서 "AI의 미래는 눈부시게 밝으며 우리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라며 "주식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든 지금은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으니 오히려 기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시장 심리를 돌려세웠다. 코스피는 9일 8096.63으로 반등했다. 낙폭만큼 되돌린 8% 넘는 급등이었다.

LS증권 리테일사업부 염승환 이사는 "이번 조정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면서 "하락장은 펀더멘털이 무너지지 않는 한 시작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방한 전부터 '누가 주문을 따냈느냐'에서 '주문이 이익으로 전환되느냐'로 관심이 이동하면서 AI 과열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HBM4 3사 인증의 이면: 협력인가, 경쟁압박인가

황 CEO는 5일 입국 직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세 곳 모두 자격 심사를 통과했고 현재 HBM4를 양산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 연구개발(R&D)센터 설립과 로봇 산업 협력 확대 계획도 함께 언급하며 한국을 AI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재확인했다.

KB증권 리서치본부장 김동원은 "HBM 확보는 이번 방한의 핵심 목적 중 하나"라며 "베라 루빈부터 HBM4 탑재가 시작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이어 "엔비디아는 HBM4부터 양사로부터 전체 수요의 80% 이상을 공급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7일에는 SK하이닉스와 다년간 기술 파트너십 협약을 맺었다. 황 CEO는 "메모리 칩 부족은 끝이 보이지 않으며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의 회동에서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이 "올해부터 HBM4와 소캠 공급을 충분히 해야 하고, 내년부터는 HBM4E·HBM5를 공급하는 등 장기 협력도 많이 논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약 53%, 삼성전자 약 38%, 마이크론 약 9% 수준이다. 3사 동시 인증은 엔비디아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가시화한 것으로, 인증 자체가 주문 물량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수율, 생산 능력, 가격 경쟁이 실질적인 점유율을 가를 변수다. 삼성전자의 HBM 점유율은 2025년 2분기 17%까지 내려갔다가 3분기 35%로 회복한 상태로, 하반기 HBM4 양산이 본격화하면 SK하이닉스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씨티그룹(Citi)은 지난 5월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70만 원에서 310만 원으로 상향하며 '매수' 등급을 유지했다. 2026년 4분기 HBM4 가격이 전 분기 대비 30% 오르고 서버용 DDR5 가격은 두 배로 뛸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골드만삭스도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350만 원으로 제시하며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지고 HBM 평균 가격이 2027년에 약 44%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AI 거품인가, 슈퍼사이클인가: 숫자가 말하는 진실


황 CEO 방한을 계기로 촉발된 AI 거품 논쟁은 수치 비교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우선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직전 나스닥 종합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80배였고, 시스코는 152배, 야후는 108배에 달했다. 반면 2026년 기준 나스닥 선행 PER은 35배, 엔비디아도 35배 수준이다. 버블 절정기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수익 기반도 다르다. 당시 적자 기업들이 순전히 개념만으로 3자리 PER을 기록했다면, 현재 엔비디아의 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은 700억 달러(약 106조 원)를 웃돌며 실제 주문과 이익이 뒷받침한다. 미국 데이터센터 연간 투자액은 2025년 기준 1200억 달러(약 182조 원)로 2000년의 여섯 배에 이른다.

AI 수요 구조도 변하고 있다. 맥킨지의 2026년 컴퓨팅 수요 모델에 따르면, 대형모델 사전 학습을 중심으로 한 훈련용 컴퓨팅 성장률은 2024년 280%에서 2027년 22%로 정상화된다.

대신 딜로이트 공식 설문에서 추론용 컴퓨팅이 2026년 전체 AI 컴퓨팅의 6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인프라가 '대규모 구축'에서 '지속적 활용' 단계로 이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 보급률도 성장 여지를 보여 준다. 지난달 발표된 램프(Ramp) AI 지수(미국 5만 개 기업 실물 청구서 기반)에서 클로드(Anthropic)의 기업 보급률은 34.4%, 챗GPT(OpenAI)는 32.3%, 구글 제미나이는 4.7%로 집계됐다. 시장 포화와는 거리가 먼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AI 인프라 자체는 실적이 뒷받침하는 실물 투자이지만, 실적과 무관한 'AI 테마 편승주'에 과도한 레버리지가 몰리는 현상은 거품적 특성을 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황 CEO가 언급한 '할인 매수' 기회는 장기 핵심 자산 보유자에게는 유효한 조언이지만, 고레버리지로 테마주를 추격하는 투기적 매매에는 경보 신호로 읽힌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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