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MADL' 통제에 캐나다 조기경보기 흔들… 상호운용성 규제가 성패 가른다
단순 성능 경쟁 넘어 미군 킬체인 네트워크 진입 권한이 글로벌 수주 판도 좌우
단순 성능 경쟁 넘어 미군 킬체인 네트워크 진입 권한이 글로벌 수주 판도 좌우
이미지 확대보기캐나다 정부가 공군력 현대화를 위해 추진하는 스웨덴산 조기경보기 도입 사업이 미국의 핵심 스텔스 기술 통제 정책에 가로막혀 중대한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캐나다 유력 매체 CBC는 11일(현지시각) 캐나다 정부가 스웨덴 사브(Saab)의 글로벌아이(GlobalEye) 조기경보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미국 정부의 강력한 기술 통제로 F-35 스텔스 전투기 전용 데이터링크 기술 공유가 불투명해지면서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연합 작전 능력이 저하될 위험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비(非)미국산 방산 무기체계를 도입할 때 미국의 기술적 빗장이 강력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함을 증명하며, 캐나다와 나토(NATO) 시장 진출을 노리는 한국 방위산업계에 심각한 착안점을 던진다.
펜타곤, 5세대 핵심 통신망 'MADL' 외부 유출 전면 차단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 5월 27일 미국 무기 의존도를 낮추고자 보잉의 E-7 웨지테일 대신 스웨덴 사브의 글로벌아이를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하고 협상에 착수했다. 글로벌아이는 캐나다 봄바디어의 비즈니스 제트기를 기반으로 제작해 자국 산업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이 반영됐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펜타곤이 보안 유출을 이유로 스웨덴 사브사 장착을 불허하면서 전력화에 비상이 걸렸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댄 그레이저 선임연구원은 CBC 인터뷰에서 "미국이 보잉 이외의 외국 기업에 MADL 라이선스를 허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진단했다.
5세대 킬체인 네트워크 배제 시 스텔스 무력화 위험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통신 호환이 아니라 F-35 중심의 '킬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느냐 여부다. 캐나다 공군이 MADL 없이 조기경보기를 운영하면, 범용 통신망인 '링크 16(Link 16)'을 써야 한다. 링크 16은 사방으로 신호를 방출하는 등대와 같은 전방향 브로드캐스트 구조로, 저피탐(LPI/LPD) 성능이 제한적이어서 적의 전자기전 장비에 위치가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MADL은 전파를 특정 방향으로 좁고 빠르게 쏘아 보내 적의 감시망을 피한다.
전직 F-35 시험비행 조종사인 빌리 플린 예비역 캐나다 공군 대령은 "조기경보기가 MADL을 갖추지 못하면 지휘관은 F-35의 최고급 센서 정보를 구형 시스템 수준으로 낮추어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캐나다는 F-35 도입을 확정한 상태에서 추가 전력으로 스웨덴산 그리펜-E 전투기를 혼성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전술 네트워크의 단절로 인해 센서와 타격 체계를 실시간 연동하는 '센서-슈터' 구조가 무력화될 위기에 놓였다.
K-방산 나토 진출의 새 기준… '네트워크 참여 권한' 확보가 관건
이번 사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방산 기업들이 북미와 유럽 시장을 공략할 때 플랫폼의 성능보다 '미국 네트워크 체계 접근 권한'이 수주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토 회원국들은 미군 데이터 체계와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무기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링크 16 중심인 한국형 전투기 KF-21이나 국산 무인기, 정찰 자산(ISR) 등이 향후 나토 시장에서 미군의 5세대 전술 네트워크에 편입되지 못한다면 기술적 고립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일부 국가는 미군 체계와 연동 가능한 게이트웨이 노드 구축이나 제한적 데이터 공유 방식 등 우회적 상호운용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방산업계에서도 나토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독자적인 성능 구현을 넘어 미국의 암호 체계를 국산 플랫폼에 이식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외교적 협상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경제안보 체크포인트
글로벌 방산 시장의 공급망 재편과 국내 방산주의 중장기 실적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핵심 지표의 시장 영향을 관측해야 한다.
첫째, 캐나다의 MADL 장착 승인 여부와 비미국산 플랫폼 시장의 향방이다. 미 정부가 예외적으로 통신 암호를 허용한다면 유럽 및 한국산 무기체계의 나토 진출 장벽이 낮아지나, 불허 시 미국산 플랫폼의 독점이 심화된다.
둘째, 캐나다의 나토 방위비 이행 수준에 따른 동맹국 무기 구매 다변화다. 방위비 증액 압박이 커질수록 가성비가 높은 비미국산 무기 도입 수요가 늘어날 수 있지만, 미국의 안보 압박에 따른 미국산 쏠림 현상도 상존한다.
셋째, 한국 방산 기업의 미국 정부 공식 승인(LOA) 취득과 수출 실적 타이밍이다. 수출용 국산 무기에 미국산 전술 통신 모듈 통합을 승인받는 기간이 단축되어야 실제 수출 계약이 매출로 인식되는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