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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평화 합의에도 원자재 쇼크 장기화 전망… 아시아 경제, 긴 터널 갇힌다

트럼프 ‘호르무즈 해협 개방’ 선언 불구 기뢰 제거 등 물류 복구에만 ‘최소 3개월’
카타르 LNG 등 파괴된 가치사슬 복구에 수년 소요…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 지속
경제학자들 “유가 하락해도 기업 비용 전가로 ‘2차 파급효과’ 발생… 한동안 고물가 지속”
카타르 에너지 장관은 라스라판 산업 도시의 액화천연가스 시설 피해가 복구에 3~5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카타르 에너지 장관은 라스라판 산업 도시의 액화천연가스 시설 피해가 복구에 3~5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 종료와 호르무즈 해협의 전격 개방을 선언했으나 전 세계 테크 마진을 압박하는 지정학적 공급망 교착상태와 원자재 가격 쇼크의 화염은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15일(현지 시각) 닛케이아시아는 에너지 가격이 미-이란 합의 이후에도 전쟁 이전 수준으로 온전히 회복되기까지는 몇 달, 심지어 1년 이상 걸릴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아시아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 고통 역시 진정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기름이 흐르게 하라” 선언했지만…호르무즈 물류 복구는 ‘가시밭길’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넘어 “호르무즈 해협의 무료 통항과 미국 해군의 즉각적인 봉쇄 해제를 승인한다”면서 “세계의 함정들이여, 엔진을 가동하라. 기름이 흐르게 하라!”고 대담한 드라이브를 전격 가동했다.

자본시장은 환호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지난 3월 기록한 119달러 정점에서 배럴당 약 80달러 수준으로, 브렌트유와 두바이유 역시 고점 대비 가파르게 하락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유가 하락이 착시효과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가격은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2월의 배럴당 60~70달러 박스권 대비 여전히 20~30% 이상 높은 고점이기 때문이다.

이토추연구소 수석 경제학자 아사오카 다카히로는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복구는 이란이 설치한 기뢰 제거부터 시작해야 하며, 이 과정만으로도 몇 달이 걸릴 수 있다”면서 “선박 통행량이 분쟁 전 수준으로 온전히 회복되려면 최소 3개월이 필요하다”고 정밀 진단했다.

더욱이 국제 보험사들은 선박의 안전성이 완벽히 입증될 때까지 보험 제공을 거부하고 있으며, 공공 부문 에너지 분석가들은 미-이란 협정이 이스라엘이나 이란혁명수비대의 도발 규제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안보 취약점을 지적하고 있다.

파괴된 에너지·원자재 가치사슬…“복구에 최소 1년, 카타르 LNG는 5년”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분쟁이 6월 초에 끝났더라도 공급은 7~9월 분기부터 천천히 회복되지만, 폭발적인 글로벌 수요를 따라잡는 것은 10월에나 가능하다. 실제 전쟁으로 인한 파이프라인, 정유소, 항구 적재 시설의 파괴 정도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해협이 열린 뒤에야 외부 전문가들이 지역 안으로 들어가 피해 평가와 수리 활동을 전개할 수 있어 이 과정만 최소 2~3개월이 추가 소요된다.

특히 카타르 에너지장관 사드 셰리다 알카아비는 지난 3월 라스라판 산업 도시의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피해 복구에 “3~5년이 걸릴 것”으로 전격 공시했다. 이로 인해 카타르의 LNG 수출 17%와 콘덴세이트 수출 24%의 손실이 확정되면서 전 세계 에너지 가격의 하방 지지선을 형성하고 있다.

아사오카 이코노미스트는 호르무즈 통과 중단 위험이라는 지정학적 해자가 록인(lock-in)되면서 정상화 이후에도 WTI 원유 선물이 분쟁 전 균형 가격(60달러)보다 높은 65~70달러 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정밀 분석했다. 노무라증권은 가격이 65달러까지 떨어지는 시점을 무려 2027년 9월로 내다보고 있다.
에너지 외의 상류 공급망 차단 쇼크도 가혹하다. 전 세계 황 수출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이 지역의 황 운송은 석유·가스에 밀려 정상화가 더 오래 걸릴 예정이며, 이는 구리 제련 공정을 압박해 구리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알루미늄 생산 시설과 비료 공급망 역시 타격을 입어 회복에 “최소 1년”이 걸릴 전망이며, 이는 차후 작물 수확량 감소라는 장기적인 후퇴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유가 하락해도 인플레이션은 3개월 뒤 폭발”…아시아 수입국 타격 집중


경제학자들은 평화 합의 이후에도 인플레이션 터널의 끝은 멀었다고 입을 모은다. 무디스 애널리틱스 국제경제 책임자 가우라브 강굴리는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은 한동안 더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알베르토 카발로 교수는 연료 가격 상승 붐이 사라진 후 약 3개월 만에 기업들이 그간 축적된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면서 “2차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자세히 분석했다.

에너지 수입국인 아시아 경제는 이 같은 원자재 가격 급등의 하락 리스크에 극도로 취약하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마켓의 APAC 거시전략 책임자 드와이파얀 에번스는 한국·일본·대만 등은 인공지능(AI) 관련 상품이 주도하는 강력한 기술품 수출로 어느 정도 쇼크를 상쇄하고 있으나, 이러한 전문화가 “동남아시아의 경제 타격을 완화하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공급망의 물리적 부족 사태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 셰브론 최고경영자 마이크 워스는 이미 아시아에서 공급 부족 징후가 보이고 있음을 인정했다.

마루베니연구소의 선임연구원 나미 구와나는 “자동차 반도체와 전자부품, 건설용 강철 구조물”같이 긴 공급망 가치사슬을 가진 산업들은 주문부터 처리·배송까지 위험성이 최대 1년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공급망 빗장이 쳐진 단일 부품 하나의 공급이 완전히 사라지면, 글로벌 자동차·건설 산업 전체가 장기간 휴면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무서운 진단이다.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아시아를 잇는 이 파괴적인 신에너지 동맹 축이 글로벌 공급망의 지형도를 어떻게 재정렬할지 전 세계 월스트리트 자본가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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