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마비에 반도체·비료 원료 비상… 재고 확보·재활용 총력 속 장기전 우려
'대체 원자재' 그린테크에 뭉칫돈… 투자자가 지켜볼 신호는 따로 있다
'대체 원자재' 그린테크에 뭉칫돈… 투자자가 지켜볼 신호는 따로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이란 전쟁이 기름값을 넘어 반도체와 식량의 '원료'까지 흔들고 있다. 카타르발 헬륨·암모니아 공급이 끊기자, 이 빈틈을 노린 친환경 대체 기술 기업에 투자금이 몰린다.
배런스는 11일(현지시각) 전쟁이 헬륨·리튬·암모니아 공급망을 조이면서 대체 원자재를 확보하려는 신생 기업들이 전면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핵심은 세 가지다. ① 호르무즈 통항이 장기간 마비 ② 반도체 필수 가스 헬륨의 현물값 급등 ③ 공급망 복원에만 4~6개월 소요다.
"기름이 아니라 원료가 문제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에너지가 아니라 산업의 '원료'다.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타격 이후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상업 운항이 어려운 상태에 빠졌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전쟁 이후 한때 통항량이 약 95% 줄었다고 전했다. 물리적으로 막힌 것은 아니다. 다만 공격 위험에 보험사들이 전쟁위험 보험을 철회하면서, 대부분 선사에 운항이 불가능해졌다. 전 세계 원유의 20%, 액화천연가스(LNG)의 20%가 지나는 길목이다.
문제는 헬륨이다. 카타르는 2025년 기준 세계 헬륨의 3분의 1을 생산한다. 헬륨은 LNG를 뽑을 때 함께 나온다. 카타르에너지 발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3월 2일 이란 드론 공격으로 라스라판 시설 가동을 멈췄고, 18~19일 미사일 추가 타격으로 "광범위한 피해"를 확인했다. 이 여파로 연간 헬륨 수출이 14% 줄 것으로 회사 측은 밝혔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헬륨 현물값이 지난달 두 배로 뛰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업계단체 세미(SEMI)의 베티나 바이스 전략실장은 지난 4월 "해협이 오늘 열려도 공급 정상화에 4~6개월이 걸린다"고 진단했다.
비료 원료인 암모니아·황도 비상이다. 걸프 지역은 세계 요소(尿素) 수출의 45%를 책임진다. 영국 화학전문지 케미스트리월드에 따르면 카타르비료회사 가동 중단으로 세계 요소의 14%가 사라졌다. 황 현물값은 미국 탬파 기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없어서 못 쓰는' 헬륨, 한국이 가장 취약하다
한국은 이번 충격의 정중앙에 있다. 미국 투자매체 모틀리풀 등이 인용한 무역 통계 기준 한국은 2025년 헬륨의 64.7%를 카타르에서 들여왔다. 헬륨은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의 냉각과 미세 배관의 불순물 제거(퍼지)에 쓰이는 대체 불가능한 필수 가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개월 분량의 헬륨 재고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헬륨 재사용 시스템 등을 가동해 당장의 단기 생산 차질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원가 상승 압박은 피하기 어렵다. 헬륨값 급등이 반도체 원가 상승 우려를 키우기 때문이다.
물론 단기 돌파구는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됐으며 합의서 서명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명 직후 곧바로 배가 뜰 수 있는 건 아니다. 파괴된 시설 복구와 보복 위험에 묶였던 보험 재개 등 공급망이 전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여기서 '그린테크 머니'가 움직인다. 배런스가 주목한 흐름은 세 갈래다. 첫째 헬륨 회수·재활용 설비다. 한 번 쓰고 버리던 헬륨을 공정 안에서 되살린다. 둘째 신재생에너지로 만드는 '그린 암모니아'다. 천연가스 없이 비료 원료를 확보한다. 셋째 인공지능(AI)으로 공급망 우회로를 찾아주는 소프트웨어다. 벤처 전문매체 글로벌벤처링에 따르면 미국 벤처펀드 테일윈드퓨처스는 선박 이동과 항만 정체를 추적해 위기를 예측하는 N4EA, 원자재 대체를 자문하는 엑스트리움 등에 투자를 검토 중이다.
위기가 만든 '녹색 기회', 다만 속도가 문제다
다만 핵심은 속도 차다. 돈은 빠르게 움직이지만 공급은 느리게 움직인다. 테마는 선행하고 생산은 후행한다. 국제비료협회(IFA)는 2026년 세계 질소 생산능력이 2024년 대비 4% 늘 것으로 봤다. 글로벌 산업가스 1위 린데 등 기존 대기업도 헬륨 회수 사업을 키우고 있어, 신생 기업만의 독무대는 아니다. 반면 그린 암모니아 요르단 공장은 2030년에야 가동에 들어간다. 당장의 품귀를 메우긴 어렵다는 뜻이다.
투자자가 지금 챙겨야 할 체크포인트
이번 국면을 읽으려면 네 가지 신호를 함께 봐야 한다.
첫째, 헬륨 현물값과 카타르 라스라판 가동률이다. 가격이 꺾이고 시설이 돌아야 반도체 원가 압박이 풀린다.
둘째, 호르무즈 해협 통항·보험 재개 시점이다. 휴전이 평화협정으로 이어져야 물류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셋째, 헬륨 회수·그린 암모니아 기업 투자 유치 규모다. 자금이 실제 설비로 가야 '테마'가 '실적'으로 바뀐다.
넷째, 미국 등 주요국의 헬륨 전략비축·정책 개입 여부다. 정부가 풀거나 잠그는 물량이 단기 수급을 좌우한다.
전쟁은 멈출 수 있어도 공급망의 상처는 오래 남는다. 이번 원자재 비상은 일회성 충격이 아니라, 핵심 원료를 한 곳에 의존해 온 산업 구조에 날아든 청구서일지 모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