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세계 최고 수준의 테크 리더들이 그를 두고 "지구상에서 가장 야심 찬 인간"이라 부르는 이유는 그가 그리는 청사진의 스케일이 기존의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기 때문이다. 그는 단순히 뛰어난 엔지니어가 아니다. 오히려 인류의 미래를 설계하고 기술의 진보를 종교적 신념의 경지로 끌어올린 ‘기술 복음주의자’에 가깝다. 그리고 그 야심의 정점에 바로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가 존재한다. 수천억 달러를 투입하여 인류사상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이 전대미문의 계획은 올트먼이라는 인물의 생애와 목적, 그리고 그가 바라보는 미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거울이다. 본 고에서는 또다시 한국을 찾아 동맹을 구걸하는 샘 올트먼의 궤적을 추적하고, 그가 꿈꾸는 ‘스타게이트’의 본질을 규명하며, 이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대한민국이 마주한 기회와 과제를 고찰하고자 한다.
올트먼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집중’과 ‘확장’이다. 1985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여느 실리콘밸리의 천재들과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다. 여덟 살 때 이미 매킨토시 컴퓨터를 분해하고 조립하며 프로그래밍을 익혔던 소년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깨달았을 때 컴퓨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고 회고한다.
스탠퍼드 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으나, 그는 학문의 상아탑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2005년, 스무 살의 나이에 중퇴를 선언하고 위치 기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루프트(Loopt)’를 창업하며 본격적인 실리콘밸리의 바다로 뛰어들었다. 비록 루프트는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고 2012년 매각되었으나, 이 과정에서 올트먼은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YC)’의 창립자 폴 그레이엄의 눈에 들게 된다. 폴 그레이엄은 올트먼을 두고 "만약 그를 인적이 드문 섬에 혼자 떨어뜨려 놓는다면, 5년 뒤 그 섬은 거대한 경제 대국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극찬을 남겼다. 그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 올트먼은 2014년, 불과 28세의 나이로 와이콤비네이터의 사장직을 승계받는다.
YC의 수장으로서 올트먼은 수많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키워내며 실리콘밸리 생태계의 정점에 섰다. 에어비앤비, 스트라이프, 드롭박스 등 시대를 풍미한 유니콘 기업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그러나 올트먼의 시선은 단순한 비즈니스의 성공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인류의 패러다임을 바꿀 초거대 기술, 즉 기후 변화를 해결할 핵융합 발전과 인류의 지성을 혁명적으로 진화시킬 인공지능에 극도로 몰두하기 시작했다.
샘 올트먼은 일론 머스크, 피터 틸, 리드 호프만 등과 손을 잡고 비영리 연구소 ‘오픈AI’를 설립했다. 당시 그들의 명분은 명확했다. 구글과 같은 거대 테크 기업이 인공지능 기술을 독점하는 것을 막고, 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해 안전한 AI를 개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때 비영리 구조로는 AI 학습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컴퓨팅 비용과 엔지니어들의 몸값을 감당할 수 없음을 올트먼은 누구보다 빠르게 간파했다. 2019년, 그는 과감하게 영리법인(OpenAI LP)을 자회사로 설립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10억 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 선택은 훗날 오픈AI의 정체성 혼란을 야기하는 불씨가 되었으나,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2022년 11월, 오픈AI는 ‘ChatGPT’를 세상에 내놓으며 전 세계에 ‘AI 쇼크’를 안겼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글을 쓰는 이 인공지능은 출시 수일 만에 수천만 명의 사용자를 모으며 문명의 대전환을 선포했다. 올트먼은 단숨에 인공지능 시대를 이끄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급부상했다. 왕관의 무게는 무거웠다. 2023년 11월, 기술의 급격한 발전을 경계하던 오픈AI 이사회는 올트먼이 "소통에 솔직하지 못했다"는 모호한 이유를 들어 그를 전격 해임했다. 실리콘밸리 사상 가장 극적인 사태였다. 하지만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오픈AI 직원 90% 이상이 올트먼의 복귀를 요구하며 사직서를 제출했고, 최대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올트먼은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 사태는 올트먼이 단순한 전문경영인이 아님을 증명했다. 그는 오픈AI 그 자체이자, 대체 불가능한 AI 시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사회 쿠데타에서 살아남은 그는 더욱 공고해진 권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최종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일반인공지능(AGI)과 인간의 재정의그렇다면 샘 올트먼이 종착지로 삼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 그는 누차 자신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달성임을 천명해 왔다. AGI란 인간의 지시 없이도 대부분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작업에서 인간보다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는 자율 시스템을 의미한다.
올트먼의 철학에 따르면, AGI의 등장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술적 도약이 될 것이다. 그는 AI가 인간의 생산성을 극대화하여 의학적 난치병을 치료하고, 기후 변화를 해결하며, 전 세계적인 빈곤을 퇴치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가 추진하는 또 다른 핵심 사업인 ‘월드코인(Worldcoin)’ 역시 홍채 인식을 통해 전 세계인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구상에서 출발했다. 즉, AI가 모든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에 인간이 존엄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기술로 구축하겠다는 거대한 유토피아적 발상이다.
그의 목표는 단순한 낙관론에만 기반하지 않는다. 그는 인류가 직면한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지성을 초월하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의 보조가 필수적이라고 본다. 즉, 지능 자체를 하나의 ‘원자재’처럼 무한히 저렴하고 풍부하게 공급하는 사회, 이것이 올트먼이 꿈꾸는 신세계의 본질이다. 스타게이트(Stargate)의 꿈: 초지능을 향한 제국의 건설샘 올트먼의 거대한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기술적·물리적 인프라가 바로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다. SF 영화에서 우주와 우주를 연결하는 문을 뜻하는 이 단어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거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가칭이다.
이 프로젝트의 골자는 향후 수년에 걸쳐 최대 1,150억 달러를 투입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현존하는 최고 성능의 데이터센터보다 수백 배 이상 큰 규모이며, 전력 소모량만 해도 수 기가와트(GW)에 달해 소형 원자로(SMR) 수십 기가 동시에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 수준이다. 올트먼이 스타게이트에 집착하는 이유는 AI의 발전 법칙인 ‘스케일링 법칙(Scaling Law)’에 기인한다. 데이터의 양과 컴퓨팅 파워(연산 능력), 그리고 자본을 기하급수적으로 쏟아 부을수록 AI의 성능 역시 선형이 아닌 폭발적으로 진화한다는 법칙이다. 올트먼은 현재의 거대언어모델(LLM)이 가진 한계를 돌파하고 진정한 의미의 AGI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인프라 수준을 아득히 초월하는 물리적 구조물이 필요하다고 확신하고 있다.
스타게이트는 단순한 서버의 집합체가 아니다. 그것은 초지능이라는 새로운 신(神)적 존재를 탄생시키기 위한 문명의 제단이자, 실리콘밸리가 글로벌 헤게모니를 쥐기 위해 구축하는 21세기의 거대한 피라미드다. 반도체, 전력, 네트워크 인프라를 총망라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올트먼은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두려는 대담한 도박을 감행하고 있다.
기회와 도전의 고차방정식샘 올트먼이 구상하는 스타게이트의 꿈이 대한민국이라는 동아시아의 기술 강국과 필연적으로 맞물려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올트먼이 또다시 한국을 찾아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국내 최고의 기업인들과 연이어 회동을 갖는 것은 그가 한국을 대체 불가능한 핵심 파트너로 인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오픈AI와 한국의 협력 관계는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반도체, 제조 인프라, 그리고 에너지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는 AI 가속기 시장의 대안을 찾는 일이며, 여기에 탑재될 초고속 메모리 반도체의 수급이다. 전 세계 HBM 시장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올트먼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올트먼은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AI 반도체(ASIC) 개발을 추진 중이며, 이를 설계하고 생산할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한국의 반도체 거인들을 지목하고 있다.
파운드리와 공급망 다변화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량 역시 올트먼의 주요 관심사다. 대만의 TSMC에 집중된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고, 폭발적인 반도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와의 전략적 동맹이 필수적이다.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은 오픈AI가 추진하는 ‘반도체 제국’ 건설의 속도를 단축시킬 핵심 열쇠다. 인프라스타게이트의 아킬레스건은 ‘전력’이다. 올트먼은 일찍이 핵융합 스타트업 헬리온 에너지(Helion Energy)에 거액을 투자할 만큼 청정에너지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건설 및 운영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SMR 분야에서도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글로벌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올트먼의 야심과 한국의 원전 기술력이 만난다면 거대한 시너지를 발출할 수 있다.
이 협력이 대한민국에게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중심의 AI 패권 주의 속에서 한국이 단순한 ‘하청 기지’나 ‘부품 공급처’로 전락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트먼의 스타게이트가 인류의 모든 지적 자산을 독점할 때, 자체적인 소버린 AI(Sovereign AI, 주권 AI)를 구축하지 못한 국가는 기술적 속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높다. 올트먼은 인류를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는 인물인가, 아니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힌 위험한 몽상가인가. 이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극단으로 갈린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방한하여 던지는 메시지와 스타게이트의 꿈이 이미 전 세계 테크 생태계와 글로벌 정치공학을 통두리째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꿈꾸는 미래는 지능이 공기처럼 흔해지고, 노동의 개념이 해체되며,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세상이다. 올트먼은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두려워하기보다, 자신이 그 물결의 선두에서 키를 잡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또다시 한국을 찾은 이 실리콘밸리의 거인 어깨 위에서 세계 무대로 비상할 것인가, 아니면 거대한 기술 제국의 톱니바퀴 중 하나로 머물 것인가. 샘 올트먼이 펼쳐 보이는 스타게이트의 청사진은,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를 구경하는 관객이 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문명의 공동 설계자가 될 것인지 엄중하게 묻고 있다. 웅장한 신 인류의 서막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리고 스타게이트의 문은 열리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