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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해군, 65조 수상함 교체 본격화…북미 해군 공급망 병목, K-조선 기회로

1940년 침몰 함정 명명 계승한 차세대 구축함 '프레이저' 공식 기공
현지 건조 원칙 속 '만성적 납기 지연·인력 부족' 겪는 북미 조선소…K-방산 MRO 및 엔지니어링 진입 추진력 확보
캐나다 해군이 차세대 수상함 전력의 핵심이 될 리버급(River-class) 구축함 1번함 'HMCS 프레이저(Fraser)'의 공식 기공식을 가졌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캐나다 해군이 차세대 수상함 전력의 핵심이 될 리버급(River-class) 구축함 1번함 'HMCS 프레이저(Fraser)'의 공식 기공식을 가졌다. 이미지=제미나이3

캐나다 해군이 차세대 수상함 전력의 핵심이 될 리버급(River-class) 구축함 1번함 'HMCS 프레이저(Fraser)'의 공식 기공식을 가졌다.

캐나다 방송(CBC)은 지난 14(현지시각)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조선소에서 캐나다 해군 역사상 최대 규모의 수상함 건조 사업이 첫 삽을 떴다고 보도했다. 이번 기공식은 단순한 신형 함정 건조를 넘어, 2차 세계대전 초기 전장을 누비다 비극적으로 침몰한 역사적 함정의 이름을 계승해 현지 해군의 정통성을 공고히 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글로벌 안보 환경 변화에 맞춰 대규모 함대 재편에 나선 캐나다의 행보는 향후 북미 해군 방산 시장의 지형도를 바꿀 전환 국면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미 미 해군 함정 정비(MRO) 시장에 진입한 한국 조선업계에 실질적 수주 기회로 부상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비극의 헤리티지…3대째 이어지는 '프레이저'의 유산

이번에 기공한 구축함의 명칭은 캐나다 해군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서사를 가진 동명 함정에서 유래했다. 캐나다 전쟁기념관의 2차 세계대전 전문 역사학자 제프 노익스(Jeff Noakes) 박사는 지난 14CBC와의 인터뷰에서 "첫 번째 프레이저함은 1936년 영국 해군으로부터 매입한 수상함(HMS 크레센트)으로, 1939년 전쟁이 발발하자 연합군 전력을 지원하기 위해 유럽 전선으로 급파됐다"고 설명했다.

이 함정은 19406월 독일군의 프랑스 침공 당시 프랑스 해안 전역에서 수많은 연합군 병력을 영국 본토로 탈출시키는 구출 작전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던 중 프랑스 지롱드강 하구에서 영국 해군 방공순양함 칼카타(HMS Calcutta)함과 야간에 우발적으로 충돌하는 사고를 맞이했다. 이 사고로 선체 전면부가 파손되며 해군 병사 47명이 사망했고, 프레이저함은 캐나다 해군이 2차 세계대전 중 잃은 최초의 군함으로 기록됐다.

이후 1950년대에 건조되어 1997년까지 호위함으로 활약한 2세대 프레이저함에 이어, 이번 리버급 구축함이 3대째 이름을 물려받게 됐다. 프리랜서 해군 역사학자 로저 리트윌러(Roger Litwiller)"이러한 명명 계승은 과거의 역사와 해군의 미래를 연결해 장병들에게 강한 자부심을 주고 유산을 심어주는 전통"이라고 그 의미를 평가했다.

65조 원 규모 'CSC 프로그램'…북미 조선소 병목이 K-조선에 주는 반사이익


캐나다 정부가 추진하는 이번 사업은 영국 BAE 시스템스의 Type 26 설계를 기반으로 한 CSC(Canadian Surface Combatant) 프로그램이다. 총 사업비는 600억 캐나다 달러(65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기존 이로쿼이급 구축함과 핼리팩스급 호위함을 대체하기 위해 총 15척의 신형 구축함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냉전 이후 북미 지역에서 진행되는 단일 수상함 조달 프로그램 중 가장 큰 규모에 해당한다. 앵거스 탑시(Angus Topshee) 캐나다 해군 중장은 기공식에서 "캐나다는 언제나 국가가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소형 강소 함정 중심의 구축함 해군을 지향해 왔다"며 현대화 사업의 취지를 강조했다.

국내 해양 안보 전문가들은 캐나다의 대규모 해군 현대화 기조가 한국 방산 기업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지역 조선소들은 현재 숙련된 용접·배관 인력 부족, 만성적인 공정 지연, 이로 인한 비용 초과(Cost Overrun)라는 구조적 병목 현상에 직면해 있다. 반면 한국 조선업계는 높은 납기 준수율과 대형 상선 기반의 압도적인 생산성, 모듈화 및 블록 건조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북미 공급망의 확실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동일 톤급 군함 기준 건조 기간과 비용 측면에서 북미 대비 경쟁 우위를 보인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국내 조선 강국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최근 미 해군 함정 MRO 자격 증명(MSRA)을 잇달아 획득한 점은 이러한 글로벌 수급 불균형 속에서 시장 진입 신뢰도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자국 조선소 물량만으로는 15척의 초대형 함대를 장기 유지하기 어려운 캐나다의 재정적·물리적 한계가 한국 조선업계의 MRO 수주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변수다.

엄격한 자국 건조 원칙과 수익성 압박…현실적 '선 긋기' 전략 필요


'진입은 가능하지만, 고수익 시장은 아니다'라는 점이 핵심 리스크다. 북미 방산 시장의 특성상 자국 산업 보호 장벽이 높다는 점은 철저한 냉정함을 요구한다. 캐나다 CSC 사업 역시 핼리팩스의 어빙 조선소(Irving Shipbuilding)에서 100% 현지 건조하는 원칙이 엄격하게 고정되어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의 완성함 직접 수출 진출은 현실적으로 제한적이며, 함정 건조 이후의 유지·보수·정비(MRO) 및 일부 블록 공급, 설계 엔지니어링 협력이 더 현실적인 접근 경로다.

진입 장벽도 다층적이다. 자국 산업 보호 제도(Buy America )와 같은 정치적 리스크 외에도, 미 해군의 첨단 이지스 전투 시스템과 연동되는 수상함 특성상 까다로운 보안 심사와 기술 통제 장벽을 넘어야 한다.

계약 구조적 측면에서도 방산 특유의 장기 고정가 계약 방식을 택할 경우 원자재가 상승이나 인건비 부담이 고스란히 공급망 하단으로 전가되어 수익성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북미 MRO 및 기자재 시장의 진입 가능성은 열려 있으나, 초기 진입 비용과 기술 보안 통제 수준을 고려할 때 마진 구조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수상함의 대전환 주기는 단기적으로 방산 업종의 수주 동력을 자극할 확실한 변수다. 북미 해군의 현대화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름에 따라, 국내 업계는 단순한 부품 공급을 넘어 종합 해상 안보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캐나다의 대규모 함정 건조 사업 전개 과정을 면밀히 점검하고 이를 국내 방산 MRO 및 수출 다변화 전략과 연계해 중장기 수주로 연결할 수 있는 실행력이 관건이다.

방산·조선 투자자를 위한 결론부 핵심 체크포인트


국내 조선업계의 북미 해군 시장 진입 여부와 실질적 성과를 판단하기 위해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정량적 지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 해군 MRO의 반복 수주 여부 및 연간 수주액 추이

단발성 정비 계약을 넘어 분기별 혹은 연간 단위의 정기 MRO 물량을 확보하는지 여부가 장기 마진율 구조를 가늠할 핵심 척도다.

둘째, 북미 현지 조선소 대상 지분 투자 비율 및 합작법인(JV) 설립 시점

현지 건조 원칙을 우회하기 위해 미국·캐나다 중소형 조선소에 대한 지분 확보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이 실질적으로 가시화되는지 추적해야 한다.

셋째, 캐나다 차기 잠수함 도입 사업(CPPS)의 공식 제안요청서(RFP) 발행 타임라인

6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캐나다 잠수함 교체 사업은 기술 통제가 까다로운 수상함과 달리 국내 조선업계가 완성함 수출을 노릴 수 있는 거대한 모멘텀이다. 다만 독일 TKMS, 일본, 프랑스 등 글로벌 방산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해 쇼트리스트(Shortlist) 진입 자체가 1차 관문으로 평가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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